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층의 모화 및 사대사상
유영준 지음 / Pi-TOUCH(파이터치연구원)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나이가 들면서 역사가 재미있어요.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그 읽는 순간만큼이라도 역사가 주는 놀라운 반복과 인간의 바닥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보면서 왜 과거의 역사 속에서 현재의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를 알 수 있더라구요.
정치인들에게 고전과 역사책을 의무적으로 읽히면 정치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문화 깊숙한 곳에 뿌리박혀 있는 모화 및 사대사상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네요. 관심이 많은 분야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 것은 분명해요.
 

세계의 언어의 탄생과 소멸을 학문적으로 풀어놓고 있어요.
사실  일반인들이 읽기에 쉬운 글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읽다 보면 정말 이런 의미가 있었고 이렇게 언어문화가 흘러왔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답니다.
우리나라 말이 통일신라 시대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은 몽골에 뿌리를 두고 있고 그 흔적은 문화의 여러 부분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의 뿌리이기도 한 몽골족을 오랑캐 취급을 했는데 이것은 우리를 스스로 소화라 자처하며 그들을 극도로 싫어했던 중국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하네요.
경제 및 언어학적으로 보면 배우는 데 장점이 있는 대언어는 소언어를 구축한다.
굉장히 무서운 말이기도 해요.
언어라는 것이 통용된다고 모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사멸될 수도 있다는 건데 우리가 우리의 말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의 말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얘기잖아요.
우리의 말을 중요하게 여기고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봅니다.
 

​단군 신화에 대한 객관적 접근도 흥미로웠어요.
예전에는 정말 곰, 호랑이와 환인, 환웅 이야기를 그대로 믿었지만 요즘에는 아이들 책에서도 이 신화적 이야기가 갖고 있는 사실적 역사를 알려주기는 하거든요.
그것에 비하면 이 책은 더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단군신화를 파헤치고 있어요.
설화적 관점이 아닌 역사적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답니다.
역사는 기록된 역사적 가치를 떠나서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몽고의 가혹한 지배를 받던 고려 시대에 단군신화가 더 강조된 것처럼요. 하지만 민족적 자부심을 고양하는 것을 넘어서서 거짓 역사를 쓰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네요.
 

우리 민족의 중화사상을 숭배하고 우리 스스로를 동이로 낮춤을 당연시했던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얼마나 부끄러운 사상이었나 싶더군요.
연호를 가진다는 것은 독립국가라는 뜻인데 고려 시대에는 원나라 원호를 사용했고 조선 역시 명나라로부터 속방임을 인정하고 이성계를 왕으로 임명했으며 명나라의 연호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과연 독립국가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싶더라구요.
그나마 고종이 스스로를 왕이 아닌 황제로 칭하고 황후, 황태자, 황자로 명칭을 바꿨다고는 하나 주권은 이미 일본 손에 넘어갔으니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우리의 이런 모화사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삼국시대의 신라는 당나라로부터 책봉을 받고 당나라의 율령을 모방해 법령을 정비하고 고구려, 백제의 압박에 대해 당나라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어요.
당나라의 연호까지 사용하며, 고려 시대에는 송나라로부터 중국의 문화가 도입되면서 우리 민족은 스스로가 한족인 듯 착각했고 서경이 기자묘와 사당을 지으면서 모화사상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집권층은 유교로 무장해 관혼상제부터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사회체제를 중국식으로 바꾸고 중국은 이를 기특히 여겨 '동방예의지국'이라 했으며 우리는 스스로 '소화'라 일컬으며 자긍심을 느꼈다고 하니 이 책을 읽으면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단어가 이리 굴욕적인 단어였나 싶네요.
 

백성들을 힘들게 했던 주자가례,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과거제도들이 다 중국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러한 것들에 대한 문제점들을 중국 안에서도 찾아보고 있고 현재의 시험에 대한 문제점까지 꼬집고 있네요.
'과거'가 조선 초기의 나라를 안정시켰고 '고시'가 우리나라 초기 경제발전에 공헌을 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지금의 고시 형태의 시험의 존속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의문 제시를 하고 있답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의 성향은 상당히 비판적이랍니다.
우리 민족의 모화사상도 문제지만 중국 자체의 문제점들도 꼬집고 있으며 그럼에도 그것들을 받아들였던 우리 민족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아마도 이런 시선을 통해 현재 우리가 걸어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겠지요.

이 책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어려워요. 저 같은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역사뿐만 아니라 중국의 역사를 많이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수월하게 읽기는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이 저자가 중국의 역사와 그를 숭배한 우리의 역사의 부끄러움과 비뚤어짐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하는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또 공감이 되더라구요.
우리가 역사를 돌아보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의 잘못과 해결에서 현재의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반복적인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함에 있지요.
우리 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또 한편으론 주체적이지 못했던 우리 조상에 대한 부끄러움 역시 남아있어요.
하지만 역사 속에서 우리는 필요한 교훈을 찾아야 하고 변화해야 하지요.
이 책은 서너 번은 읽어야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전부를 이해할 수 있을듯합니다.
한 번으론 부족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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