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 삶창시선 51
이은택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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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올 해 60.

참 뜻깊은 시기에 첫 시집을 내셨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낸 시집을 건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고 하신다.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이 온전하게 같을 수는 없기에...

그런데 올해 내 나이 60이잖어. 그래서 시집 하나 냈어~~~’ 건네면 주는 손도 받는 손도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하신다.

시인의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 그 짧은 문장에도 담겨있다.

앞서가지도, 뒤에 물러서지도 않고,

늘 사람과 함께,

사람을 곁에 두고 함께 하셨다.

 

시인은 지난 베트남 여행에서 시를 우리에게 읊어주셨었다.

시 속에 시인의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모습이,

정겨운 우리네 삶이 담겨 있었다.

진솔한 시는 담백하면서도 여운이 길게 남았다.

그렇게 한번 듣고 스쳐가기에는 소중한 시였다.

시집이 기다려졌다.

시집이 나오기도 전,

남편은 시인의 시집이 나오면 아이들과 함께 하루에 한편씩 읽으며 시집을 내는 것이 올 해의 목표라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 시집이 드디어 시인의 손을 통해 우리 손에 들어왔다.

 

시간과 마음을 비운 후 시집 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를 펼친다.

한 편 한 편 시를 눈으로 담는다.

시는 정겨운 그리움을 담아낸다. 눈을 지나 마음에 들어온다.

내가 12년동안 숱하게 걸어갔던 부소산길'은 그리움을 위안으로 다가오게 하고

깻잎조림을 먹으며에선 소박한 삶에 정겹다가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몇 편을 읽다 시집을 덮는다.

긴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미사여구 없이,

은유나 상징적 표현이 절제된,

우리의 일상을 담아냈는데 잠시 마음의 여백을 만드는 시간을 갖게 한다.

시가 주는 힘이다.

 

시집이 나오던 날, 동료 선생님들에게 시집을 건네주셨었다.

60살이 되어 시집 한권 내보았다고....참 겸손한 마음이다.

시집을 받아든 동료들이 시간이 지난 후 한 분 두 분 오셔서 말하더란다.

시를 매일 한편씩만 읽어야겠다고,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쉬워서

한 편 한 편 아끼며 읽어야겠다고...

? 뒤에 담긴 시가 궁금해서라도 밤새워서라고 단숨에 읽고 싶은 마음이 들텐데...’

성질 급한 나는 생각했었다.

 

그분들의 말이 옳았다.

시집을 덮어야 했다. 아껴두어야 했다.

아까워서가 아니라 긴 여운 탓이다.

그 여운을 오롯이 즐기려면 시집을 덮어야 했다.

 

삶의 진솔함이 묻어나는 언어 속 따뜻한 울림에 잠시 시집을 덮는다.

한 편씩 한 편씩 그 울림을 온전하게 느끼며

긴 시간 행복하게 머금고 싶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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