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수집 일기 - 오늘도 사랑할 준비를 한다
이화정 지음 / 책구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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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SNS를 보며 꽤 오랫동안 기다렸던 책이다.

윌리엄모리스의 나뭇잎 패턴을 활용한 표지와 <아름다움 수집 일기>라는 제목이 공개되었을 때,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 시간을 나는 어떻게 지내왔나? 나는 집 주변의 산책길을 낮이고 밤이고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로제트화 상태로 겨울 추위를 이겨낸 들풀들은 고개를 들어 연두빛의 새싹과 다양한 빛의 꽃망울을 틔웠다.

그 들풀들을 보며 나는 얼마나 많은 감탄을 했던가. 그 많은 감탄들이 모여 결국 나의 삶의 의지가 되지 않았던가.

 

 

(p.15) 날마다 사랑할 준비를 한다. 새날을 시작할 때마다 내 앞에 솟아오르고 튀어나올 아름다움을 기대하며 나아간다.

 

 

손에 닿는 전체적인 느낌이 참 좋은 책이다.

한 손으로 책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 책장을 촤르륵 넘길 때의 소리와 질감은

마치 이 책이 나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 느낌 그대로 작가가 수집한 아름다움을 27개의 목차를 통해 확인한다.

고양이, 그림책, 노트, , 엄마, 나무... 작가가 미처 담지 못한 아름다움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기록하고 싶은 아름다움은 무엇이 있을까?를 떠올려 본다.

27개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이 책을 통해서 발견한다.

 

이 책을 같이 읽은 친구가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어제 밤 나의 진한 숙취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을까?”

그 때는 웃으며 숙취가 발생한 원인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답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너가 아름답다고 느꼈으면 그걸로 됨! 너의 진한 숙취를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너의 순수함을 나는 신박한 아름다움이라고 기록해 볼게.“

 

많은 사람들이 규정하는 아름다움이 아닌, 오로지 나를 통해 발견되어 지는 아름다움.

무엇을, 어디까지를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를 숙제로 넘겨받았다.

 

(p.40) 세상의 성과를 표시하는 눈금은 주로 위를 향하지만, 연필은 거꾸로, 아래로 표시되는 눈금이다. 작아질수록 뿌듯해진다.

 

어느 장을 먼저 펼쳐보아도 좋을 책이다.

장과 장 사이에는 작가가 독자에게 함께 해 보자고 하는 미션들이 있다.

이야기를 읽고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이지만 나는 문득,

미션을 수행하고 이야기를 읽으면 작가와 책을 통해 수다 떠는 기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p.50) 긴긴밤 다듬고 어루만진 작가의 언어를 천천히 성의를 다해 읽는다. 조각도를 들고 힘겹게 파 내려간 흔적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하게 그림을 살핀다. 연필로만 표현한 그림 앞에서는 종이에 깃든 시간을 헤아려보려 애를 쓴다. ~ 책에 대해 함부로 해석하거나 나의 부족한 언어로 설명하느라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 감탄하는 마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

 

이 책을 한 번을 읽고는 아쉬워서 두 번째 읽으며 필사를 하고 있다.

킥킥거리며 웃다가, 눈물을 살짝 흘렸다가, 한 숨을 쉬었다가.

문장에, 페이지에 그러다 이 책에 마음을 주고 말았다.

나는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이 책과 작가에게.

그리고 나는 사랑에 빠질 예정이다. 나의 삶과.

 

(p.264) 이제야 수도 없이 읽은 문장의 의미를 알겠다. 나는 새로운 기다림을 시작한다. 오늘도 사랑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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