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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학교 구미호부 - 동화로 배우는 존중 ㅣ 즐거운 동화 여행 61
김경구 지음, 공공이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3월
평점 :
가문비 어린이의 즐거운 동화 여행 61번째
이야기<방과 후 학교 구미호부> 읽어봤어요.
하나의 동화로
이루어진 책이 아니라 김경구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라고 보시면 된답니다.
총 8작품이 이 한 권에 담겨 있어요.
그중에 한 편이 바로 <방과 후 학교 구미호부>랍니다.
저는 처음에 이 책을 접하고 구미호가 등장하는 무서운 호러 장르인가 했는데 전혀 무섭지 않은 오히려
의외의 교훈이 담긴 이야기였답니다.
8편 모두 재미 그 이상의 교훈이
있는 좋은 책이었어요.
총 8편 중에 몇 편만 소개해
볼게요.
학교에서 열리는 항아리 뚜껑 열기 행사에 엄마 아빠와 함께
참여한 세환이는 엄마 아빠의 30년 전 묻어두었던 꿈을 알게 됩니다.
30년 만에 졸업생들의 꿈을 담은 편지와 함께 묻어두었던 아끼던 물건들이 세상에 나와 빛을 보게
되는데요.
그 물건들이 참 정겹네요.
구슬, 종이 인형, 딱지 등 당시 아이들에게 중요했던 물건들이 지금과는 사뭇
다르지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이 항아리에 소중한 물건을 담는다면 무엇을
넣을까 무척 궁금해지네요.
30년 전의 편지와 물건을 꺼내고 그
항아리에는 다시 현재 6학년 아이들의 편지와 물건을 담았어요. 세환이도 편지와 함께 친구에게 받은 마술도구를
넣었지요.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3회 졸업생인 세환이의 엄마 아빠의 편지
낭독 시간이었는데요. 그 시절 엄마를 좋아했고 30년 후엔 결혼해있었으면 하는 아빠의 꿈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고 엄마는 자장면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었지만 지금 중국집을 하는 묘한 인연을 알 수 있었죠.
엄마의
꿈이 작가였으며 그 당시 작가의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신 선생님을 만나면서 감동도 느끼게 해주었는데요.
그 일로 엄마는 잊고 있었던 작가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합니다.
눈앞에서 엄마 아빠의 꿈이 이루어진 모습을 보고 또 그 항아리에서 나온 편지가 잊고 있었던 꿈을 다시
꿀 수 있도록 이끄는 모습을 본 세환이를 포함한 6학년 친구들은 아마도 편지의 힘을 믿으며 열심히 꿈을 향해 뛰어갈 것
같아요.
이런 행사라면 우리 아이 학교에서도 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동화만 읽는 건
아니에요.
작가가 이 이야기에 담고 싶었던 내용도 함께 읽어볼 수
있지요.
나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귀한 존재이며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얼마 전 남편을 잃고 양양이와
양순이를 키우는 고양이 엄마가 새 가족을 찾아 함께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린 동화인데요.
요즘 워낙 고양이도 집에서 많이 키우시지만 길거리에도 고양이가 많고 또 그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아이들 책에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한 동화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답니다.
이
동화 역시 길거리 고양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따뜻한 결말이라서 읽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답니다.
남편 고양이가 죽으면서 알려준 주소 지현동 1306번지~
그곳에는 작은 커피숍이 있었는데 거기에 사는 두 아이가 고양이들을 보고 집도 만들어 주고 먹이도
주었지요. 아이들의 엄마가 고양이 한 마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 고양이가 바로 남편 고양이였던 거죠.
죽는 순간에도 가족들에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려고 한 남편의 마음을 알고 엄마 고양이는 울고
싶었지만 꾹 참고 맙니다.
그 마음 알 것 같아서
슬펐어요.
고양이 가족은 커피숍에 든 도둑도 잡아내며 자신들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제 고양이 가족은 지현동 1306번지의 진짜 가족이 됩니다.
아빠 고양이가 바라던 모습 그대로 잘 된 거 같죠?
자연에 대한 존중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며 동물
사랑은 곧 자연 사랑을 의미하지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연 속에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야 하는 모습은 똑같으니 서로 돕고 살아야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우리가 인간이라고 해서 동물들을 함부로 할 자격은
없음에도 동물에 대한 비인격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더불어 사는 것이고 함께 사는 것이지 결코 인간은 인간들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지현동 1306번지 고양이 가족처럼 길거리 고양이들이 따뜻한 가족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소개해 볼 동화는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방과 후 학교 구미호부>랍니다.
여름방학 방과 후 학교에 새로 생긴 '구미호부'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지요.
세린이도 고민 끝에 구미호부에 신청을
했는데요.
그 수업이라는 것이 요상합니다.
긴 머리를 둘둘 말아 옥비녀를 쿡 찌르고 오신 할머니 선생님도 이상하지만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홉 개의
꼬리의 감촉을 느껴본다던지, 구미호를 만나러 갈 때 입을 저고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수업도 있었지요. 무엇보다 구미호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구미호를 만날 수 있다고 하시네요.
구미호를 만날 때까지 손톱도 자르지
않을 정도였는데 구미호를 꼭 만나고 싶은 세린이는 힘들어도 모든 걸 잘 참아냈지요.
처음 방과 후 수강 인원은 열여섯 명이었는데 마지막까지 남은 인원은 아홉
명이었어요.
마지막 수업 날 드디어 구미호를 만나는
날~
세린이는 구미호를 만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지만 의심하지 않기로
했어요.
손수 만든 저고리를 입고 구미호처럼 화장도 했지요. 거기에 들꽃
립스틱으로 입술도 새빨갛게 칠했어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글공부하는 도령의 그림을 보여주셨는데 진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심호흡을 깊게 하고 백까지 세라고 하셨는데 여든아홉까지
센 후 세린이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답니다. 정말로 그 그림 속의 소년도 만나고 착한 구미호도 만나게 된 거죠.
할머니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그리고 그 믿음에 의심을 하지 않은 세린이만이 진짜 구미호 체험을 할 수
있었답니다.
세린이가 진짜 구미호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고 또 존중했기 때문이지요.
선생님의 말씀에 의심을 하고 신뢰하지 않았다면 세린이 역시 다른 아이들처럼 구미호 체험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 말씀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지요.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정말 옛말이 되어 버렸어요.
선생님의 말씀을
존중하고 따라야 제대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잘 풀어낸 동화였답니다.
총 8편의 단편 동화를 하나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방과 후 학교 구미호부>는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이야기로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는데요.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은 작가의 글도 있어서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를 읽고 제가 느낀 바와 다른 작가의 글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마도 읽는 사람에 따라 감정 이입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제가 글을 읽고 생각한 바와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좋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도
짤막짤막한 글이라 수월하게 읽고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점점 책 읽을 시간이 줄어들어요. 그리 바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짬짬이, 틈틈이 책을 읽는 저희 아이들에게 이런 스타일의 책은 책을 손에서 놓지 않도록 도와줘서 참
만족스럽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