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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소원을 들어주지 마세요 ㅣ 두뼘어린이 7
김태호 지음, 홍하나 옮김 / 꿈초 / 2017년 4월
평점 :
제발 소원을 들어주세요~ 하고 비는 건 봤어도 제발 소원을
들어주지 마세요라니~
이건 무슨 경우지?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이랍니다.
꿈꾸는초승달의 두뼘어린이시리즈는 제가 꾸준하게 읽고
있는데요. 주제가 다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문고판 두려워하는 저학년
친구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시리즈에요.
30년간 붕어빵을 구워오던 황 도사는 드디어 소원을
들어주는 황금 붕어빵을 만들게 됩니다.
이 황금 붕어빵은 소원을
이루어주나 자기가 먹어버리면 의미가 없고 가장 먼저 찾아오는 손님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며 붕어빵에서 황금빛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누군가가
가져가야 하는 거죠. 첫 번째 손님이 왔지만 황 도사가 이 붕어빵이 황금 붕어빵이며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하자 저의를 의심하며 그냥
가버립니다.
빛이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가 빨리 이 황금 붕어빵을 가져가야
할 텐데 말이죠.
학교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고 싶다는 꿈을 발표했다가 놀림만
당한 세구는 터덜터덜 황 도사 붕어빵을 먹으러 갑니다.
황 도사는 세구를
보자마자 행복한 미소를 지었어요. 세구는 황 도사 붕어빵 가게의 최고 단골손님이거든요.
황 도사는 세구에게 황금 붕어빵 이야기를 전합니다.
물론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까지요.
황금 붕어빵은 먹는 동안 소원을 빌어야 한대요. 그래서 세구는 붕어빵을 먹기 시작하는데 맛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반대로 쓴맛, 신맛 등 텁텁하고 괴상한 맛이 났던 거예요.
그런데 뱉어 버릴까 하는 순간에 쓴맛 뒤의 달콤함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수학 시험날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기를 기대했지만
역시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마도 소원을 제대로 빌지 않아서
인 것 같은데 황 도사는 황금 붕어빵의 전설을 세구에게 들려주네요.
하지만 역시나 세구는 믿지 않았죠.
학교에서의 세구는 여전히 공부 못하는 아이였어요. 받아쓰기 시험을 보아도 여전히 40점이었어요. 이
황금 붕어빵은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긴 한 걸까요?
그런데 일이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듯해요.
시험을 보고 나면 세구 바로 앞 등수 친구들이 전학을
가는 거예요.
멀리뛰기를 할 때는 빵만이를 잃고 싶지 않아서 제발 꼴찌를
해달라고 했다가 빵만이와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지요. 세구는 황금 붕어빵을 먹은 이후로 좋아하는 친구랑도 멀어지고 학교생활도 엉망이 되면서 슬슬
황금 붕어빵을 먹은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게다가 그렇게 전학 가기를 원했던 상돈이가 전학을 가고,
붕어빵을 파시는 황 도사마저 이사를 간다고 하니 세구는 제발 소원을 들어주지 말라고 소리치네요.
자신이 빌었던 소원이 이런 일들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겠죠.
그 일등이라는 것이 뭔지~~
영어시험에서 세구보다 점수가 더 높았던 빵만이마저 다음날 결국 전학을 가게
됩니다.
전학생이 많아지자 일동만 선생님도 교장선생님께 혼나고 반
아이들은 분반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어요. 이 모든 것이 자기 탓만 같았던 세구는 황 도사를 원망하게
되었죠.
하지만 세구는 황 도사가 남긴 편지를 읽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리고 밥 먹기 1등을 하자 전학 갔던 민석이가 돌아오게
되는데요. 세구는 친구들이 전학을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자기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1등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봅니다.
하지만 마땅한 것이 없자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1등 노트를 만들어 자신이 1등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적기 시작했어요.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어요. 미국에 간다던 규철이가 다시 돌아왔거든요. 그리고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가본 붕어빵 가게에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답니다.
세구 말고도 황 도사의 붕어빵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의
메시지가 붕어빵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었거든요.
이 부분을 읽고 저는
살짝 울컥했네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 진심이 통한다는 것이 참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리 동네에 대한 발표를 할 때
세구는 붕어빵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어요.
문을 닫아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물 붕어빵 가게에 대해서 말이죠.
상돈이는 세구의
발표에 제일 잘했다며 칭찬했고 세구는 빵만이가 이제 돌아올 거라며 기뻐합니다.
제목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했던 이 책은 마지막엔 잔잔하지만 코끝 시큰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 때문에 늘 밤늦게까지 혼자인 세구가
황 도사의 가게에 발 도장을 찍는 것도 안쓰러웠지만 늘 맛있는 붕어빵으로, 따뜻한 말로 세구의 위안이 되어 주었던 황 도사 때문에 세구의 꿈이
붕어빵 장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내가 노력해서 얻는 1등이 아닌
경쟁자가 없어져야 1등을 하는 세구의 소원 이루기는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은근하게 비꼬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집 두 아이가 재미있었다고 극찬한 <제발 소원을
들어주지 마세요>를 읽고 아이들의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