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릴리 블레이크 지음, 정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보통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있다면 나는 대부분 영화보다 책을 먼저 읽은 분류고 영화보다 책이 훨씬 재미있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지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책보다 영화를 먼저 봤고(게다가 나는 책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책보다 영화가 훨씬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한 첫번째 책(또는 영화)였다.

올해는 백설공주 200주년이라하여 비슷한 시기로 백설공주를 주제로 한 영화가 2편이나 나왔다. 영화 '트와일라잇'의 여주인공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인공을 맡았다는 소식에 강동까지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갈 정도로 나의 벨라 사랑은 대단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배신하지 않았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고민을 했었다. 영화를 본 온라인 지인분들 대부분의 평이 낮았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온 후기를 보면 모두들 내용보다는 그저 크리스틴과 이블퀸의 얼굴을 보기에 바빴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난 후 나의 의견은 정말이지 끝내줬다는 거다.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아름다운 일러스트 같았고 이블퀸이며 스노우 화이트며 그레타며 모두 하나같이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웠다. 혹시 책이 영화보다 별로였다는 생각이 든 건 영화에 대한 임펙트가 너무 강해서가 아니였을까?

사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번역가를 잘못 고른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옮긴 이의 문체와 이 책의 내용은 별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옮긴 이의 문체를 보면 드는 생각은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동화 이야기, 약간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어린 아이들이 밤에 잠들기 전 침대 머리맡에서 읽어주는 그런 동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의 동화라고 하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른다.

원작인 백설공주를 읽으면 가끔 드는 의문점들이 있다. '왜 여왕은 백설공주를 바로 죽이지 않았던 걸까? 왜 백설공주는 처음 보는 노파가 준 사과를 의심하지도 않고 바로 먹었던 걸까?' 등 의문점들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순간(정확히는 영화를 보는 순간) 그런 모든 의문점들은 깨끗하게 해결되었다.

책에서 이블퀸은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한다. 철저한 독재주의자로 자신의 아름다움과 젊음, 권력을 위해 그 무엇도 중요시 여기지 않고 (꾀에 넘어간 것이지만) 자신을 구해준 왕을 결혼식날 밤 왕을 죽인 이블퀸은 물론 악한 존재다. 그것은 말할 이유가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가 과연 그냥 악한 존재이기만 할까? 그녀가 마법에 걸린 건 분명 그녀 자신의 의지가 아닌 그녀의 어머니의 의지였고 몇년 동안 그녀는 그녀의 오빠와 단 둘이서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길거리를 떠돌게 된다. 그리고 몇년 후, 그녀는 자신의 부족과 어머니의 복수를 하게 된다. 이블퀸은 스노우 화이트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그녀와 자신이 연결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고 자신의 오빠가 그녀를 죽이려하자 자신도 모르게 오빠를 말리게 된다. 그녀가 그런 이유가 무엇일지는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녀가 스노우 화이트에게서 어떤 동질감을 얻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스노우 화이트가 그녀를 무찌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었다면,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녀가 아니었다면, 순수한 피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면 이 이야기의 결말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2부가 매우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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