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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ㅣ 비룡소 클래식 5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프란시스 던킨 베드포드 그림, 장영희 옮김 / 비룡소 / 2004년 1월
평점 :
요즘, 어린시절 흘려 보았던 고전 시리즈를 다시 찾아 읽고 있다. 아마, 명작동화로 더 친숙한 것들이다. 만화영화나, 동극이나, 다이제스트판 그림책으로 봤을 그런 책들. 그중 피터팬을 가장 먼저 골라 읽었다. 물론, 세련되고 깔끔한 표지에, 피터팬이 주는 기존 이미지가 강력하게 날 끌어서일 테다.
이 책은 100년 전 베리가 쓴 소설로, 연극의 성공 이후 가장 널리 읽혔다던 그 판본이다. 책을 읽는 내내, 피터팬은 물론, 후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매력에 함껏 빠져들었다.
책으로 읽는 피터팬은 아마, 기존에 영화나, 연극으로 익숙한 맛과는 좀 다른 맛이 난다. 다이나믹한 사건 위주로 진행되던 것과는 달리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다. 섬세하고 촉촉하게 전해지는 각 인물에 대한 외모나 심리묘사는 환상적인 이야기 못지 않게 재미나고 감동적이다. 특히, 악명높은 해적, 아이들을 괴롭히는 불한당 정도로 기억된 후크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어 매우 신선했다. 명문사립학교 출신으로 지적이고 유복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우수에 젖고, 때로는 고독하며 소녀 웬디 앞에서 자신의 때묻은 소매를 부끄러워하는 숫기없는 남자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가 깊이 알지 못하거나 스쳐지나갔던 세세한 부분까지도 짚어 읽는 재미가 크다.
마치 무성영화를 보는 듯 갑작스레 끼어드는 작가의 변 또한 신선하게 다가온다. 100년이 지난 지금, 피터팬은 일련의 대명사처럼 쓰이며 각종 패러리물이 등장하는가하면 아직도 새롭게 영화화된다. 이는 아마도, 고전이 가지고 있는 은은한 매력때문이 아닐까. 끊임없이 예술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이 책, 한번쯤 독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