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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장갑 ㅣ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106
이상교 지음, 오정택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좋은책어린이 저학년문고 106번째 이야기
<붕어빵장갑>이에요.
올겨울에 잘 어울리는 따뜻한 감성이
녹아있는 책이죠.
좋은책어린이 저학년문고는 그림책을 막 벗어나 문고를
읽기 시작하는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들이 읽기에 딱 좋은 시리즈인데요.
5학년인 딸아이도 참 좋아하고 저도 좋아해서 사실 나이 불문하고 누구나 읽어도
좋답니다.
그래서 늘 다음 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아영이는
할머니께 크리스마스 선물로 엷은 분홍 바탕에 하얀 물방울무늬의 털이 고운 벙어리장갑을 선물로 받았어요.
그 장갑이 너무 좋아서 이다음에 커서도 맨날 끼고 다닐 거라며, 쭈욱 잡아당겨 중학생까지는 낄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할머니와 약수터에 다녀오는 길에 그만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리고 말아요.
아영이가 장갑을 잃어버린 것을 모른 채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며 떨어져 있던 장갑 한 짝이, 아영이를
소리쳐 부를 수도 없어 안타까워하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런 생각의 전환들을 책을 통해 만날 때마다 저는 참
좋더라구요.
물론 장갑이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만 언제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 전달은 확실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장갑을 잃어버린 아영이도 속상하겠지만 주인을 잃은 장갑도 속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거 참
좋았어요.
아영이가
장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고 바로 온 길을 되돌아가보았지만 길에 떨어진 장갑은 없었어요.
길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장갑을 나뭇가지에 걸어둔 거죠. 누군가의 호의였겠지만 아영이가 머리 위의
나무를 볼 생각을 안 했을 테니까 저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할머니와 함께 찾았다면 발견했을 텐데 하는 마음도 현실적으로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나뭇가지에 걸린 장갑 한 짝은 동물들과 재미난
케미를 만들어냅니다.
장갑의 용도를 모르는 숲 속 동물들은 이 장갑이
먹을거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도 사람들 속에서 좀
살아봤다고 길고양이는 이 장갑의 이름과 용도를 알고 있네요.
여기서
생각할 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가 그냥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벙어리장갑의 이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만들어요.
책 말미에
'작가의 말'을 통해서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의도를 알고 이 부분을 읽으니 더 진지하게 읽게 되는 것
같아요.
벙어리라는 말이 썩 듣기에 편한 말은 아닐 텐데 왜 장갑에 그
이름이 붙었을까? 작가뿐만 아니라 독자도 한번 생각해 보는 거죠.
길고양이 말대로, 혹은 저자의 생각대로, 벙어리장갑을 끼면 무얼 줍고 잡는 일이 서툴러 듣지 못하고
말 못 하는 서툰 벙어리를 빗대어 이른 말일까?
저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쓰던 말인데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이겠구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느껴졌어요.
길고양이 말을 들은 분홍 장갑은 상심하지만 분홍 장갑이 걸려있던 나무가 따뜻하게 위로를 해주네요.
사람들의 시린 손을 손가락장갑보다 더 포근하고 따스하게 감싸주고 있다고 말이죠.
그렇게 분홍 장갑은 나무에 걸린 채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합니다.
어디가 꽃이고 어디가 분홍 장갑인지 모르게 분홍 장갑은 꽃처럼
아름답네요.
나무는 꽃나무 아래로 놀러 온 토끼를 보며 분홍 장갑이
토끼의 귀를 닮았다며 토끼귀장갑이라고 부르겠다고 하네요.
벙어리장갑보다
토끼귀장갑이라고 해도 너무 귀엽겠어요.^^
드디어 붕어빵이
등장하네요.
아영이는 약수터 가는 길에 붕어빵을 사 먹게 되는데요.
붕어빵을 보면서 벙어리장갑이 떠올라서 할머니께 벙어리장갑과 붕어빵이 닮았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모양이 비슷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어요.
그런데 하필 그 붕어빵 가게 주인이 청각장애인이었고 그 옆에
아영이 또래의 남자아이가 아영이의 말을 듣고서 아영이를 노려보았어요.
아영이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 남자아이에게는 그 말이 상처였을 수도
있겠죠.
이
책에서는 장갑들이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나와요.
사람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장갑들의 소곤거림을 우리도 들을 수 있지요. 여기에서도 이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할머니가 아영이의 선물을 고르러 간 상점에서 장갑들이 소곤거리는 이야기, 아영이의 책상 서랍에서
장갑이 나누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서도 우리는 소소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요.
특히나 요즈음은 워낙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런 글을 읽으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구나 하는 걸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영이가
그 붕어빵 가게에서 봤던 남자아이는 아영이가 다니게 된 글밭 학원에 다니고 있는 진묵이에요.
아영이는 진묵이에 말을 걸고 싶은데 그때 그 일이 걸려 차마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비 오는 어느 날, 진묵이 엄마가 우산을 들고 오셨어요.
진묵이와 엄마는 손짓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영이는 손으로 하는 말이 마치 꽃잎이 활짝 피어났다 오므라들었다 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또
눈, 코, 귀가 다 말하는 것 같다고도 하죠.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이런 표현들을 발견할 때 때 참 좋아요.
작가의 색다른
발상과 표현을 만날 때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 느끼게 되네요. 표현이 참 예뻐서
좋았어요.
아이와 엄마의 밝고 서로 사랑하는 느낌이 가득한 표정도
좋았구요.
마음에 따뜻함이 가득한 두 아이는 그런 마음을
담은 글로 상도 받지요.
글은 그 사람을 잘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아요.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글은 읽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달이 되었겠지요.
아영이와 진묵이는 드디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진묵이네 가게로 떡볶이를 먹으러
갑니다.
학원에 늦을까 봐 급하게 꺼낸 짝짝이 장갑을 나눠끼고
말이죠.
짝짝이면 어때요? 따뜻하면
짱이죠.^^
<붕어빵 장갑>은 장갑처럼 따뜻하고 붕어빵처럼
달콤한 이야기로 읽고 있으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어 준답니다.
우리가
그냥 쓰고 있던 벙어리장갑을 가지고 이런 따뜻하면서도 메시지를 던져주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니 대단하다 싶기도
해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들을 찾아 좋은 말로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니까 공감대만 형성해간다면 조금씩
바꿔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올겨울 아이들에게 이 책 한 권 건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붕어빵 먹으면서 읽으면 더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