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어벤져 마블 슈퍼 히어로 시리즈 2
장계성 옮김 / 스크린영어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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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퍼스트 어벤저>의 줄거리를 소설화한 서적. 몇달 전에 나온 <토르>에 이은 '마블 슈퍼 히어로 시리즈'의 제2탄에 해당한다. 보통 해외영화의 소설판(노벨라이제이션)은 두 가지가 나오는데, 하나는 대본 초안을 바탕으로 영화 개봉 수개월 전에 홍보 차원에서 펴내는 성인대상 장편소설이고 또 하나는 최대한 영화 내용에 가까운 내용으로 어린 독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펴내는 주니어 노벨이다. 본서는 이 중에서 후자에 속하기 때문에 상당히 읽기 쉬운 문장과 짤막한 분량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어서 독서 부담이 그리 크지 않으며 한 번 손에 잡으면 하루만에 독파할 수 있을 정도로 술술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14장의 귀중한 영화 스틸 사진(컬러)과 캡틴 아메리카의 의상 컨셉아트(흑백)가 부록으로 실려 있어서 영화의 팬들에게도 나름대로 소중한 자료라고 할 만하다. 영화에서 생략된 자잘한 디테일이나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도 약간이나마 추가되어 있어 영화 장면들을 이해하는 데 가이드로 삼을 수도 있다. (뒤로 갈수록 스티브 로저스의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해 손발이 오글거리는 억지춘향식 설명이 늘어난다는 점은 애교로 봐 주자.)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을 전부 상쇄할 만큼 치명적인 문제가 본서에는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이야기가 영화의 절정 부분까지만 실려 있고 나머지는 '그리고 싸움은 계속된다!'라는 식으로 생략해 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전작 <토르> 소설에서부터 지적되어왔던 문제점인데, 국내 출판사가 빼버린 것도 아니고 그냥 미국에서 나온 원서가 이렇다. 이 영화가 특별히 결말을 미리 누설하면 안되는 반전 드라마도 아니고, 최근까지 출판된 다른 영화의 주니어 노벨들은 결말까지 다 실어주는 게 보통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원서를 출판한 마블 프레스의 독자적인 결정이 개입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나 <토르>와 <퍼스트 어벤저>는 이전의 마블 영화들과 달리 성인 대상 소설판조차도 발매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마블이 영화 관련 출판에 그다지 의욕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기도 한다. (다만 하드커버 장정으로 꾸며진 호화판 메이킹 북을 펴내는 관행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생각해 보면 위에서 말한 이 책의 결점은 분명 국내 출판사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쪽에서도 애초에 펴내는 책의 포맷을 결정할 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대형 사진과 간단한 영어로 철저하게 아동층을 공략하는 무비 스토리북 쪽을 출판하든가, 아니면 영화 대본을 영한대역으로 출판하여 영어공부에 관심있는 일반 독자와 스토리에 관심있는 팬들을 동시 공략하는 전략도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실제로 이런 옵션을 고려해 보았으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포기했을 가능성도 있긴 하다.)

다시 말해서 본서는 독립적인 소설이라기보다는 마블의 공식인증을 받은 영화 <퍼스트 어벤저>의 홍보책자에 가깝다. 사실 이런 상품은 서점에 놓아두고 팔리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영화 본편이 상영 중인 영화관 앞에서 업무제휴를 맺고 팸플릿 비슷한 개념으로 판매하는 편이 좋았겠지만, 영화 자체가 한국에서 별로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고 상영기간도 이미 다 끝나버린 상황이라 그렇게 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물론 <세 얼간이>의 경우처럼 영화 DVD와 패키지로 판매하는 비장의 카드가 아직 남아있긴 한데, <퍼스트 어벤저>가 그만큼 국내에서 화제를 모을만한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 불안 요소로 남는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추억을 되새기고 세부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기념품'으로 본서를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좀처럼 권하기가 어려워서 여러모로 아쉽다. 내년에 제3탄으로 예정되어 있는 <어벤저스>에서는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스크린영어사보다도 마블 프레스 쪽이 잘해줘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니 참 미묘하긴 하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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