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수첩 : 사진 명작 수첩
발 윌리엄스 지음, 박우정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WHAT MAKES GREAT PHOTOGRAPHY? 명작수첩: 사진>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는 '아, 사진의 황금비율을 알 수 있겠구나', '사진의 구도와 색감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겠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봐야지'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책은 위대한 사진을 만든 것은 그 사진이 담은 내용과 그 사진이 불러오는 그 무언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위대한 사진은 의미가 담긴 사진이었다. 책의 들어가는 글과 처음 대여섯 점의 사진과 설명으로 좋은 사진은 멋진 구도와 색감, 기법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어퍼컷을 맞았다. 
 
깨달음을 얻은 뒤부터는 화집 넘기듯이 편안하게 책을 넘겼다. 그리고 참 근사한 사진들과 그 사진을 찍은 사람들의 주옥같은 말들에 큰 인상을 받았다. 지은이 발 윌리엄스는 일, 이야기, 아름다움, 관계, 일상, 집, 갈등, 돌방상황, 움직임, 야외에서 의 10가지로 챕터를 구분했다. 챕터는 사진의 주제 또는 대상이다. 나를 사로잡은 사진 3점을 골라보았다. 
 
첫 번째 사진은 '일 챕터의 첫 번째 사진 루인스 하인의 <방직공장, 미국>이다. 미국의 아동노동현장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루인스 하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두 가지다. 바로잡아야 하는 일들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올바로 인식되어야 하는 일들을 보여주는 것." 사진가는 대통령도, 노동부장관도 아니지만 이 사진을 사회에 보여주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사회는 변화했을 것이다. 
 
두 번째 사진은 '관계' 챕터 있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게슈타포의 정보원>이다. 
지켜보는 많은 눈에 둘러싸여 안경을 쓰고 앉아 있는 한 남자가 게슈타포에 협조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제슈타포의 정보원인 여자는 부끄러움과 수치심, 후회가 느껴지는 표정으로 땅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는 여자는 '어떻게 우리에게! 왜 그랬어!'라는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치고 있다. 관리인, 정보원, 그리고 비난자. 이 세 사람은 극적인 순간을 만들고 있고, 이 사진에서는 인간의 참 많은 심리가 읽힌다. 사진 맨 왼쪽에 줄무늬 죄수복을 입고 정보원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남자를 보면 하나의 드라마가 보인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과정 속의 어떤 상황이 지닌 모든 본질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사진은 에른스트 하스의 <귀향하는 포로들>이다. 오른쪽에 사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남자가 환한 표정으로 앞을 보며 걸어간다. 포로다. 그 옆에 아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사진을 들고 걸어오는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는 여성의 얼굴이 보인다. 혹시 내 아들이 아닐까 얼굴을 쳐다봤는데, 아닌 것 같아서 복잡한 얼굴이다. 내 아들도 오고 있나, 저 사람은 좋겠다 등등. 에른스트 하스는 "가장 좋은 광각렌즈가 필요하다고? 그냥 두 걸음 뒤로 물러서라. 그리고 '무릎을 탁 칠 만한 순간'을 찾아라"라고 했다. 
 
공교롭게 내가 고른 세 장의 사진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진이 아닌 메세지가 강하고 사회적인 이슈를 담은 사진이지만, 이 책에는 노부부가 창문을 사이로 서로 바라보고 있는 사진(래리 설턴 <부엌 창에서의 대화>, 해변 매점에서 핫도그와 커피를 사고 뒤에 줄 서있는 사람들이 많은 사진(마틴 파 <마지막 유원지>) 등 평범하고 자주 볼 수 있는 사진들도 많이 있다.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크게 관심갖고 보았을 것 같지 않았을 것 같은 사진들도 골고루 볼 수 있었던 영양밥같은 책이었다. 이제 사진을 찍는 것도, 사진을 보는 것도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여행가기 전에 구입해서 여행기간에만 반짝 사용하고 집에서 잠자고 있는 나의 사진기를 꺼내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