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늪 작은도서관 17
김하늬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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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주는 마음
‘나의 아름다운 늪’을 읽고

 연어는 태어난 냇물을 떠나 바다에서 3~4년 동안 지내다가 어른이 되어 자기가 태어났던 냇물로 다시 되돌아온다고 한다.
 연어도 자신의 고향을 아는 걸까? 연어가 그 먼 길을 헤쳐 돌아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학적으로는 연어가 수질을 가려낼 줄 안다는 것이지만, 나는 그보다는 연어가 돌아가고 싶은 고향을 항상 마음속에 그리고 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내가 무의식중에 고향을 꿈꾸는 것처럼.
 나는 가끔 생각한다.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 숲과 곧게 뻗은 길 위로 분주히 움직이는 자동차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아이들 마음이 머물고 쉴 수 있는 고향이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도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을까?
 대자연이 살아 숨쉬고, 언제라도 편안히 달려갈 수 있는 곳, 그런 고향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고향이 있다는 것은 분명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행복한 일이다.
 ‘나의 아름다운 늪’을 읽으면서 나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고향의 냄새를 맡았다. 푸른 보리밭이 펼쳐지고, 늪에 사는 수많은 새들이 정겹게 날아오르고, 물고기들과 곤충들 같은 생명들이 어울려 사는 곳. 바로 내 마음속에 살아 꿈틀대는 고향이었다.
 우포늪은 들어진 그 순간부터 늘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꿈같은 곳, 제아무리 힘든 시련을 겪더라도 서로 도우며 살면 된다는 고향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지 못하는 도시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책 속에서나마 우포늪을 보고, 바람소리를 듣고, 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언젠가는 우포늪을 찾게 되고, 그 곳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아기공룡의 심장 소리를 듣기 위해 언 땅에 귀를 대보는 샘이를 생각하며 우포늪에 귀를 기울여보지 않을까?
 고향을 느끼게 하는 것은 우포늪뿐만이 아니었다.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우리의 정서가 담긴 말들을 살려내었다. 특히 할머니 말 속에서 조상들이 숨겨놓은 우리 옛말의 깊은 맛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밥해 묵고 기운 차리라.’, ‘세상 만사가 다 때대로 순리대로 돌아간다.’와 같은 할머니의 말은 옛 사람들의 생각과 풍습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특히 서마지기 논에 대한 할머니의 사랑도 참 좋았다. 쌀이 남아 돌아 농사를 짓지 않으면 돈을 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할머니에게 서마지기 논은 생명이고 목숨 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공정후를 통해 보여주는 마음의 눈, 마음의 대화도 참 좋았다. 공정후는 철학적인 말로 생각을 깊고 넓게 하게 도와준다. 또 가시연잎과 같은 사람도 좋았다. 자신의 잎을 펼쳐 뭇생명들이 늪을 건널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가시연잎. 공정후 아저씨는 정말 가시연잎 같은 사람이었다.
 또 공정후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면서 자연의 일은 자연이 알아서 하도록 하자고 말하는데 그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벌이는 요란한 환경보호가 아니라, 자연의 일은 자연이 알아서 하는 것이 바로 순리인 것이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강샘이 편이라는 것이다. 할머니, 어머니, 오빠, 고모부, 공정후, 순홍이까지 모두 선한 사람들이다. 실제 현실에서는 좀 더 치열한 아픔이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나, 아버지의 죽음보다 더 큰 아픔은 없겠지만 그 상황에서도 강샘이가 겪어야 하는 아픔은 아버지말고도 많을 것이다.
 또 우포늪과 공룡알이라는 소재가 대자연의 품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자꾸만 ‘우포늪엔 공룡 똥구멍이 있다.’가 떠올랐다. 그리고 비슷한 영상들이 겹쳐졌다.
 또, 아버지가 왜 식물인간이 되어야 했는지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서, 세워놓은 나무 토막 쓰러지듯, 성냥개비 넘어지듯, 툭 넘어져서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샘이에게도 나에게도 좀 더 친절한 설득이 필요했다. 하지만 강샘이가 아빠와 마음의 대화를 하고 도움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몸을 나눠주고 떠나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현실로 받아들이는 장면은 아주 감동적이었다. 큰 아픔과 슬픔이 정화되어 한 송이 꽃으로 행복으로 피어나는 것 같았다.
 나는 강샘이가 길을 잃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우포늪이라는 대자연이 있고, 그런 대자연을 고향으로 간직하고 있는 아이는 마음이 풍요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이는 어떠한 상황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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