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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숟가락 역사 동화 - 우리나라 음식 이야기 ㅣ 초등 인문학 동화 3
김은의 지음, 조윤주 그림 / 꿈초 / 2017년 5월
평점 :
꿈꾸는초승달의 초등 인문학 동화 <한 숟가락 역사
동화>읽어봤어요.
요즘 초등생들을 위한 인문학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재미에 기반을 둔 책도 좋지만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얻는
것이 많았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바람이잖아요.
이 초등 인문학 동화는
그런 면에서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은 시리즈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시리즈는 벌써 3권이
나와있어요.
길 이름에서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길 이름 따라 역사
한 바퀴>와 옷의 역사와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안녕, 나는 옷이야!>도 꽤나 재미있는 책인데요.
이번에 만나본 <한 숟가락 역사 동화>는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더라구요.
길과 옷보다는 먹는 게 더 흥미롭기는
하지요?^^
우리가 이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음식은 역사가 길면서도
우리의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된장, 고추장, 잡채, 쌀밥, 초당두부, 삼계탕, 연잎밥, 도루묵이랍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던 음식에 이런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있었구나 새삼 알게 되면서 그 음식들이 새롭게
느껴지고 이 음식들 외에도 다른 음식에는 어떤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더라구요.
이 음식 중 몇 가지 이야기만 소개해 볼게요.
된장은 삼국시대부터 만들어 먹던
장이었는데요.
이 된장에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있더군요.
조선 선조 임금 때 일인데요. 일본이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조선에 쳐들어온 정유재란 때 전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조선은 일본과 싸울 힘이 없었고 결국 선조는 한양 궁궐을 버리고 피난을 떠나게
됩니다.
얼마 전 아이들과 <대립군>이라는 영화를 봤거든요.
그 영화에서 선조가 궁궐을 버리고 청나라로 도망가면서 광해군에게 조선을 맡기는 장면이 나왔었는데 그 영화와 연결이 되니까
좋더라구요.^^
여하튼 의주로 피난을 떠났다가 다시 평안북도 영변으로
피난을 가기로 결정하면서 신잡이라는 신하가 이런 말을 합니다.
"전하,
피난지가 결정되면 반드시 미리 가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사옵니다. 아무리 고된 피난살이라도 장만 있으면 먹고 살 길이
있사옵니다."
된장은 영양이 풍부하여 건강에도 좋고 몸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으니 전쟁통에 이만한 음식이 없었겠지요.
신잡은 영변으로 가서
정성을 다해 메주콩을 씻고 쪄서 메주를 만들고 말려 된장을 만들었어요.
책에 된장 만드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서술이 되어 있어서 아이들도 잘 이해할 수
있답니다.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림과 글로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정성스럽게 된장을 만들었지만 임금은 영변으로 피난을 오지
않았대요.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쳤기 때문에
말이죠.
물론 나중에 신잡이 만든 된장은 임금님 수라상에 올려졌고 그
맛을 본 선조는 흡족해했다고 하네요.
임금에게 바치려 했던 된장은 그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갔고 전쟁으로 비참한 생활을 하던 백성들에게 선물 같은 존재였겠죠?
된장이 선조의 이야기였다면 고추장은 영조 임금의
이야기랍니다.
영조 임금이 왕위에 오른지 25년째 되던 해 통 입맛이
없던 영조가 고추장이 있으면 잃어버린 입맛을 찾을 수 있겠다고 하네요.
당시에는 고추에 독이 있어 음식보다는 약으로 쓰였다고 해요.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고추장도 약으로
관리했기에 내의원으로 가서 고추장을 받아 영조 임금에게 가져갔고 임금은 밥에 고추장을 넣고 비벼 한 그릇을 싹 비웠다고
합니다.
그 후부터 영조 임금은 고추장이 있어야 밥을 먹었고 신하들은
맛있는 고추장을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야 했지요.
그러다 어느 날
사헌부의 조종부집의 고추장을 먹고 보니 너무 맛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
조종부라는 사람은 이천보라는 사람에 대해 모함을 했기에 벼슬을 뺏고 거제도로 유배를 보낸 상태였던 거예요.
고추장이 맛있으니 조종부를 불러오고 싶지만 나랏일을 생각하면 또 그리할 수는 없는 법, 영조는
고추장에 빼앗겼던 마음을 접게 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영조 임금의
나이가 75세 되던 해, 다시 생각난 조종부의 고추장~
알고 보니 그 고추장은 순창에서 올라왔던 것이었고
그곳에서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고추장을 만들고 있었던 거죠.
메주와
백설기를 함께 쳐 메줏가루를 만들고, 엿기름과 찹쌀을 가루로 만들어 죽을 쑤어 식힌 후 메줏가루와 고춧가루를 섞고 소금을 넣어
만들었어요.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순창의 맑은 하늘과 바람과 물이 맛을
만들었고 그 뒤로 순창에서는 해마다 임금님께 고추장을 진상했다고 하네요.
여전히 고추장하면 순창인데 이런 일이 있었던 거구나 알게 되었죠.
잡채에 대한 이야기는 썩 기분이 좋지
않아요.
현재의 잡채와는 다르지만 이충이라는 신하가 이 잡채를 만들어
광해군에게 올려서 호조판서라는 높은 벼슬까지 얻게 된 이야기에요.
앞서
선조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의 아들이었던 광해군은 전쟁으로 나라가 피폐해지고 수라상에 올릴 음식도 많지 않자 먹을게 없다며 화를
냅니다.
사실 이 부분도 읽는 제가 화가 납니다. 나라가 엉망인데 먹을
것이 없다고 투정하는 임금이라니, 임금 상에 올릴 것이 없다면 백성들의 상위에는 얼마나 올릴 것이 없을지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하튼 그런 광해군에 이충이 신선한 채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올리겠노라고 약속합니다.
그는 아주 약아빠진
사람이더군요.
이럴 줄 알고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집에다 온실을 만들어
채소를 기르고 있었고 이 채소를 섞어 만든 잡채를 왕에게 올립니다.
당연히 왕은 흡족해하고 그에게 호조판서라는 벼슬을 내리게 되지요.
그의 모든 말을 충언이라 믿은 광해군은 백성들의 고통은 모른 채 궁궐 공사를 계속했고 그 안에서
이충은 또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했지요.
이충이 죽자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우의정이라는 벼슬까지 남긴 광해군.
잡채는 이렇듯 이충이
광해군에게 뇌물로 바친 음식이었답니다. 현재의 잡채는 1920년대 이후에나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 글을 읽고 나니 잡채가 다르게 보입니다.^^
선조 임금과 관련된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도루묵'이라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우리는 물고기보다는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로 더 잘 알고
있는데요.
이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
거더군요.
임진왜란 때 부랴부랴 광해군을 세자로 세우고 피난길을 떠나던
선조는 먹을 것이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한 어부가 생선 꾸러미를 들고 임금에게로 왔어요. 그가 내민 생선의 이름이 '묵'이었는데 맛있게
요리해서 올린 '묵'은 임금의 입맛을 살리기에 딱이었고 선조는 그 생선에게 '묵'이라는 이름 대신 '은어'라는 이름을
내려주었죠.
시간이 흘러 일본군이 물러가고 선조는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어요. 한양으로 돌아온 선조는 은어가 생각났고 다음날 수라상에 올라온 은어 맛을 보게 되었죠. 그런데 그 맛이 전쟁통에 먹은 맛과
같겠어요?^^
너무 맛이 없다며 은어라는 이름이 아깝다고 도로 묵이라고
부르라는 어명을 내립니다.
이렇게 하여 도로 묵이 되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도루묵'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 뒤 사람들은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헛수고가 되었을 때 '말짱 도루묵'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도루묵
이야기에는 선조와 광해군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상황에 따라 광해군을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했던 선조의 마음이 묵에 대한 선조의 마음과도
닮아 있네요.
역시 선조는 왕으로서의 자세가 안되어 있는
왕이에요.
음식도 지역과 시대에 따라 변화하다 보니 그 안에 담긴
이야기도 참 많겠지요.
역사 속에서 음식이 이렇게 큰 자리를 차지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요.
역사와 이야기를 알고 음식을 보니
음식이 새롭게 보이네요.
이 책을 읽고 선조와 광해군에 대한 내용이 더
궁금해지기도 하고 허엽이나 최치원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지더라구요.
또
다른 음식 이야기는 없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