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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녀 우술라의 고민 상담소 ㅣ 다릿돌읽기
제성은 지음, 허현경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그림이며, 제목이며 눈길이 확 가지
않나요?
저는 이 책을 보고 무슨 내용일지 넘
궁금해지더라구요.
이름도 우술라라 독특하고 마녀가 고민 상담을
해준다니~뭔가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속 주인공들이 등장하며 우술라와의 색다른 케미를 보여주면서 독특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답니다.
깊은 바닷속 어두컴컴한 해저동굴에는 바다 마녀 우술라의
고민 상담소가 있어요.
위로 솟아오른 짙은 초록색 머리카락과 춤추듯
흐느적거리는 두 팔과 다리는 사실 비호감이네요.^^
뭔가 상담하고 싶지
않은 비주얼?^^
비주얼은 이렇지만 고민 해결은 정말 잘하는
모양이에요.
인어 공주며 오즈의 마법사 깡통 나무꾼도 우술라에게 고민
상담을 하고 해결이 되었다고 하니 말이죠.
우술라가 이렇게 고민 상담을
하는 이유는 죽도록 싸우고 미워했는데도 서로 등 돌리지 않게 하는 묘약을 찾고 싶기 때문이에요.
우술라의 고민 상담 비법은 그저 현재 갖고 있는 고민보다 더 큰 고민을 만들어줘서 원래의 고민을 잊게
하는 것뿐이랍니다.
우술라를 찾아온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게
고민이라고 합니다.
우술라에게 아름답다고 말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고 못생겼다고 하니 코가 줄어드는 모습이 재미있어요.
기분이 상한
우술라는 피노키오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줄까요?
우술라는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능력을 약병에 담고 피노키오에게는 뭐든 아름답게 보이는 약을 줍니다.
피노키오에 이어 찾아온 신데렐라에게는 네 시 사십사 분마다 시계를 보는 병이 있었는데 우술라는 깡통
나무꾼의 텅텅 머리 약을 주어 시간도 잊고 나중에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게 만들었지요. 대신 자명종처럼 시간을 알리는 능력을
빼앗았고요.
이 이야기들은 우술라와 곰곰이의 이야기를 극대화하기 위한
밑밥 정도라고나 할까요?
드디어 이 책의 핵심 주인공 곰곰이가
등장합니다.
곰곰이는 지금 아홉 살인 효주가 돌잔치 때 받은
선물이에요.
그동안 효주가 제일 좋아하던 인형이었는데 이제는 손때와
먼지가 묻어 털 색도 변해버리고 배에서 나던 소리도 이상해졌지요.
그래서인지 효주의 사랑과 관심도 새 인형인 미녀 삼총사에게로
넘어갔답니다.
곰곰이는 그런 효주의 관심과 사랑을 다시 돌려받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우술라를 찾아갔지요.
곰곰이의 고민을 들은 우술라는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이런저런 약을 권해봤지만 곰곰이에게 필요한 약은 아니었어요. 고민을 해결해주려는 우술라도, 고민을 해결하고 싶은 곰곰이도
방법을 찾을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죠.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곰곰이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우슬라의 고민 상담소에 남아있었는데 엉망진창인 캐비닛의 약병들을 정리하고 삐걱거리는 회전의자에 기름칠을 해서
고쳐놓았지요.
우술라는 훨씬 깨끗하고 편해진 상담소를 보며 이렇게 쓸모
있는 곰곰이를 찾지 않는다며 이상하다 했고 그 말을 들은 곰곰이가 눈물을 흘리자 우술라는 당황스러웠어요. 그리고 그런 우술라를 보고 있던
해파리군의 마음도 이상했구요. 우술라의 곰곰이에 대한 애정은 커져가고 그런 우술라를 보는 해파리군의 마음은 점점
아파왔답니다.
이제는 우술라 옆에 있어야 할 존재는 곰곰이라 생각한
해파리군은 우술라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어요. 해파리군의 마음을 알게 된 곰곰이는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면 해파리군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자신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게 되는데요.
자신이 버려진
이유가 헌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해서 새것으로 바꾸어 달라고 우술라에게 부탁을 하지요.
새것이 된 곰곰이는 이제 고민이 완전히 해결이 된 걸까요?
새것이 되어 효주 곁으로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효주가 원한 것은 새 인형이 아니었어요.
낡았지만 효주와의
추억이 그대로 남아있는 헌 곰곰이가 필요했던 것이죠.
곰곰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고 정이 들어 누구와도 바꿀 수 없다는 효주의 말을 듣고 곰곰이는 다시 우술라를 찾아갑니다.
우술라는 예쁜 새것의 곰곰이가 아닌 낡은 예전 그대로의 곰곰이를 원한다는 효주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곰곰이는 그것이 정 때문이라고 말해주었어요. 그리고 원래의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걸 알았고 우술라의 곁에는 해파리군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죠.
그리고 애타게 찾던 해파리군이 다시 돌아왔을 때
우술라는 자기가 그렇게 찾았던, 미움도 싸움도 모두 해결하는 묘약이 그들 사이에 원래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정이 드는 것, 그것이 최고의 묘약이었던 것이죠.
처음엔 조금은 황당하고 비호감이었던 우술라가 곰곰이를 통해 정이라는 것이 자신이 찾던 묘약이었음을
알게 되고 마음에 안 들었던 해파리군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과, 무조건 예쁘고 새것만 좋아할 거라 생각하지만
오래도록 정이 든 것만 못하다는 것을 곰곰이와 효주를 통해 깨닫게 되는데요.
우리도 흔하게 범하는 오류 중에 하나가 곁에 있을 때는 모르던 소중함을 떠난 뒤에나 깨닫게 되는
것이죠.
효주에게 곰곰이가, 우술라에게 해파리군이 바로 그런
존재였답니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요?
우술라의 고민 상담소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해결책을 알고
있답니다.
가장 곁에 있고, 가장 오래된, 정든 그 무엇들이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그것들이 떠나지 않도록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