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황경택 글.그림 / 도서출판 가지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의 산뜻함이 맘에 들었다. 책을 펼치니 더욱 좋다.

간결한 글과 함께 수채화로 채색된 간결하고 섬세한 그림들이 보는 눈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정갈하게 만드는 기분이다.  

이 책은 그림을 통해 우리 일상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려운 말이 아닌 간단한 그림으로

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와 꽃과 열매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의 이야기와 삶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보는 내내 따뜻했다.

그러면서도 자연의 신비로운,

나무와 꽃들이 어떻게 살아내는지

문득 문득 새로운 이야기를 아주 쉽게 전달해준다.

 

 떨어진 가죽나무를 주워 가죽나무 잎을 그린다.

초록빛이 생생한 것이 제 할일을 다 못하고 떨어졌나 안타까워 하면서...

저자는 나뭇잎을 있는 그대로 그리며 나뭇잎의 끝부분에 '밑선'이 있음을 말한다. 마치 곤충알같은데 이 밑선은 끈끈한 액을 보내는 분비선으로 가죽나무는 개미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 잎을 갉아먹는 애벌레를 쫒아내기 위해 애벌레가 무서워하는 개미를 이용하는 지혜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가 아주 흔히 보는 길가에 뒹구는 마른 느티나무잎을 주워 그린다.

줄기에 메밀같이 작은 열매가 달려있단다. 단풍나무처럼 열매에 날개가 없으니 잎이라도 이용해 멀리 가려는 것이다. 이런 건 몇 억년을 준비하 아이디어일까? 재치있게 묻는다.

 

 

 나무는 꼭 붙들고 있어야 할 열매와 그렇지 않은 열매를 구분한다.

비비람이 불면 몇몇 아이들은 떨어진다. 그러고나면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얻은 양분을 남은 열매들에게 최선을 다해 전달한다.

튼실한 열매가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낙과들이 애처로워 한자리에 모아놓고 그린다.

아무도 비실비실 마르고 볼품없는 열매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런데 애처로워 그 열매들을 모아 그림으로 남긴다. 참 따스한 감수성이다.

그러니 숲해설을 하고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는 섬세한 눈을 전하는 것이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을 그린다. 비

오래 살고 썩지 않는 비결은 나무 내부에 송진이 쌓여부패를 막는단다. 대부분의 침엽수와는 달리 활엽수의 열매를 만드는 주목은 열매 색깔도 붉어 새를 불러들인다면서 활엽수를 닮아가려는 것일까? 생각한다. 먹으면 달콤한 과육은 씨앗엔 독이 있어세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작은 아버지가 왕위를 빼앗기 위해 햄릿의 아버지가 잠들었을 때 귓속에 넣은 독이 바로 주목 씨앗이었다고 한다.

 

 

 도토리가 달린 루브라참나무 가지를 주어 그린다. 가을에 이렇게 가지째 떨어진 참나무를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도토리에 알을 낳는 도토리가거위벌레 때분이란다. 가지의 잘린 단면이 가위로 자른 듯 반듯하면 이 녀석들 짓이라고.

도토리거위벌레는 송곳처럼 뽀족한 주둥이로 단단한 도토리 껍질을 뚫고 그 안에 알을 낳는다. 도토리가 여물지 않아야 애벌레가 태어나 연한 속살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가지를 통째로 잘라버린다고....

아~ 애벌레와 식물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흔적이다.

재미있다. 담엔 떨어진 가지를 한번 살펴봐야지~~~

 

 

 개나리꽃의 열매를 소개한다. 꽃은 누구나 알지만 열매가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당연히 나도....

개나리꽃이 두가지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두가지 꽃이 함께 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데 꺽꽃이로 가능하니 관상용으로 번식해서 열매를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개나리 열매를 일본에서는 연교(連翹)라고 한다. 그동안 한자 뜻이 '제비 연'과 '뽀쪽할 교'인줄 알고 '그래서 제비 주둥이를 닮았어요' 하고 다녔는데 사전을 찾다보니 '제비 연'이 아닌 '이을 연'에 '깃털 교'라서 깃털보양의 뽀쪽한 열매가 두개나 붙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자신의 실수를 고백한다.

가르치다보면 이런 실수를 자주 하곤 한다는 반성과 함께. 

나도 그렇다. 뒤돌아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다. 이 블로그의 글에도 알게 모르게 많은 오류가 있기도 하다.

 

 

 토마토다. 독이 있어서 오랫동안 관상용으로만 길ㄹ러렀렀다고 한다.

몰랐던 사실이다. 실제로 녹색 토마토에 '토마틴'이라는 독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독성이 그리 강하지 않겠지만

그러면서 저자는 말한다. 여름 채소인 토마토를 계절 구분없이 먹을 수 있어 덕분에 봄에도 토마토를 먹는다고.

그런데 시도때도 없이 쏱아지는 온실채솔ㄹ 보면 마치 양계장의 닭 같은 느낌이라 인간을 위해 길들여지는 토마토를 보니 씁쓸하다는  소회를 적는다. 

어디 인간을 위해 길들여지는 것들이 하나둘이랴~~~

때로는 인간의 독식이 두렵다.

 

 

무엇보다 저자의 재능이 부럽다.

아주 섬세한 감수성을 타고 났다.

그것을 전달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언변도 갖추었다.

원하는 일을 실천하는 추진력이 좋다.

자신의 재능을 가치있는 일에 쓸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

만화가라는 재능은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쉽게 접근하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함께 해보고 싶어하게 만드는 친근함을 갖게 한다.

 

현장으로 돌아가면 저자를 강사로 모시고 아이들과 숲놀이를 해보고 싶다.

내 감성을 아이들이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그림이라는 좋은 도구가 있어 더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그것을 남기고 싶은 것은 종족 보존과 함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아주 근본적인 본성인데

어느새 우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본성을 잃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감정과 내면의 희노애락을 표현할 수 없었고 그러니 불안하고 힘든 삶이 지속된다.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듯하다.

그것이 그림이든 글이든 노래든 춤이든

내가 좋아하거나 가능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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