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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연주 은따 유리 ㅣ 청소년 우수작품집 시리즈 1
유하은 지음, 오묘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보자마자 딸아이가 유하은 언니 책이라며 정말
반가워하더군요.
현재 중학교 2학년인 유하은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플루티스트 딸과 연예인 딸>이라는 장편 아동소설을 쓰고 출간할 만큼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소녀랍니다.
<왕따 연주 은따 유리>는 청소년 우수작품집 시리즈 첫 번째
주자로서 앞으로 어른들이 만든 아이들 책이 아닌, 아이들이 자신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저도 유하은 양의 <플루티스트 딸과 연예인 딸>이라는
책을 읽었기에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무척이나 궁금한 마음으로 읽어보았답니다.
물론 글을 잘 쓰는 아이의 책이고
지금 현재 아이들이 겪는 현실을 동화에 녹여놓았기 때문에 중 2가 이 정도의 이야기를 썼다니 놀랍기는 하더라구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보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나이를 생각하면서 어른의 시선으로, 평가하듯 읽기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읽었답니다.
이 이야기의 주요 화자가 연주라고
생각했어요. 가끔 화자가 누구인지 애매하게 풀어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스토리의 중심에 연주가 있었고 갈등의 시작과 해결의 중심에도 연주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사를 온 연주가 우연하게 가은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가은이와 같은 반이 되는 필연으로 친구가
되지요.
여기서 주가은이라고 소개했는데 그림 속 실내화 주머니에는
임가은이라고 적는 실수를 하셨네요.^^
책 초반에는 사춘기를 목전에 둔 십 대 소녀들의
학교생활들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어요.
집과는 다른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할 딸아이를 떠올리며 내 딸도 이렇게 학교생활을 하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리고 문제의 근원이 되는 수학여행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단짝 가은이는 연주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팔찌를 선물합니다. 물론 자신도 하나 가지고 있었구요.
그런데 이 조개 팔찌를 연주가 잃어버리면서 여러 일들이 발생해요.
수학여행 마지막 날 가은이는 우연하게 자신이 연주에게
선물한 조개 팔찌가 쓰레기통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요.
예민한 소녀
마음에 얼마나 마음에 상처가 되었겠어요.
가은이는 연주가 왜 그것을
버렸는지 그 이유도 모르기에 더 답답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연주와 유리가 다투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는데 연주가 자신에게 화를 내고 때리기까지 했다는 유리의 말에 연주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더 커져갔지요.
이 유리라는 캐릭터가 문제가 있구나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이 일로 가은이와 연주는 점점 멀어지고 반 안에서도 뭔가 어색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기가
힘들어졌어요.
왕따라는 건 정말 큰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작은 일에도
타깃이 되면 가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들로부터 그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연주는 크게 잘못한 것도 없이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고 외톨이가 되어 갑니다.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하는 작은 행동이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이고 불행인지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웃고 놀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씁쓸합니다.
현실은 오죽할까 싶어서요.
그럼에도 가은이가 연주의 편에 서주네요.
아직은 연주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남아있지만 말이에요. 그건 오해라고, 연주에겐 지금 가은이가
필요하다고 제가 다 얘기해주고 싶어져요.
그래도 다행히 늦지 않게 연주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가은이가 알게 되었어요. 연주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거든요.
두려움에 시달리며 죽음까지도 생각하는 연주의 속마음을 읽게 되었고 또 우연히 연주의 팔찌를 버린 것이
유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가은이는 자신이 얼마나 연주를 오해하고
멀리했었는지 깨닫고 되었고 연주와 말없이도 화해를 했지요.
둘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절친이 되었답니다.
금세 화해하고 금세
삐지고 토라지는 딱 10대 소녀의 모습들이지요.
문제의 유리는 어찌
되었을까요?
유리 역시 아픔이 있었더군요..
자신이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그 고통을 알면서도 똑같이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거예요.
하지만 유리의 고백을 듣고 연주와 가은이는 유리를 용서하고
받아들입니다.
꿈에 대한 것, 진급에 대한 두려움, 관계의 서툶,
불안한 십 대들의 모습까지 서툴지만 리얼하게 잘 담고 있는 내용이었어요.
왕따, 은따는 아이들에게 굉장히 가까이에 있는 문제들이지요.
이로 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해 엄청난 선택을 하는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이런 나쁜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어른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에요.
어른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이 배운 것일
테니까요.
아이들은 아직 자신만의 인생관을 세우기에는 어리지만, 올바른
삶의 태도를 가르쳐야 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가해자도
문제지만 이런 상황에서 방관자가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피해자가 되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구요.
중학교 2학년의 글인 만큼 중간중간 부드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어요.
딸아이는 이 책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두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답니다.
이런 걸 취향 저격이라고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