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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불러 줘 ㅣ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1
서지원 지음, 백대승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좋은책어린이 저학년문고는 워낙 유명하고
또 인기가 있지요.
그림책에서 문고책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읽기에 딱 좋은
책들이라 저희 아이들도 참 많이 읽었던 시리즈랍니다.
그런데 이번에
반가운 소식이 있어요.
바로 고학년들을 위한 좋은책어린이 문고가
나왔거든요.
그 첫 번째 이야기가 바로 <내 이름을
불러줘>랍니다.
좋은책 어린이 저학년 문고는 내용이나 그림이 딱
저학년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인데요. 고학년 문고는 역시 그림의 양이 적고 글밥도 상당합니다.
저학년문고로 문고의 재미를 아는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어요.
그만큼 스토리가 상당히 괜찮습니다.
처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반려견에 대한 내용인 줄
알았어요.
주인을 병으로 잃고 떠돌던 레미가 은우를 만나는 과정에서
반려견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가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어요.
레미이자 스누피는 독자들이 이 스토리에 더 몰입을 하게 하는
색다른 전달자라고 볼 수 있겠더라구요.
서술자가 누구냐에 따라 독자의
몰입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본다면 레미이자 스누피는 아주
훌륭한 전달자였답니다.
은우는 그냥 떠돌이개가 보호소에
끌려가는 것만 막아주려고 했었을 거예요.
하지만 레미는 그런 은우에게서
착한 마음을 읽었겠지요.
자신을 돌봐줄, 이 떠돌이개의 신세에서 벗어나게
해줄, 그리고 자신의 진짜 친구가 되어줄 그런 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거예요.
외로움과 두려움에 지쳤던 레미는 염치 불고하고 은우를 따라가고 우여곡절 끝에 가족이
됩니다.
은우의 몸이 좋지 않았고 은우가 쓰러졌을 때 은우를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스누피가 애를 썼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아픈 은우에게 스누피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기
때문이지요.
역시 은우는 보통 병이
아니었군요.
이제 앞을 볼 수도, 제대로 걸을 수도, 밥도 못 먹고 숨도
제대로 못 쉬게 되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병에 걸린 은우.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스누피를 앞에 두고 오열하는 그 마음이 와닿아 굉장히 슬펐어요.
감기 걸려 힘들어하는 아이만 봐도 마음이 아픈데 희귀병에
걸린 아이를 봐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참혹한 일이니까요.
병원 밖에서 은우를 기다리던 스누피는 은우가 아프다는
소리에 병원으로 미친 듯이 뛰어올라갔고 병원 사람들은 스누피를 밖으로 내쫓으려 했지만 은우의 안정을 위해 병실 안에만 있게
했지요.
은우의 병은 에이엘디(ALD)라는 병이었는데 병이 나타나면
6개월 안에 시력과 청력을 잃고 이 년 남짓 식물인간으로 살다 죽게 된다고 해요.
의사는 결국 죽게 된다고 했지만 엄마 아빠는 포기할 수 없었어요.
집에 잠시 퇴원했다가 점점 증세가 심해져 은우는 다시 어린이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어요.
스누피를 집에 두고 공항으로 갔는데 거기까지 따라온 스누피를
차마 두고 갈 수 없어 서울 병원까지 데리고 갔고 은우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스누피는 아픈 은우에게도, 절망스러워하는 엄마에게도 큰 위안과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은우는 점점 나빠지기만
하지요.
곧 다가온 은우의 생일에 엄마 아빠는 기억에 남을 생일
파티를 열어주기로 하고 온 동네 친구들을 다 초대했는데요.
그런데 생일
당일에 아무도 오지 않았더라구요.
정말 여기 읽는데 화가
나더군요.
전염병도 아닌데 그 아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생일에 꼭
그렇게 대응을 했어야 하나 싶어서 말이죠.
너무
속상했어요.
내 아이가 이 상황이라면, 내가 은우의 엄마였다면 정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을 것 같아요.
그래도 속상해하는 은우에겐 스누피가
있었죠. 은우를 카트에 태워 신나게 달렸답니다.
스누피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개지만 어쩌면 인간보다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요.
사실 저는 반려견을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어 키울 예정은 없지만 진심으로 반려견을 사랑하는 분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반려견을 가족이라고 부르는지도요.
은우는 지방산을 소화시킬 수 없어서 음식을
먹고 나서 생긴 지방산들이 분해되지 않아 계속 몸속에 쌓여 뇌를 마비시키고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먹는 것을 많이 제한해야 하는데,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상황인
거죠.
엄마 아빠는 점점 상태가 심해져 가는 은우를 보면서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아픈 아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그렇다고 엄마 아빠가 그냥 그대로 은우를 포기했을까요?
엄마 아빠는 도서관과 연구소를 드나들며 각종 서적과 논문을 찾아보았고 그러다 특수한 올리브오일이
포화지방산을 없애는데 쓰인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하지만 이 오일에서
독성을 추출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게 될 거고 오일을 얻는다 해도 양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아빠는 망설였지만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답니다.
경제적으로는 점점 어려워지고 은우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던
그때, 작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던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올리브오일을 추출하는데 성공한 박사님의 도움과 엄마 아빠의 헌신으로 은우는 오일을 먹기 시작했고
은우가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상태가 나빠지지 않았다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은우가 먹은 올리브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고 이 오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이 병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엄마 아빠는 더
적극적으로 병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오일을 연구하는데 돕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답니다.
은우가 자리를 털고 정상이 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6개월이면 죽음에 이른다고 하던 병을
이겨내고 이십 년을 더 살고 있는 기적을 보여주었어요.
엄마 아빠가
은우를 포기했다면 은우의 삶이란 더 없었을 것이고 은우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었겠지요.
더 안타까운 것은 은우보다 엄마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항상 은우 옆에 있던 스누피도 은우보다 먼저 조용히
눈을 감았답니다.
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인
걸까요? 새드엔딩인 걸까요?
금세 죽을 것 같았던 은우가 오래 살수
있었던 것, 치료약을 발견한 것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엄마도 스누피도 은우보다 먼저 세상을 떴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이
새드엔딩이네요.
그리고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도 이
이야기를 더 감동적으로 느끼게 했답니다.
저자는 미국에 살던 '로렌조
오도네'의 실제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쓰기 시작했다고 해요.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의 바탕이 되기도 했구요. 영화를 한번 찾아서
봐야겠어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의 마음으로 읽게 되었어요.
저보다 먼저 책을 읽은 딸아이가 실화라는 것에 놀라며 너무 슬프고 감동적이었다고 해서 저도 기대를 하면서 읽었는데요. 아마도 아이가 느낀 슬픔과
제가 느낀 슬픔의 성질이 달랐을 거라 생각해요. 아픈 자식을 바라봐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떼어놓고 객관적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없었고 기적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에 무한 공감을 하면서 읽었으니까요.
자식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 반려견에 대한 사랑, 주인에 대한 사랑, 나를 넘어 타인에 대한 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며 결국 이 사회가 조금이나마
아름다울 수 있고 희망적일 수 있는 것은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네요.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읽어보면 명명한다는 것의 큰 의미를 느낄 수 있지요. 은우가 떠돌이 개에게 '스누피'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을 때 이미 둘의 관계는 시작되었고
특별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