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일 - 출근, 독립, 취향 그리고 연애
손혜진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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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게으름을 피울때면 엄마아빠가 등장해 나의 나태함을 자꾸만 깨닫게 만들었다.


...내 집에 엄마가 없고부터 나는 언제 씻고, 먹고, 잘지 스스로 정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그 선택이 어른스러운지는 별개의 문제다.


<어른의 일> 본문, p.89 p.91


전부터 자주 들었던 다이나믹듀오의 고백을 최근에 듣다가 이상한점을 발견했다. 문득 가사에 집중해보니 26번째 미역국도 삼킨것은 물론 소화된지 오래고 군대는 갔다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서른이라는 숫자가 성큼 앞에 와있다. 20대 초반의 나는 나이가 서른쯤 되면 독립을 하고 나름 이 사회속에서 하나의 중요한 요직을 맡으며 사람구실을 하며 살아갈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여전히 캥거루족이며 나 없이도 회사와 이 사회는 잘만 돌아간다. 그 와중에 이제 어리다고 볼수도 없는 나이는 나보다 어린사람들에게 신중하고 나보다 어른인 사람에게는 요즘 젊은이같지않은 듬직한 면모를 어필해야한다. 그런데 어른이 뭐지?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에서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라는데 만19세미만관람불가 영화를 당당하게 볼수있으면, 혼자서 자취를 하고 직장에 다니면, 김광석의 서른즈음 노래중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라는 가사에 공감이 가면 이제 어른인건가? 어릴때 자주 듣던 "'어른'이 일할때 방해하지말라"라는 말의 '일'과 '어른'에 나는 얼마나 근접해있나. 그런 의미에서 나는 28살 이후로 남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일을 하지 않을려고 노력한다. 그들이 나처럼 살지않는다고 틀린것도 아니고 내가 그들처럼 살지 않는다해도 틀린건 아니니까. 결정적으로는 내 인생살기도 바쁜데 남에게 조언해줄수있는 형편이 될정도로 남에게 신경써줄 여력도 없고 그만한 자격이 되는존재도 아니라고 생각하기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내 또래의 다른사람들이 무슨 고민, 일, 연애, 취미생활을 하면서 사는지 알고싶고 궁금했고 그런점에서 유투브에서 브이로그를 많이봤다. <어른의 일> 역시 그런 궁금증에서 읽게된 책이었다.




드디어 제대로 취직을 했다. 매일 취업 포털사이트를 훑고 토익공부에 운전도 배우며


스펙을 쌓았기때문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인 덕분이었다. 그래서 오라는 곳으로 헐값에 불려갔다.


...내 두께가 얇아도 너무 얇았다. 무작정 잘될거라는 생각은 자만이었다.


<어른의 일> 본문, p.p.21-23



전에는 내가 제법 특출난줄 알았는데 지금은 나도 그저 그런사람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평가하거나 재단하는 일을 덜 하게되었다.(차마 그만두었다고 할수는 없다.) 누군가를 혼내거나 탓할 입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른의 일> 본문, p.32



인류가 만들어낸 제도중에서 회사, 그중에서도 '출근'을 좋아한다. ... 그래서 불러주는 회사가 없던 시절은 그 어떤때보다 힘들었다. 지독한 이별을 했을때도 죽을것같지는 않았는데 취업이 안되니 죽을것 같았다.


세상 쓸모없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일을 할때는 내가 세상에, 세상까지는 몰라도 이 회사에, 회사까지는 몰라도 이 프로젝트에 쓸모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어른의 일> 본문, p.39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로 나눠진 출근, 독립, 취향 그리고 연애는 아마 이 세상 사람들이 평생 풀어갈 숙제라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나보다 이 저자가 더 '어른의 일'스럽게 살아 간다고 느낀것이 저자는 내 안에도 내장된 내가 더 나은사람처럼 그럴싸하게 보이게끔 포장하여 말하는 것들에 대해 남김없이 뜯어버리고 이야기한다. 최근의 취업난 속에서 일이 없어 조급했던 출근하고 싶었던 간절함은 어느순간 퇴색되는 순간과 퇴사에 대한 최근 트렌드의 역설이 내 또래의 취준생과 회사원들이 쉽게 공감할 이야기라 생각든다. 나이가 먹고 주변에서 듣는 말들에 대한 복합적감정과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설명하는것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있고 확신하는가라는 생각으로 평소 시덥지 않게 물어보고 대답하는 질문들에 대해 굉장히 신중한 모습과 어른이란 곧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라며 무심한듯 털어놓는 모든일에 번뇌를 하다가도 덕통사고당한 이야기를 할때에는 어딘지 엉뚱한 면모가 보여서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도 일상의 변화를 천천히, 세세하게 이야기 할수있는 필력을 가졌다는게 참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과 함께 그동안 내가 가졌던 '내 또래 다른 어른들'의 삶에 대해 갈증이 좀 해소되었다. 저자의 오목하고 볼록한 요철같은 에피소드에 내가 슬쩍 끼어든거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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