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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아내가 너무 좋다
임석원 지음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6월
평점 :
사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개인의 자서전
같은 책을 읽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든 것은 사실이다. 읽을 책은 세상에 넘쳐나고 내 시간은 한정이 되어 있는데 검증되지 않은 사람의 책을
읽는데 내 시간을 쏟아야 하나 하는 못된 심보도 없지 않았다.
이 사람이
나는 누군지도 모르고 그가 살아온 인생길처럼 누구나 책 한 권 쓸 정도의 고난은 있고 스토리는 있지 않나? 하는 마음도 물론 있었다. 그러다가
50여 장이 넘어가면서 이내 드는 생각이 내가 왜 책을 읽느냐 하는 본질적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내가 가진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불량한
지 깨달았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라는 말처럼 누구든 나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 세상 속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내가 취할 감동은 내가 마음의 문을 얼마나 여느냐, 내가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이지 그것이 누구이며 무엇인지에 달려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한참을
모자라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아마 내가 처음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에 대해 장고를 하게 된 것은 초반의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길들이는 상황, 그것을 그냥 보고만 있는 남편, 그것을 묵묵히 견디는 답답한
며느리, 이 삼각형이 주는 갑갑함이 이 책에 대한 작은 분노를 일으켰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고구마 먹다가 딱 동치미 국물이 필요한 이 상황들~~
그래서 책을 읽다가 내려놓다가 몇 장 읽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이 책을 끝까지 읽고, 그의 인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그의 첫 결혼 초기에 대한 분노를 누그려뜨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삶을 대하는 자세와 정말 치열하고 열심히 자신의 삶을 채우시는 분이구나
인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외에 나가 맨땅에 헤딩하듯 적응하는
과정에서도 방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 가고, 모른다고, 처음이라고 물러서는 게 아니라 나름의 방법으로 과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은 지금의 나약한
젊은이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아내분이 치열한 시집살이를 견딜
수 있게 한 부분도 이런 남편에 대한 무한 신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어쩌면 당시 여자가, 며느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리라 나도
조금씩 꼬리를 내리게 되었고~^^
부모님을 잘 모시려는 남편에
순종하느라 신혼 생활도 포기하고 남편 없는 시댁에서 2년이나 살아야 했던 아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속이 부글부글했지만 그 고마움과
미안함을 남편이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내는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겠구나 또 이해가 되었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남편이 없는 데다 대쪽같은 시어머니와
사는 생활이 오죽했을까?
설상가상으로 임신 중이었던데, 아내는 외로움에
치를 떨고 있었고 그것은 그녀의 편지에서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게다가 아기가 생후 25일 만에 죽고 말았다니....
이건 정말 남편의 이기심과 지나친 효심으로 인한 건 아니었을까?
그녀의 편지에는 제발 살려달라고 드러나지 않는 애원을 하고 있었다. 남편 없는 시집살이, 사랑하는
아기도 잃고...
그녀의 고통이 오롯이 내게로 느껴졌다. 저자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아내가 단순히 투정을 부리는 것이 아닌데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내가 다 속상하고 짜증이
났다.
그래도 저자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그가 얼마나 그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는지, 그의 삶의 태도를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그라고 해서
왜 한국에서 아내와 오손도손 살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 당시 장남의 멍에란 벗으려 해야 벗기 쉽지 않았었을 테지.
처음에는 읽는데 속도가 나지 않았지만 점점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부부의 긴박함에 나도 모르게 자꾸 뒷이야기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아내분이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시댁을 떠나 온전히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때는 읽는 내가 다 행복해지더군.
괴로웠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 된 것 같아 그 시간이 더 길었으면 하고 내가 다 바라게 되었다.
나는 내 아내가 너무
좋다.
이 글 귀 하나로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속이 부글부글하던 것이
싹 가라앉았다.
저자가 아내의 노고를 당연시 여겼거나 아내의 하소연을
그냥 징징거림으로 여겼다면 그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힘들었을거다.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미안해하고 감사해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거라 생각하며 두 부부의 독실한 신앙심도 두 사람이 굳건함에 큰 힘이 된 것
같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이런 독실한 믿음을 가진 분들을 보면 그
마음이 내심 궁금해지기는 하다.
베이비 부머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국가적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세대임에도 그만큼 인정받지 못함은
다소 안타깝게 느껴진다.
물론 그들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시대를 살았고 기회가 있었다면 부를 쌓는 것도 지금보다야 훨씬 수월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지나온 삶이 어쩌면 지금의 젊은이들보다는 나은 거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그들이 살면서 마음 가는 대로, 내가 하고픈
대로 하지 못하고 산, 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저자의 은퇴 후의 삶에 응원하고 싶어진다.
돈을 벌기 위한 일은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삶~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면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실 나도 늘 고민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고 노후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말이다.
벌써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 아직도 모든 것이 불안하고 불완전하고
불투명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시작을 하지
못했을 뿐이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한다.
이 저자처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먼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더 진지하게 더 고민해봐야겠구나
싶다.
굉장한 감동이 있거나 교훈이 있거나 하는 책은 아닐지도
모르나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당시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충을 이해하고 부부간의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의 꿈을 함께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