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를 알게 된 후부터 인상적인 제목 때문에 읽고 싶었던 책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읽지 못했던 책. 그리고 드디어 읽게 됐다.
읽고 난 소감은 이 책도 굉장히 독특한 책이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학대가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조금이나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책 표지처럼 공포스럽게도 하고, 추리 소설 작가 답게 추리하는 과정도 재미있고...
아동 학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고...
하지만 스케일이나 등장 인물은 매우 작다.
사실상 남녀 주인공 2명과 집 하나가 끝이다.
그리고 제목을 보면 뭔가 괴기, 심령 소설일 것 같지만 절대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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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카노는 전 여자친구였던 사야카를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다.
이후 일주일 뒤 사야카는 나카노에게 연락을 하고는 이상한 부탁을 한다.
사야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다며, 아버지의 유품에서 나온 지도와 열쇠를 근거로 어린 시절 기억을 찾으러 가자고 부탁한다.
사야카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낚시를 많이 다녔는데, 가끔은 아무 것도 잡지 않고 온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야카는 낚시를 핑계로 이 지도의 위치에 간 것이 아닐까 하며 추측한다.
또한 사야카는 한가지 사실을 더 고백한다.
자신이 3살인 딸 미하루를 학대하고 있으며, 이것이 어린 시절의 기억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한다는...
결국 나카노는 사야카의 부탁을 들어주고, 지도의 낡은 집을 찾아간다.

지도 속의 낡은 집에 도착한 일행은 이 집안에서 사야카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조사를 한다.
이 집은 23년간 사람이 살지 않았다는 것과 전기, 가스 등의 시설이 되어 있지 않다거나...
23년간 방치됐지만 최근 2-3년전까지는 누군가 왔다갔던 흔적이 있다는 것, 모든 시계가 11시 10분에서 멈춰진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이 집에서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유스케라는 어린이의 일기와 부모의 편지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다.
유스케의 일기에는 부모와 사야카의 이름과 오타미 아줌마, 차미(애완동물로 보이는), 그리고 무지 싫어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 녀석이 나온다.
사야카는 잃어버렸던 기억을 조금씩 끄집어내기 시작하는데...
조사를 거듭하면서 주인공 일행은 이 집에 숨겨진 과거와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잃어버린 사야카의 기억도...
하지만 그 기억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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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 안에 잠재된 상처나 아픔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그리고 책 속의 내용은, 표지보다 더 공포스럽고 비극적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등장 인물은 사실상 2명이고, 겨우 하룻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작은 스케일에서도 많은 추리거리와 놀라운 반전이 존재한다.

흡입력도 강한 편이고, 마지막의 모든 수수께끼가 밝혀졌을 때는 상당히 놀랐다.
또한 마지막에 잃어버린 과거를 밝히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행동도 이해가 간다.
끔찍한 과거와 기억이라면 차라리 모른 체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사야카의 부모님이 사야카의 어린 시절의 과거를 제대로 이야기 해 주지 않은 것은 오히려 현명한 판단이었을 듯.
여러 조각들을 모아 퍼즐을 완성하듯이, 다양한 힌트와 추리를 통해 마지막에 이르러서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데 참 놀랍다.
이것이 추리 소설을 읽는 진짜 재미 아닐까?

잔인하거나 무서운 내용은 사실 없지만 이 책은 한 여름에 읽기에 딱 좋을 것 같다.
읽고 난 후 여운도 꽤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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