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배우는 수수께끼 이야기 진짜진짜 공부돼요 11
김숙분 지음, 강봉구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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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 어린이의 진짜진짜 공부돼요 11번째 이야기 <고전으로 배우는 수수께끼 이야기>읽어봤어요.
고전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선뜻 읽으려 하지 않겠지만 수수께끼라고 하면 아이들의 호기심은 바로 솟구치지요.
어려운 분야일수록 재미있게 접근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에겐 꼭 필요하거든요.
고전과 수수께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재미있게 고전을 만나볼까요?^^
 

 

 


가장 먼저 소개된 내용은 <대별왕과 소별왕의 수수께끼 내기>에요.
하늘나라 왕이 세상에 해와 달을 두 개씩 내려보내고 왕도 땅으로 내려와 아름다운 여인인 총명부인과 만났는데 얼마 있지 않아 하늘로 돌아가려 합니다.
총명부인은 아기를 가졌고 하늘나라 왕은 아이들의 이름만 지어준 다음 하늘로 올라가버렸어요. 얼마 후 총명부인은 쌍둥이 아들을 낳았고 두 아들은 자라 박 씨 덩굴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아버지를 만났지요.
하늘나라 왕은 형 대별왕에겐 이승을, 아우 소별왕에겐 저승을 주었다고 해요.
소별왕은 이승을 차지하고 싶어 형에게 수수께끼로 결판을 내자고 했고 그 수수께끼가 바로 책에 있는 질문들이었지요. 수수께끼로는 형을 이길 수 없었고 꽃을 잘 키우는 이가 이승을 차지하기로 내기를 바꿨지만 역시나 잘 해낼 수 없었고 꽃을 살짝 바꿔 이겨서 이승을 차지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차지한 이승은 복잡하고 시끄러웠지요. 사람들은 이런 이승에서 한 세상을 보내고 대별왕이 다스리는 저승으로 가서야 행복한 삶을 누렸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는  제주도의 무당굿에서 구연되는 서사무가 '천지왕 본풀이'를 쉽게 고쳐 쓴 것이라고 해요.
대별왕은 자연과 인간은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러면서 수수께끼의 답을 풀어냈는데 소별왕은 자신의 경험으로, 대별왕은 빗대어 표현하는 은유로 질문하고 답하니 형을 동생이 이길 수가 없었죠.
자연과 인간이 똑같다고 생각해야 세상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대별왕의 지혜가 동생에는 없었어요. 정말 형만한 동생은 없는 걸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수수께끼의 개념이 조금 달라졌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게임 같은 수수께끼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도 수수께끼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주몽 이야기에서 "만약 아들을 낳거든 일곱 모가 난 바위 위의 소나무 밑에 증표를 숨겨 두었으니, 그걸 찾으라고 하시오. 증표를 찾으면 내게 보내시오." 란 내용도 하나의 수수께끼란 얘기지요.
 수수께끼는 일부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주몽과 유리왕의 설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이야기의 중심은 아버지 찾기이며 그 결과로 등장하는 부러진 칼은 유리의 혈통을 증명하는 상징물인데요.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것은 자신의 지혜와 총명함을 증명하는 것이고 고구려의 왕위를 잇는 국가적 차원의 공식적 절차였다고 볼 수 있겠죠.
단순한 수수께끼가 아니라 인간의 성장을 나타내기도 한다니 그 의미가 상당히 심오하지요?
이렇게 보니 오늘날의 수수께끼는 너무 오락적으로 변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신라 소지왕에 관한 수수께끼 이야기는 좀 더 깊이 있는 의미가 있네요.
'봉투를 뜯으면 두 사람이 죽고, 뜯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라는 수수께끼의 답을 통해 왕이 기이한 존재들로부터 보호받는 단 한 명의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으며 반면에 왕은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전혀 모르고 있기에 신적인 인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어요.
또 이 이야기가 불교가 막 들어오기 시작한 때의 이야기라 외래 종교로서 토착 신앙과 갈등을 겪고 있음까지도 표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우리의 옛 글에는 다양한 시대적 사실과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네요..
 

 

 

우리의 고전뿐만 아니라 외국의 고전에서도 이러한 수수께끼의 흔적을 찾을 수가 있네요.
스핑크스가 내는 수수께끼를 많은 사람들이 맞추지 못하다가 오이디푸스라는 청년이 문제를 맞히게 되는데 이 일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게 되는데요. 이 사실을 나중에 알고 스스로 자신의 눈을 뽑고 방랑의 길을 떠났다는 이야기에요.
여기서 스핑크스가 내는 문제는 많이 알려져 있는 수수께끼지요?
'아침에는 네 발,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 은 인간을 의미한다는 수수께끼요.^^
 

오이디푸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테베의 왕이지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는데 이 이야기에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이론의 명칭을 따왔다고 합니다.
사내아이는 유아기 때부터 이성인 어머니에게 애착을 가지며 아버지에게는 질투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학설이지요.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했다면 이런 이론도 나오지 않았겠지요? 오이디푸스의 일생은 정답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다는 말이 흥미롭네요.
 

 

 

수수께끼란 단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수수께끼를 한자로 쓰면 미경쟁(謎競爭)이라고 해요. 여기서 미(謎)의 뜻은 접두어 '수지'에 겨룸(競爭)을 뜻하는 '겨꾸기'가 합하여 '수지겨꾸기'로 되고, 이것이 '수수꺼끼', '수수께끼'로 변모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해요.
즉 수수께끼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겨룸이라는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책에 나온 삼손의 수수께끼는 상당히 개인적인 것이라 수수께끼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싶네요.^^

 

책 말미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수수께끼가 정리되어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놀이할 때 활용할 수 있겠네요.


고전 속에서 수수께끼를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수수께끼의 역사가 인류 문명의 역사만큼 오래되었고 우리나라의 수수께끼 기록이 <삼국유사>에 있는 만큼 수수께끼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놀이 같은 수수께끼가 아닌 깊이 있는 물음과 질문의 수수께끼의 일면을 볼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의 고전 속 수수께끼나 외국의 이야기 속 수수께끼나 뭔가 심오하기도 하고 깊이도 있네요. 단순히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었어요. 
고전과 수수께끼의 만남은 진짜 공부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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