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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남편이 샤워를 안한다. 그것도 한 달이나.’ 강렬한 문장에 사로잡혀 <샤워>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처음에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가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다가, 그래도 역시 이건 안돼지.. 내 남편도 아닌데 감정이입이 너무 심하게 돼서 힘들었다.
주인공인 아내는 나름의 노력으로 생수 샤워, 드라이 샴푸, 비 샤워 등등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남편은 ‘3개월’이 넘게 제대로된 샤워를 하지 않음.
예전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라는 책을 읽었을 때 푸줏간 냄새, 역한 가죽냄새 때문에 상당히 괴로웠는데.. 작가는 마치 실제로 겪어본 것처럼 남편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개 냄새, 비 냄새 등으로 찰떡같이 비유한다. 사람이 오랫동안 씻지 않으면 악취 뿐만아니라 피부에도 좋지 않다고 하던데, 두피에서 떨어지는 흰 덩어리라.. 으 싫다.
소설 중반에 ‘다이후(台風)짱’이라는 물고기가 한 마리 나오는데, 설명은 없지만 남편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투영이 된다. 도쿄와 시골, 인간과 물고기, 수돗물과 강물. 결국 인간은 도시의 공해로부터 벗어나 무해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귀본능’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다카세 준코는 이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샤워>는 후각과 촉각을 총 동원해서 읽게 만드는 독특한 소재였고, 주인공들은 그들 나름의 행복의 나라를 찾았으며, 분량이 길지 않아 좋았다. 소음 뿐만 아니라 냄새도 하나의 공해가 될 수 있음에 깊이, 또 깊이 공감하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