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케르 - 주권 권력과 벌거벗은 생명 What's Up 3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진우 옮김 / 새물결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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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는 명료하고 선명한데 내용은 철학적 용어와 철학자들의 인용문, 아감벤의 깊은 사유 등 전공 서적같은 책이었다.

우리가 상식처럼 여기고 배워왔던 주권, 인권의 개념에 대한 해석이 다르게 와닿았고 내용을 정독하게 만들었지만 철학적 사유와 신학적인 요소들까지 아감벤의 사유의 폭이 깊어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대략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내용과 현대사회의 흐름, 권력의 속성 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이 주인공은 바로 벌거벗은 생명, 즉 살해는 가능하되 희생물로 바칠 수는 없는 생명이다.

이 생명을 '호모 사케르'하고 명명한다.

사케르(sacer)는 라틴어로 성스럽게 되다라는 의미와 저주받다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용어라고 한다.

호모 사케르란 고대 로마에서 사회로부터 배제시키는 형벌을 받은 죄인들을 가리키던 용어였다. 이들은 신체적으로 사형을 당하지는 않지만 시민으로서의 법적인 모든 권리를 잃게 되어 단순한 생명체로 살아가는 존재였다. 누군가 호모 사케르를 살해한다 해도 살인자는 그로 인해 처벌받지 않았다. 호모 사케르는 육체적으로 살아있긴 해도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죽였으므로 법적인 문제를 따질 수 없는 것이다.

아감벤은 고대의 호모 사케르는 현대민주주의사회에서도 여전히 호모 사케르가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는 호모 사케르가 없었던 적이 없었노라고 한다. 호모 사케르들은 법의 영역 밖에 있으면서 사회 어딘가에서 늘 존재하고 때론 유령처럼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고대의 노예와 검투사, 중세의 마녀사냥 희생자들

근현대의 세계대전의 학살희생자들와 홀로코스트

오늘날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니는 난민들 등등


민주주의가 발달한 현대에서 호모 사케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호모 사케르가 탄생하는 과정을 찾아나서며 그 근거를 밝힌다.

'만약 누군가 평민의결을 통해 신성한 자라 공표된 사람을 죽여도 이는 살인이 되지 않는다'고 명기한 최초의 호민관법

신성함과 불결함의 개념이 인접함을 제시한 신성함의 양가성을 밝힌 셈족의 문화

언어학자인 아벨의 논문에서 사케르를 찾아낸 포로이트

사케르라는 말의 근원적 의미를 발표하여 사케르를 터부 범주와 결합하여 신성함의 양가성 이론을 둣받침한 파울러

하나 하나 자료를 찾아내고 그 근거를 확인하며 호모사케르의 근원을 제시하는 아감벤의 사유 과정이 인상적이다.

주권과 주권 권력에 대한 정의도 흥미롭고 새롭다.

그는 주권자와 호모 사케르는 법 질서의 양극단에 위치한 두가지 대칭적인 형상들로서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서로 결합되어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모든 사람을 잠재적인 호모 사케르들로 간주하는 자가 바로 주권자이며 또 그를 향해 모든 사람들이 주권자로 행세하는 자가 바로 호모 사케르이다.

주권자와 호모 사케르는 자신을 인간과 법과 신의 법, 그리고 노모스(법), 퓌시스(자연) 모두로부터 예외화하지만 그럼에도 종교적 영역과 세속의 영역, 자연의 질서와 성장적인 법 지배 모두와 구분되는 최초의 본래적 의미의 정치적 공간을 구획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존재하고 말한다.

그동안 생각했던 주권의 개념보다 매우 복잡하고 중의적인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아감벤은 또한 근대민주주의는 조에(살아있는 생명체)의 권리 주장과 해방으로서 등장하였으며 끊임없이 벌거벗은 생명 그 자체를 삶의 방식으로 변형시키려한 '조에의 비오스(정치적 삶)'를 찾아내려 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인권과 행복을 실현하는 하려는 기나긴 갈등 과정에는 희생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살해 가능한 생명체라는 이중적인 속성을 가진 성스러운 인간의 신체가 자리하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전체주의와 내적으로 결탁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 또한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다.

근대 민주주의는 인권사상과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법치주의란 법질서 안에서 권력이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집행되는 체제이다.

아감벤은 호모사케르의 개념을 근원적으로 찾아가면서 법이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예외적 상황이 존재함을 밝힌다. 예외적인 상황은 법집행의 예측이 불가능함을 의미함을 호모 사케르의 개념을 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인 예외적 상황에 주목한다.

민주주의에서 예외적인 영역을 결정하는 것은 주권자이다.

근대의 주권자는 개인들의 신체와 삶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주권권력의 목표가 호모 사케르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목펴가 아니라는 점이다. 주권 권력은 호모 사케르와 호모 사케르가 아닌 사람들을 구별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경계선을 끊임없이 다시설정하여 호모 사케르를 계속 양산해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주권권력은 두 가지의 호모 사케르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셈이다. 아감벤은 호모 사케르를 통해서 아직 사케르가 되지 않은 사람들을 생명이라는 정치적 존재로 포획하는 것이 주권권력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아감벤은 이렇게 근대의 합리주의가 만들어낸 민주주의가 법의 보편적 지배 체제하에서 얼마나 많은 예외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호모 사케르를 통해 경계하기를 권한다. 누구라도 법질서의 예외자, 극단적으로 말하면 범죄자로 낙인찍을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세계 도처에 일어나는 테러와 일상 생활 속의 폭력과 생명 파괴 등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세상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누구나

당신도

그리고 나도 호모사케르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도 호모 사케르는 도처에 존재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신음하는 사람들

2014년 4월 16일 진실규명조차 되지 않던 시절의 세월호 희생자들

이주노동자와 난민들.....

비정규직과 최저임금도 밪지 못하는 알바생들

그렇게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나도 어느 상황에서는, 어떤 곳에서는 호모 사케르로 존재할 수 있다.

 

깨어있는 지성으로

때론 날카로운 비판으로

그리고 따뜻한 공동체와의 연대가 호모 사케르가 되지 않도록 하는 힘이 아닐까?

흥미로운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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