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욱이는 좋겠다 즐거운 동화 여행 69
장세련 지음, 박다솜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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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어린이의 즐거운 동화 여행 시리즈는 책 한 권에 단편 동화가 여러 편 들어있는 구성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 한 권에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도 좋지만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을 읽는 것도 꽤나 재미나거든요.
이번 즐거운 동화 여행 69번째 이야기도 '감사'를 주제로 한 8개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답니다.
짧지만 임팩트가 있는 내용들이라 읽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져요. 그게 감사하는 마음의 힘이겠지요.
 


총 8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처음엔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이 책의 제목인 <채욱이는 좋겠다>가 가장 첫 순서를 담당하고 있어요.
 


전학 온 동우가 생일 초대장을 돌렸고 채욱이도 초대를 받았어요.
동우네 집은 단지 내에서 가장 넓은 아파트라서 집에서 생일파티하는 게 이상하긴 했지만 친구들도 궁금했고 채욱이도 마찬가지여서 생일날이 기다려졌지요. 드디어 동우의 생일날이 되었고 동우 방에는 건담 로봇이 가득했으며 채욱이가 꼭 갖고 싶었던 MG 임펄스도 있었죠.
채욱이는 한 번만이라도 만져보고 싶었는데 동우는 새 거라서 만지지도 못하게 했으니 채욱이가 속이 상할 만도 했어요.
아이들이 놀이터로 놀러 나간 후 화장실에 들렀다 가려던 채욱이는 그만 욕심이 생겨 가방에 MG 임펄스를 넣고 맙니다. 며칠 빌려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집에 와서 MG 임펄스를 가지고 노는 채욱이를 아빠가 봤지만 빌려왔다는 말을 믿어주었어요. 하지만 동우의 의심은 벗어나기 힘들었죠.
동우 엄마까지 집으로 찾아왔지만 엄마 아빠가 화를 버럭 내는 통에 그냥 돌아가야 했는데요.


채욱이의 거짓말은 얼마 가지 않아 조용하게 마무리가 됩니다. 엄마 아빠가 동우 엄마를 찾아가 무릎까지 꿇고 용서를 빌었기 때문이에요.
그 모습을 몰래 따라갔던 채욱이가 보게 되었구요. 아빠는 채욱이가 호기심 때문에 잘못을 저질렀고 부모가 잘못 키운 탓이니 자신을 욕하라고 하셨지요. 동우 엄마는 아들을 끝까지 믿어주는 채욱이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채욱이는 좋겠다고 합니다.
제목을 보고 제가 생각했던 '좋겠다'의 의미와는 전혀 달랐지만 부모님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을 위한 배려의 모습을 보고 감사의 마음을 갖지 않을 친구는 없겠지요.
자신을 위해 무릎까지 꿇어야 했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마구 흘렸던 채욱이가 앞으로는 부모님을 실망시킬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저도 부모이지만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그 깊이를 알기가 힘든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님을 둬서 행복하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더 좋은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슴 뭉클했던 이야기 <외할아버지는 거짓말쟁이>에요.
저희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외할아버지를 뵌 적은 없지만 친할아버지와는 함께 살고 있답니다.
하지만 솔직히 할아버지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할아버지는 손주들을 좋아하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서 할아버지만이 줄 수 있는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시고 그래서 아이들은 불편해하고 거리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계원이와 외할아버지의 따뜻한 관계가 부럽더군요.
계원이에게 있어 외할아버지는 무한 사랑을 주시는 분이에요. 계원이 역시 그런 할아버지를 진짜로 좋아하지요.
계원이가 할아버지가 사주는 장난감, 맛있는 음식 때문이 아니라 할아버지 그 존재를 좋아하는 생각이 드니까 제가 외할아버지라도 모든 걸 다 주고 싶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에게서 고요한 흙냄새, 달콤한 땀 냄새, 구수한 거름 냄새, 상큼한 바람 냄새가 난다는 계원이가 할아버지는 또 얼마나 이쁘셨을까요?
 


하지만 그런 할아버지가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나셨어요.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계원이랑 통화하면서 분명 괜찮다고 하셨는데 말이죠.
할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계원이에게 황금 한 냥과 87만 원이 든 통장을 남기셨어요. 아마 마음 같아선 더 많은 걸 남기고 싶으셨겠죠?
계원이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물건을 보면서 엉엉 울고 맙니다.
괜찮다고 거짓말을 한 할아버지라서 원망스럽기도 하겠지만 그 그리움은 또 얼마나 오래 깊게 계원이를 아프게 할까요?
할아버지가 계원이에게 남긴 금과 통장보다 할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예원이에겐 더 커다란 유산이 되었을 거예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살아 계실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왜 그게 살아계실 때는 잘 안될까요?
분명 돌아가시고 나면 엄청난 후회와 자괴감에 빠질걸 알면서도 말이죠.
아마도 금세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어리석은 믿음 때문이겠죠.
부모와 다르게 조건 없는 무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할머니, 할아버지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겐 그 사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저도 많이 하는데요. 이 이야기를 읽고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더 서로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싶었네요. 서로 후회하기 전에.

사랑에는 다양한 관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조건 없는 사랑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에서는 가족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랑에 대해 그려지고 있고 사랑을 넘어서 그 사랑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함을 말하고 있어요.
우리는 너무 가까워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그 감사함을 잊을 때가 많은데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가까울수록 더 감사함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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