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1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 민음사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인간들은 유한한 존재이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희미한 안개 속에 내던져졌다. 그게 우리의 삶이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 존재했던 적이나 있었냐는 듯 언젠가 사라지게 된다, 마치 안개처럼. 그러한 우리의 존재와 삶이 소설 혹은 소셜 속에 나오는 환상의 산물인 아우구스토와 다른 게 무엇일까. 우나무노는 자신의 환상의 산물인 아우구스토의 모든 것을 주관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결국 자신이 창조해내고 죽인 것이라도 다시 부활시킬 수는 없음을 인정한다. 아우구스토는 우나무노가 쓴 소셜의 내용상 죽었지만, 그는 과연 죽은 걸까? 우나무노가 말한 것처럼 아우구스토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걸까? 아우구스토가 말한 것처럼 우나무노도, 이 책을 읽은 우리도 '신'이라는 창조자의 주관 아래 살다가 죽어, 언제 존재하기라도 했었냐는 듯 안개처럼 흩어지게 될까. 하지만 아우구스토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 책까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우구스토가 소셜 속 허구의 인물이라 할지라도 내 손에 생생하게 잡히는 책 속의 이야기의 아우구스토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나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 앞으로도 있을 많은 독자들이 책장을 수없이 넘기는 순간만큼은 아우구스토의 이야기는, 존재는 생생히 살아있는 게 아닐까.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 존재와 인생이 그런 것처럼 그 역시 안개처럼 사라진대도. 마찬가지로 신이 펼친 책장을 덮을 때까지는 우리 존재와 인생 역시 생생한 실제가 아닐까. 그순간까지의 유한성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 우리는 분명한 실재하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매순간을 더욱 겸손하고 후회 없이 살도록 노력해야하는 게 아닐까. 삶이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삶을 살아내다가 사라지기 위하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