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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 자라지 않는 아이 유유와 아빠의 일곱 해 여행
마리우스 세라 지음, 고인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아버지의 글은 왠지 슬픕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설렘,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아이로 인한 기쁨, 아이의 아픔으로 인한 슬픔과 안타까움,
여타의 많은 감정들이 엄마가 전해줄 때 더욱 와닿을 것이라 믿은 편견을 깨서는 아닙니다.
아버지의 글은 왠지 특별합니다.
작가인 아버지가 써서, 자라지 않는 아들을 일곱 해 동안 바라본 감정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들을 이겨낸 글이어서는 아닙니다.
특별한 아들을 키우면서
너무나 많은 특별한 일들을 해내면서
그냥 아버지이고자 했던 그 마음이 전해집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해왔던 수많은 일들을 똑같이 하고 싶었던 아빠.
무심한 사람들의 비뚤어진 생각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불편한 분위기를 바꾸고 상대방도 같은 편으로 만드는 창의적인 농담도 할 수 있는 아빠.
아이를 휠체어에 옮겨 갈 때마다 어깨에 생기는 침 훈장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빠.
그러나 피할 수 없는 현실.
그 어떤 의사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는 아들의 병명.
평균 수명이 일곱 살 이라는 사실에
아버지를 닮은 자기의 모습을 닮도록 아들이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
축구선수 조카가 멋지게 춤추고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내 아이는 절대 못할거야'라는 절망에
눈물을 흘리고 마는 아빠.
휠체어 탄 아기는 안 된다는 식당 주인과 당당히 맞서 싸워 식사를 하고 나와보니
긴장으로 아들의 유동식 튜브가 잘못 끼워져 있었음을 알게 된 아빠.
딸이 장애인의 누나로 살지 않기를 걱정하다
자신이 장애인의 아빠로 살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된 아빠.
그 아들이 달립니다.
수태고지에 나온 천사처럼
작업실 바닥에 누워, 아니 어른 넷이 팔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잡고 눕혀져
꼼짝않기 챔피언 아들이
<불의 전차>를 배경음악으로 달립니다.
그 작업과 함께 아빠의 글은 끝나고
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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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억을 하지 못한 채
많은 잊지 못할 기억을 안은 채
세상을 벗어나 또 다른 여행을 떠납니다.
가만히 정지되어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움직임으로만 세상을 느끼다
힘차게 달려갑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낀 후에야 내 삶의 작은 행복을 돌아보는 이기적인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