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콩깍지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104
최은영 지음, 한지선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좋은책어린이 저학년문고는 저희 집 아이들이 믿고 보는 책이랍니다. 이 시리즈의 어떤 책도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죠. 특히나 제목에서 눈길을 확 사로잡아 흥미 유발하는 것도 최고예요.
이번 104번째 책 <내 눈에 콩깍지>도 제목만으로 두 아이의 선택을 완벽하게 받았답니다.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책이 아니었어요. 제목은 물론이고 내용도 아주 재미있었죠.
특히나 표지의 그림을 보면서 그림이 익숙하다며 집에 있는 몇 권의 책을 말했는데 딱 이 책 그림작가가 그린 책이더라구요.
글을 쓰신 작가도, 그림 그리신 작가도 아이들 눈에 익숙해지면 더 반가워하며 그 책을 더 관심 가져주더군요. 그래서 이 책은 양쪽으로 두 배 더 좋아했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선규에요.
직진남이면서 추진력이 좋은 친구랍니다. 좋아하는 혜리를 따라서, 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바로 바꿀 정도예요.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있을 혜리의 얼굴을 상상하며 문밖에서 기다리며 행복해하는 선규를 보면서 자신의 마음에 참 솔직한 친구구나 싶더군요.
혜리가 좋아진 건 새 학년이 된 첫날 교실에서 처음 보면서부터 랍니다.
선규의 심장이 고장난 것처럼 쿵쿵거렸고 혜리가 운명의 짝이란 생각에 피아노 학원까지 바꾼 거예요. 선규 참 귀엽네요.
하지만 살짝 안타까운 점은 선규가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피아노 수업을 받지도 않고 혜리를 집에 데려다준다며 앞장서 가네요.
역시 직진남!^^

초등생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던데 선규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엄마도 선규가 혜리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계시네요. 반 친구들이 다 혜리를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엄마가 묻자 선규는 혜리가 자신만 좋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네요.
아빠는 혜리에게 선물을 주라는 조언을 해주는데 선규가 선택한 선물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고 아끼던 모형 자동차였어요.
다른 사람에게 주기엔 아깝지만 혜리에게는 전혀 아깝지 않았죠. 선규가 혜리를 진짜 좋아하나 봅니다.

선규는 혜리에게 준비한 선물을 건네줍니다.
혜리의 반응이 너무 미지근해서 선규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거라고까지 했는데 혜리는 소미의 동생이 좋아하는 거라고 하자 소미에게 자동차를 줘버리네요.
자신은 자동차를 안 좋아한다면서.
자동차를 선물로 준비할 때부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왜 엄마 아빠는 선규에게 조언을 더 안 해줬을까요?^^
어찌 되었든 선규의 아끼던 자동차는 소미의 손으로 넘어갔어요.
다만 혜리가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지우개를 선규에게 선물로 주었으니 선규의 기분이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러나 그 기쁨을 맘껏 즐기지도 못했는데  혜리의 짝꿍인 유현이의 필통에도 똑같은 지우개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말았죠. 선규의 속이 너무나 상했겠죠. 왜 안 그렇겠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혜리가 자신에게만 특별하게 준 선물이라 생각했는데 엄청난 라이벌이 생긴 거니까요.
그날은 선규네 모둠이 청소를 하는 날이었어요. 선규는 혜리에게 유현이한테 왜 지우개를 줬는지 물어보기로 했지요. 역시 저돌적인 직진남이에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어요. 유현이가 혜리를 도우려고 할 때 선규가 유현이를 밀면서 책상이 밀려 올려놓은 의자가 떨어지면서 혜리가 다칠뻔한 거죠.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선규의 마음이 답답할 것 같네요.

아빠는 선규가 혜리에게 점수를 따려면 멋지게 행동하고 멋지게 말해야 한다고 또 조언하네요.
아빠가 좀 제대로 조언을 해주면 참 좋을 텐데 선규에게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아요.^^
다음날 선규의 옷차림 좀 보세요. 체육이 있었는데 혜리에게 잘 보이겠다는 그 마음 때문에 근사한 옷차림을 하고 학교에 왔잖아요. 이 선택은 또 선규를 곤란에 빠뜨리게 되거든요. 이 불편한 옷차림을 하고 줄넘기를 하다 바지가 찢어지고 말아요. 친구들 앞에서, 특히 혜리 앞에서 웃음거리가 된 선규가 너무 안타까워요.
 자동차 선물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에는 선규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 혜리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지우개였는데요. 어쩌죠. 선규가 준비한 지우개는 혜리네 문구점에서 사 온 거였어요.
이번에도 또 혜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실패했네요.
소미는 그런 선규에게 혜리가 솜사탕과 뽑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전해주었고 선규는 엄마 아빠와 함께 열심히 준비했지요.
그런데 혜리는 선물도 받지 않고 선규에게 화를 내는 거예요.
알고 보니 혜리가 치과에 갔는데 이가 썩어서 엄마가 솜사탕과 뽑기를 금지시켰대요.
이렇게 타이밍이 안 맞을 수가 있나요?
하지만 제가 혜리라면 노력하는 선규가 싫지 않을 것 같아요.
선규는 혜리를 향한 마음을 접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혜리와 소미가 학원에 오지 않는 선규를 만나러 집으로 찾아왔네요.
마음을 접으려 했던 선규의 마음이 다시 콩닥콩닥 뛰기 시작합니다.
혜리도 자신을 좋아하는 거라고 믿고 싶어지지요.
그런데 엄마는 혜리보다는 소미가 더 마음에 드시나 봐요.^^ 선규는 자신과 혜리와의 앞날이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눈에 씐 사랑의 콩깍지를 믿어봅니다.

초등 저학년의 풋풋한 마음을 잘 그려낸 책이었어요.
고학년이 되면 자신이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저학년은 그래도 자신의 마음을 과감하게 드러내는데 망설임이 적지요. 선규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잘 대변해 주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우왕좌왕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모습이 더 사랑스러웠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사람에겐 무엇도 아깝지 않은 마음, 그 마음들이 때로는 실수로 보인다 하더라도 결국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라는 것을 이제 막 이성친구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갖기 시작한 친구들에게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좋아하는 친구가 없다는 딸아이와 아들 녀석에게 언젠가는 선규처럼 마음을 콩닥거리게 할 이성 친구가 나타나겠지요?

처음엔 선규처럼 서투를지 모르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있어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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