인권을 만난 교육, 교육을 만난 인권
조영선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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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웃 학교의 수석교사가 우리 학교 교사들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우리에게 무언가 질문을 던졌고,
당연히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않았고...
그때 그가 갑자기 교사 명렬을 꺼내더니 한 교사를 지명했다.
술렁술렁. 뭐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명된 교사가 앉은 채 자신의 생각을 주섬주섬 꺼내 말했는데,
그 다음 벌어진 일.
강사가 그 교사에게 말했다.
“일어서서 말해주세요. 발표는 서서 하는 겁니다.”
다시 술렁술렁 하는 와중에 교사들 몇몇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말.
“헐... 우리가 애들(학생)도 아니고...”
그 강사의 말과 태도도 충격이었지만,
이후 교사들의 입에서 무심코 나온 그 말에 현타가 와서 나는 정신을 못차리고 계속 띠용...
아...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해도 된다는 건가.
(그냥 “저는 앉아서 말할게요.”라고 하지...)
수능 감독 당일에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감독관의 휴대전화를 걷는다고 하면 으레 나오는 말-
“우리가 애들(학생)도 아니고...”
정말,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학생인권에 대해 외치다 상처받은 교사들에게 너무도 반가운 책이 나왔다.
내게는 이 책이 그랬다.
학생인권, 할 때마다 나오는 고구마 같은 말들,
이를 테면-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이 떨어진다,

그럼 교사의 권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학생들이 책임과 의무를 먼저 다하고 권리를 주장해야지, 운운.

게다가 경남학생인권조례 사태, 학생생활규정 개정을 겪으며 받았던 빈정거림 섞인 공격들.

그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해 느꼈던 자괴감까지.

든든하게도 이 책은 학생인권에 대한 오해와 무지와 우려에 대해 명쾌하게 말해준다.
학생인권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교사의 인권도 살아난다고,

인간의 자격이 있어야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권리를 보장받을 때 인간다움을 지켜낼 수 있는 거라고,
학생과 교사가 ‘인간적으로 동등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때 교사도 학생들에게 인간적 존중을 요구할 수 있다고.
아... 정말이지 내게는 이런 책이 필요했다.

하여, 옳고 옳은 많은 문장 가운데 특별히-
“인권을 존중하는 교육은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교육’이다.”라는 멋진 문장에 밑줄 쫙쫙 치고,
그동안 위축되었던 내 마음을 꺼내 탈탈 털어서 쨍한 햇볕에 내어 말리고 있다.

학생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고자 하는 교사들이 읽으면 마치 언어를 찾은 듯 큰 힘이 날 것이고,

학생인권이 옳은 건 알겠는데 뭔가 찝찝해, 하는 교사들이 읽으면 흐릿했던 것들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일종의 훌륭한 교육학 도서와도 같아서
주변에 교사를 준비하는 분이 있거나 (교사 권력이 상대적으로 덜 묻은) 초년 교사들이 있다면
따뜻한 마음으로 권할 만하다.

 

혹시 학교 내에서 동료교사들과 학생인권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 책으로 동료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기를 권한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더 혼란스러워지거나 생각이 다른 지점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고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같이 성큼, 한걸음 내딛는 것 아니겠는가.


이 시대의 교사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이 물음을, 외면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학생을 바꾸려고 하는 만큼 세상과 교육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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