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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
서머싯 몸 지음, 이민아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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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웨이 만들기
제임스 배런 지음, 이석호 옮김 / 프란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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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스노우캣
스노우캣(권윤주) 글.그림 / 미메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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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스노우캣
스노우캣(권윤주) 글.그림 / 미메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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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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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을 영화로 먼저 접했다. 고등학교 때인가, 원작소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숀 코네리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 보고, 잘 만들어진 추리물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합격하고 입학할 날을 기다리면서 뒹굴거릴 때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영화의 원작소설 정도 되겠거니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가, 그 어마어마한 각주와 엄청나게 난해한 신학적 철학적 컨텐츠에 질려서 중도에 내려놓고 말았고, 게다가 책을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서는 항상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었다. 그 이후에 지난 번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세일로 내놓았을 때 언제 읽어도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사 두긴 했었는데, 1년이 넘도록 들춰 볼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책꽂이에 꽂혀 있던 이 책이, 나를 부른 것이다. 그렇게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겠다. .. .. ... 갑자기 이 책을 읽고 싶은 충동이 너무나 강렬하게 느껴져서, 읽고 있던 다른 책은 잠시 제쳐두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뭐 책 읽는데 무슨 순서 지켜가며 읽을 일은 없잖은가. 마음 가는 대로 읽으면 그만이지.

 

대학 입학하던 해가 92년이었으니 그 후로 거의 20년 세월이 흐른 셈이다. 그 동안 나는 카톨릭으로 개종을 했고 (중세문화는 전적으로 카톨릭에 기반을 둔 문화이기 때문에 카톨릭에 대해 전혀 모르면 중세를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신앙적인 측면 말고도 카톨릭으로 개종한 것은 여러모로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 관심으로 인문학에 대해서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바가 생겼다. 그리고 이 책도 그 동안 많이 변했다. 번역가 이윤기 씨의 고백에 따르면, 오역과 의역이 많던 초판(아마도 내가 처음 접했던 판본이었을 듯)을 항상 부끄러워하던 중, 처음부터 다시 번역하기로 결심하고 두 번의 개역작업을 거쳐 내놓은 책이 바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인 것이다. 그러니까 지난 세월 동안 나와 이 책은 각자 꾸준히 성장해 온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읽을 때는 그닥 어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술술 읽혔다. 너무 재미있어서 헤어나기가 힘들 정도였다. 볼 일이 있어 밖에 나가야 할 때도 책을 두고 나가기가 싫었을 정도로.

 

1300년대가 배경인 이 소설의 주된 사건은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사건이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신구(新舊)의 대립이다. 이미 완성된 절대진리라 믿어지던, 그 당시까지 인류가 남긴 모든 지식의 총체였던 장서관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은 채 보존하려는 세력과, 그 지식을 공개함으로써 이 세상이 더 나아지리라고 믿는 젊은 세력의 밀고 밀리는 알력다툼. 그리고 절대진리를 맹신한 나머지 독신(毒神)의 함정에 빠지는 암흑시대의 인간의 모습이 이보다 더할 수 없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사실 인간의 역사는 보수와 진보세력의 끊임없는 갈등과 투쟁 속에 정반합의 모양새로 발전해 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당시 14세기에는 신이 인간에 우선했고 인간의 존엄성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던지라, 양 세력의 갈등과 투쟁 속에 쓸데없이 고통받아야만 했던 사람들이 생겨났던 것이다. 무릇 신은 인간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않으니, 인간을 해하는 것은 인간 자신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어찌 신의 진리를 논하고 재단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우를 범하는 인간은 항상 자신이 신에게 선택받은 신의 인간이라고 믿고, 그러한 인간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면 그 때부터 엄청난 재앙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내용이 중세를 배경으로 펼쳐지면서도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것이, 바로 현대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책을 쓴 움베르토 에코는, 전업작가도 아니면서 자기 생애의 첫 소설을 이렇듯 훌륭하게 써 버리다니. 도대체 나같은 사람은 기가 죽어서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솔직히 난 움베르토 에코는, 아직까지도,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이 사람은 자기가 천재인 주제에 스스로 그걸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평범할 수 밖에 없는 나머지 대중들을 눈 아래 두고 보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 모든 사람이 그같은 천재가 될 수는 없으니, 그로서는 그런 범인(凡人)들과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기가 답답한 노릇일 수도 있겠다. 소설에 대해 말하자면, 그래, 수도사들의 토론을 통해 드러난 그의 역사와 철학, 기호학에 대한 지식은 그의 전공이니만치 인정한다 치자. 그런데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그 완벽한 플롯과, 무엇보다도 생생하고 생동감넘치게 그려지는 그 캐릭터들의 매력은 어쩌란 말인가. 미스터리 소설 매니아로서 평하건대, 이 책의 플롯은 현대 미스터리 소설의 관점으로 보면 약간 밋밋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whodunit(누가 범인인가) 소설로서는 아주 잘 만들어진 플롯이다. 하긴, whodunit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귀납적 논리구조를 바탕에 두고 있으니 그 역시 그의 전공의 일부일 수 있겠다. 그것도 그것이려니와, 아무래도 셜록 홈즈에 대한 오마주인 듯한 인물 바스커빌의 윌리엄 수도사(그의 고향이 바스커빌이라는 걸 생각해 보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소년 수련사 아드소에 대한 탁월한 묘사는, 작가가 전공에 관한 지식 외에 타고난 문재(文才)도 갖추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아아, 이런 사람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철저하게 凡人 나로서는, 그저 기죽고 기죽고 한없이 기죽을 따름인 것이다.

 

덧붙임 : 소설을 읽는 중간에 영화를 다시 한 번 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숀 코네리는 정말 그야말로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캐스팅이었다. 소설 속의 윌리엄 수도사가 실존했다면 정말 그와 같은 모습이었을 거다. 냉철한 지성과 더불어 번뜩이는 유머까지. 책 보는 내내 숀 코네리의 모습이 오버랩될 지경이었으니. 이런 복잡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치고는 상당히 충실하게 만들어졌으므로, 책 읽기가 부담스러운 분은 영화를 봐도 좋겠지만, 역시 책이 훨씬 훨씬 더 재미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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