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집 사람들 ㅣ 즐거운 동화 여행 67
장지혜 지음, 공공이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12월
평점 :
가문비어린이의 따끈따끈한 신간<이 집
사람들>이랍니다.
즐거운 동화여행 67번째 이야기인데요. 역시나
가문비어린이만의 따뜻함이 묻어있는 책이네요.
나를 가장 마음 깊숙이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단어가 저는 '가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은 그 가족에 대한 내용이며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책이에요.
나이가 들면서 세상 편한 지금보다 삶은 조금 불편했어도 느리게
살았고 정이 넘쳤던 예전이 점점 더 그리워지네요.
지금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어떤 세상을 그리워하게 될까요?
문득 그게 참 궁금해집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동수도 무엇이 중요한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동수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그리워지는 어린 시절을 만들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네요.
동수에겐 고모가 셋 있어요.
하지만 세 명 모두 인생이 평범하지는 않네요. 동수는 서울 외곽에 있는 변두리 동네에 살고 있는데
나름 영재 소리를 듣는답니다. 엄마는 시댁 가족이 모두 모여 사는 이 동네를 동수가 국제중학교에 들어가는 핑계를 대서라도 떠나고 싶어
하죠.
하지만 동수는 이 동네가 참
좋습니다.
동수의 할아버지 집에서 세 고모가 함께 살게 된 사연들도
남달라요. 큰 고모는 고모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억척스레 일해 돈을 벌어 집도 두 채나 샀지만 수선집을 하며 할아버지네서 살고 있고 둘째 고모는
교회에서 전도사를 하며 독신으로 살겠다고 하지요. 막내고모인 피리(필희)고모는 중졸로 폭력적인 고모부와 이혼하고 할아버지네로 와서 살고 있어요.
동수 엄마 입장에서는 남편의 누나들을 보고 있기가 쉽지는 않겠다 싶네요.
동수는 학원에서 영재 클래스에 합격하여 다니기
시작하는데요.
교실에 창문도 하나 없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립니다.
동수가 어떻게 영재가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많은
가족 속에서 살면서 배운 것들이 남달랐을 거예요. 엄마 입장에서는 동수가 무엇 하나 배울 사람이 없다고 했지만 열심히 사는 큰고모와 나눔을
실천하는 둘째 고모, 그리고 늘 긍정적인 피리고모에게서도 분명 배울 것이 있었을 테고 할아버지의 뽀빠이 슈퍼 평상에서도 동수는 학원에서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웠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자유로운 동수가 창문 하나
없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테죠.
게다가 동수 때문에
엄마와 아빠가 다투는 일까지 생기자 동수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평상에 누워 평상에서의 시간들을 추억하는 동수를 보면서
추억이 있다는 것,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 있다는 것이 참 의미 있고 필요한 일이구나 싶더군요. 아이에게 공부한 기억밖에 없다면 그건 정말로
아이의 인생에 가혹한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가를 계속
자문해 볼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동수가 왜 국제중학교에 가는
게 목표인지도 모르고 그저 달리고 있었던 것을 보면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수 있죠. 엄마가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동수의
목표가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다음 동수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지더군요.
결국 동수네는 학원 근처로 이사를
갑니다.
이사 가기 전날 동수네는 이렇게 할아버지네 모여 온 가족이
식사를 하네요.
요즘엔 보기 드문 광경이지요? 대가족이 이렇게 자주
모이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저희 친정집도 식구가 많은데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명절을 제외하면 쉽지가 않아요. 하지만 온 가족이 모이면 참
재미있고 아이들은 특히나 더 좋아하지요.
그런데 동수는 이런 가족
분위기에서 자랐으니 더 그리움이 크겠지요.
동수네 가족은 헤어지면서
눈물바다가 됩니다.
엄마만 빼구요.
동수는 새 학교와 새집에 적응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죠.
동수가 살던 큰빛동이 늘 그리웠으니까요. 그곳이 그리워 승현이 형을 찾아갔지만 차갑게 대하는 형한테 마음이 상하고 결국 학원에서 덩치랑 싸우고
지하철을 타고 그리운 옛 동네로 가봅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뽀빠이
슈퍼에서 형이 주는 보름달 빵에 그만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지요.
동수는 주말 동안 할아버지 집에서 지냈고 그해 여름방학 동안에도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그
시간 동안에 대가족인 만큼 여러 일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승현이 형이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일이 가장 큰
이슈였지요.
암튼 동수는 피리고모의 청소를 도와주면서 작은 깨달음을
얻었고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동수는 다시 학원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원장님께 골드 클래스 강의실에 창문이 없어 힘들었다고
창문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하지요.
동수가 학원을 안 다니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더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뽀빠이 평상에서, 문제 많은 대가족 사이에서 배운 것이 많았구나
싶더군요.
큰빛동이 곧 재개발이 된다고 합니다. 미로 같은 골목들,
할아버지 한옥집, 뽀빠이 슈퍼, 그 평상들은 모두 사라지겠지요.
동수는
승희 누나가 준 연필로 큰빛동 풍경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동수가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질지도 모르니까요.
동수는 영재입니다. 학원도 안
다니고 외국도 안 다녔지만 영어를 잘하지요. 엄마는 그 비법이 교재와 독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TV보다 테레비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테레비에서 나온 만화영화를 보면서 영어 실력을 키웠답니다. 엄마아빠가 맞벌이하느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동수가 영어를 잘하게 된 이유는
엄마도 모르는 비밀이었어요.
거기에 대가족 안에서 자라며 감수성도
풍부해지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잘 알게 되었지요. 엄마는 이런 시댁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동수는 그런 환경이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답니다.
동수가 큰빛동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소소한 문제들이 늘 발생하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정이 오가는, 함께 걱정하고 함께 기뻐하는 이 집 사람들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엄마도 그곳을 떠나서야 그곳의 따뜻함을 느끼게 되지요.
우리들도 그런 시대가 너무 멀어져 버려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나 봅니다.
동수의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며 무엇이 삶에서 중요한지 한 번쯤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