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
한용운 지음 / 책만드는집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생 때의 일이다.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겼는데 어린 마음에 詩라도 한 수 적어서 보내고 싶었나 보다. 이럴때 참고 하기 좋은게 시집이었는데, 집에 가보니 누나의 책상에 시집 한권이 꽂혀 있길래 그걸 열심히 베껴서 매일 한편씩 여러날을 보냈나 보다. 끝내는 차이고 말았는데, 나중에야 그 시들이 그토록이나 유명한 만해 한용운의 시였다는 것과 그걸 배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해의 시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까지도 알 정도로 유명하다. 게다가 정규 교육과정에서 시를 해석도 하고, 비교도 하면서 꾸역꾸역 배웠으니, 이 시집 '님의 침묶'이 무어다, 느낌이 어떻다, 만해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평을 달 필요는 없을 게다. 그러면 이런 무감동의, 그래 6-3-3-4의 컨베이어를 거친 현대인들에겐, 시집은 이제는 아무런 가치 없이 엣날의 국어 교과서 마냥 폐품으로 내어 놓아야 할까?

그래도 좋고 안그래도 좋다. 어차피 시집에서 맘에 드는 시 한두개 쯤은 인터넷에서 찾아다 프린트 해서 볼 수도 있고, 나이 들어서까지 추억같은 것들을 헤집기 싫은 이들은 안 보는게 속이 편하니까. 그리고 산다고 해 보았자 책장 한 구석데기에서 먼지 집어쓴채로 있을께 뻔하니까.

아니 그러기 때문에 사야 한다. 책장 한 구석에 먼지에 포갠체로 있다가, 어느날 우리집 막내가 보고서 나와 같은 수줍은 짓을 할 만한 건덕지라도 주어야 하니까. 그래서인지 우리집에선 만해의 시집이 벌써부터 구석지에 웅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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