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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평점 :
올리버 색스는 진화론, 식물학, 화학, 의학, 신경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이 책에 수록된 10편의 에세이는 투고한 자료를 묶어 펴낸 책으로 전문영역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에게 영향을 미친 다윈과 프로이트, 윌리엄 제임스를 통해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고 의사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실제 사례와 자신의 경험 등을 엮어 어려운 개념과 증상들을 통해 인간의 뇌와 정신세계, 의식의 본질, 의식과 시간의 흐름,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 발현 등등 때론 전문적인 용어가 등장하지만 과학 분야에 무지한 나에게도 읽다보면 이해가 되고 궁금한 부분들을 해소할 수 있었던 매우 유익하면서도 지적 흥미를 자극한 책이었다.
‘의식의 강’은 다윈으로부터 시작한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쓴 진화론의 주인공이라는 유명한 사실보다 여섯권의 책과 일흔 편의 논문을 쓴 식물학자에 주목한다. 다윈은 식물에 대한 애정과 탐구에 늘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었고 비글호 탐험에 동행한 것도 식물학자로서였다. 식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것은 종의 기원을 출간하고 난 후라고 한다. 창조론에 대한 정면 도전이 쉽지 않았던 시대에 진화론의 이론적 근거의 토대가 된 것이 식물연구였던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식물을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난초와 식물을 진정으로 기쁘고 즐겁게 바라보았다고 한다. 난초와 꽃들을 오랜 시간 탐구하면서 다윈을 보면서 ‘아름다운 꽃은 창조자의 손길과 무관하며 수십만년에 걸쳐 우연과 선택의 결과물’이라고 정의한다. 집요한 탐구력, 대상에의 몰입, 타고난 분석과 연구 수행 능력에 현명하게 기존 질서에 도전하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자세는 참 훌륭하다.
‘시간과 속도’에 대한 관점도 흥미롭다. 인간은 강력한 집중력을 통해 시간을 재분할함으로써 개별 프레임 간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 투렛증후군과 파킨슨증의 운동과 생각의 속도와 질적인 변화 등에 대한 해석도 흥미롭다.
지각력-식물과 하등동물의 정신세계에서는 지렁이와 해파리, 군소 연구, 곤충류, 무척추동물 중 두족류(오징어, 갑오징어, 문어) 등은 학습 능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동물계에는 문의 수 만큼이나 많은 뇌가 존재한다..... 모든 동물들은 다른 다양한 수준의 정신을 발달시키거나 보유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동물 중 하나일 뿐이다.” 라고 마무리한다.
프로이드는 약 20여년 간 신경학과 해부학자로 활동하면서 정신분석학의 기초를 쌓았다.
신경과 의사로 일하는 동안 실어증 등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뇌에 관한 연구를 하고 기억의 본질에 대한 주제에 천학하여 연구를 하였다고 한다. 기억과 동기는 보다 높은 수준을 위해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회상이 동기와 결합하지 않을 경우 아무런 힘도 의미도 없다는 이야기에는 매우 공감이 되었다. 프로이트에게 기억이란 ‘본질적이고 역동적이며 변화무쌍하고 평생 동안 재조직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기억의 힘은 정체성 형성의 핵심이고 개인으로서의 지속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올리버 색스는 본질적으로 타당하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회상이 오류였다는 자신의 충격적인 경험을 말한다.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 속에 자리잡아 직접 경험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기억이 진실이 아님을 확인한 순간을 제시한다. 색스는 이것을 타인의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구성된 나의 2차 기억이라고 설명한다. 타인의 기억은 언어적 기술을 이미지로 번역한 것으로 이성적으로는 그 기억이 거짓임을 알지만 감정적으로는 여전히 나 자신의 기억처럼 생생하고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한다. 기억의 왜곡과 그에 수반되는 출처혼동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가표절이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한다. 또한 잠재기억이라는 것이 있어 타인이 말해준 아이디어였음에도 자신이 생각해 낸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심리현상이 흔히 있을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엄격한 자기 검열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문학예술 분야에서는 말이다.
인간의 기억은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취약하고 불완전하지만, 굉장히 유연하고 창의적이다. 출처에 대한 혼동과 무차별성은 역설적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 출처에 무관심한 뇌는 내 경험과 타인의 말을 통해 통합되어 1차 기억인 것처럼 풍부하고 강렬하게 만든다. 예술, 과학, 종교가 포함된 문화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 가능하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마무리한다.
나도 가끔 내 뇌를 믿을 수 없다. 우리의 뇌는 나를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을 제공할 수도 있다. 늘 우리의 뇌는 출처에 무관심하고 기억의 오류가 생길 수 있기에 경계해야겠다는 내적 다짐을 한다.
의식의 강에서는 모든 지각과 장면들은 우리 자신에 의해 형성된다.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영화의 감독인 동시에 배우다. 모든 프레임과 순간들은 우리 자신의 모습인 동시에 우리가 만든 것이기도 하다는 말이 와닿는다. 자신의 삶에 책임져야 할 이유라고 말한다.
올리버 색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려면 뭔가를 순간적으로 파악하거나 알아듣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우리의 마음이 그것을 수용하여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직접 맞닥뜨리도록 허용해야 한다. 수용하고 마음 속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도 생명과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번성하다가 모든 방향으로 진출하거나 아니면 중도 하차하여 멸종하는 등 완전히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우연한 상황과 함께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발전한다며 그것이 과학의 역사가 될 것이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인류의 역사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기에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관찰하고 탐구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긴 글이라 생각이 들었다.
신경학과 관련된 전문 용어와 과학적 상식을 필요로 하는 책이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필력이 이 책을 흥미롭게 읽게 만들었다. 특히 자신이 경험하는 사례의 증상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여 설명하는 것이라든지, 위대한 인물들의 탐구 과정과 자신의 탐구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와 연관지어 설명하면서도 부드럽고 문학적인 표현을 담아내어 어려운 진화론, 의학, 신경학, 식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놓았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담고 싶은 내용도 많았고 기록하고 싶은 것도 았다.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아름다운 책으로 꼽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