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의 상상력 - 질병과 장애, 그 경계를 살아가는 청년의 한국 사회 관찰기
안희제 지음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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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청년’으로 인식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젊고 건강하며 장애가 없어야 한다. 시스젠더 남성이면 더 좋다. 무슨 난관이든 헤쳐나갈 수 있는 열정과 성실함까지 갖춘다면 크... 합격이다. 우리 사회가 상상하는 ‘청년’의 모습은 너무 편협해서 위 조건을 한꺼번에 꾸준히 충족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청년’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득권층의 머릿속에 떠다니는 환영 같다.

저자는 만성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인간의 몸은 불완전하며 누구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도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자기 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또 현대 사회의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우리 몸은 더욱 취약해지지만, 노동자의 아픔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지기 일쑤다. 우리는 “질병은 권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너도나도 몸의 한계를 무시하며 일하길 요구받는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이러한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건강하지 않은 몸을 고려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아픈 몸을 존중하는 문화에서만 모든 몸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으로 도입된 저상버스와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과연 장애인의 전유물일까. 덕분에 몸이 불편한 노인이나 유모(부)차 사용자 혹은 심신이 피로한 ‘청년’도 대중교통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저자의 바람대로 “건강 중심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난치의 균열”이 생기길 바란다. 세상은 아직, 더 많이 흔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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