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개 광칠이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5
유순희 지음, 장선환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다섯 번째 이야기<뚱보 개 광칠이>에요.
좋은책어린이 저학년문고가 워낙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시리즈라 고학년문고가 그 명성을 잘 이어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1권부터 5권까지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책이 없네요.
책은 재미도 중요하지만 재미만 추구하는 책은 또 두 번째 손이 안 가는데요.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는 재미는 물론 교훈과 감동까지 더해져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훌륭해요.
반려견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또 그에 따른 문제점들도 많아지고 있는 요즘에 반려견이 있는 친구들은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랍니다.
 주인이 갑작스럽게 이민을 가게 되면서 사촌누나네 집에 입양된 광칠이~
마당이 꽤 넓은 이 집으로 오면서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밀면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먹을 것을 받아먹으며 시간을 보내는데요.
개 자체를 싫어하는 주인 정순 씨와 남편 홍구 씨, 그리고 아들 현빈이와 함께 살면서 광칠이는 이전의 모습을 잃어가고 무기력해져갑니다.
 결국 가족의 이해와 사랑으로 또한 치유를 해가는데요. 광칠이의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개의 속내를 들여다보며 인간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현빈이네 식구들은 다 몸이 뚱뚱해요.
움직이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광칠이 산책도 거의 해주지 않지요. 어느 날 현빈이는 예솔이를 만나기 위해 학의천으로 광칠이를 데리고 산책을 갔어요. 물론 산책이 목적이 아니라 좋아하는 예솔이를 보기 위해서였지요. 현빈인 그동안 예솔이에게 주려고 그린 카드를 내밀었지만 예솔이는 뚱뚱한  현빈이의 손이 더럽다며 싫다고 하네요.
뚱뚱한 게 이렇게 잔인한 말을 들어야 할 정도의 잘못인가 싶기도 하면서 나중에 현빈이의 극적 변화가 기다려지기도 했지요. 꼭 예솔이가 후회하도록 해주길 속으로 바랬어요.
현빈이만 속상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광칠이도 예전에 마라톤 대회에서 만났던 토리와 재회했거든요. 광칠이가 마라톤을 했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뚱뚱해져 버렸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속이 상했을까요?
그래도 토리를 만나 자존심은 상했지만 잊고 있던 개 마라토너의 꿈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네요. 이제 뭔가 변화를 시작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어요.
치킨을 주는 현빈이의 손길을 거절하지 못했고 운동은커녕 먹고 잠까지 잤어요.
가족 중 누구 하나 광칠이가 현재 어떤 모습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신경도 쓰지 않았고 자신의 의견을 내기 위해 짖어대면 시끄럽다고 명령만 했어요.
현빈이네 가족은 기름진 배달 음식을 자주 먹었고 그것을 주워 먹는 광칠이는 점점 더 뚱뚱해져 갔어요.
가족들은 각자의 괴로움이 있어 사는 게 쉽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광칠이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요.
그러면서도 가족들은 말 못 하는 광칠이에게 자신의 힘든 부분을 다 털어놓습니다. 광칠이도 말만 할 수 있다면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뚱보개가 되었지만 아직 자신의 꿈을 놓치지 않고 스스로를 비웃거나 미워하지 않겠다는 광칠이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광칠이를 좀 더 관찰하고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줘야 할 텐데 하는 마음에 제가 다 속이 타들어갑니다.
견디다 못한 광칠이는 고비사막을 달리다 마라톤 선수 레너드를 만나 함께 달렸던 떠돌이 개를 생각하며 자신도 이 집을 떠나면 레너드 같은 마라토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집을 나가게 됩니다.
그러다 산속에서 뚱뚱하다고 버려진 개 한 마리를 만나게 되는데요.
무언가 무서운 존재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어 꼼짝도 못하며 모든 걸 포기한 듯한 그 개를 두고 다시 도망쳐버립니다.
그리곤 결국 다시 희망을 찾아 떠났던 그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지요.
더 이상 자신이 용감하지 않으며 이제 누구의 선택도 받을 수 없는 개가 되어버렸다는 절망감만 가득 안고서 말이죠.
   그리고 광칠이는 우울하고 힘든 나날들을 보내게 되는데요. 그런 표현들이 가족들의 눈에 띄게 드러나게 됩니다. 온 집안의 물건을 물어뜯고 여기저기 똥을 싸기 시작했죠. 광칠이 입장에서는 나 이렇게 괴로우니 살려달라는 절규이자 포효였겠죠.
꿈도 희망도 버린 그저 먹기만 하는 개로서 살아야 하는 고통의 표현이었겠지요.
그렇게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는 뚱보개가 되고 나서야 가족들은 광칠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게 되고 병원으로 향했어요. 그리고 우울증에 걸렸음을 알게 되지요.
의사의 질문에 답하며 자신들이 얼마나 무신경했는지도 깨닫게 되었고 미안한 마음을 느꼈어요.
너무 늦지 않아서, 그냥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지요?^^

가족들은 변하기 시작했어요. 개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법을 배워 같이 하려고 했지만 너무 무거워진 몸 때문에 힘들었고 그래서 물에서 수영하도록 했고 담장 너머로 사람들이 음식을 주지 못하게 경고문도 붙였지요.
그러면서 조금씩 몸이 가벼워지면서 가족의 아픔이 또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광칠이는 또 가족의 위로가 되어주었답니다. 가족이니까요.
현빈이 아빠 홍구씨는 광칠이를 보면서 필요한 운동기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일들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죠.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어요. 광칠이처럼 운동이 필요한 개들이 의외로  많았고 그 사람들도 운동기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무언가 만들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 홍구씨는 몸에 맞지도 않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그만두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광칠이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지요.
이 정도면 광칠이 정말 복덩이 아닌가요?^^
 희망이 없고 늘 우울했던 현빈이네 가족은 이제 밝은 웃음으로 가득합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 신나게 일하는 홍구씨와 친구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꿈을 갖게 된 현빈이, 그리고 그런 가족들을 보며 그저 행복한 정순씨를 보면서 행복이란 만질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작은 것에 만족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 믿음이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더 이상 광칠이는 절망에 빠진 뚱보개가 아니랍니다. 고비사막을 달리던 떠돌이 개처럼 희망을 향해 달리는 마라토너랍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광칠이가 내 아이 일수도 있고 내 주변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꿈도 희망도 잃은 채 그저 현실을 탓하며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억지로 해나가면서 점점 더 불행해지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정말 많으니까요.
가장 행복한 것은 저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때가 아닐까요?
저는 광칠이가 꿈을 버렸을 때 삶의 의지를 버리고, 더 이상 노력도 하지 않았던 모습과 홍구씨가 무기력하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 가구를 만들면서 신명 나하는 모습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어요.
또 힘들었지만 가족의 응원과 격려와 사랑으로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가는 광칠이의 변화도 인상 깊었고요.
 아이의 꿈이 허무맹랑하다고 무시하거나,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희망을 꺾거나, 노력하는 모습이 부족해 보여 못 미더워하고 못마땅해한 적은 없나 돌아보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의 꿈을 자르는 가위가 아니라 거름이 되고 물이 되어야 할 존재니까요.
광칠이가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 희망의 전도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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