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공주의 초대 - 동화로 배우는 행복 습관 즐거운 동화 여행 60
천선옥 지음, 이소영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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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신랑과 함께 그런 얘기를 했어요.
지금처럼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았고 지금보다 생활이 더 불편했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 그때가 더 심적으로 풍족했고 더 행복했었다고~
두 시대를 모두 살아본 우리들에게 지나온 시대가 더 그리운 것은 부족함이 주는 풍족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이 책을 펴고 작가의 머리글을 읽으면서 그 생각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그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다 있구나 싶었어요. 작은 일에 웃고 행복했던 그때, 이제는 남들과 비교하면서 행복해지기가 쉽지 않지요.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멀티미디어와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내가 갖는 그리움을 가질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하더라구요.
 

이 책은 하나의 이야기가 동화책 전체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7편의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 나름의 매력이 있고 울림이 있어요.
첫 번째 등장하는 이야기는 물건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간답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장난감인 엄지공주를 낡았다고 버리려는 민주에게 엄지공주는 수몰된 할아버지의 옛집과 그 안에서의 추억을 보여주며 저수지 아래 묻혀버린 사람들의 삶과 추억을 되돌아보고 작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의 큰 의미를 알게 해주는데요.
우리는 지나간 과거나 낡은 것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큰 것 같아요.
민주에게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던 엄지공주를 더러워졌다고 버려버린다면 그 인형이 줄 수 있는 기억들조차 버려지는 것이겠지요.
짧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는 글이었어요.
 

<흠흠, 신기한 구두 병원>역시 물건이 가진 가치를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의 모습을 운동화의 시선으로 꼬집고 있어요.
구두 병원 주인장 흠흠 할아버지의 가게 안의 신발들은 생명을 가지고 있어요.
아마도 구두를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그것들에게 생명을 부여했기 때문이겠지요.
거의 새것과 다름없지만 누군가에 의해 버려진 운동화. 흠흠 할아버지는 그 운동화를 새것처럼 수선을 하고 그 운동화의 주인을 기다립니다.
물론 운동화도 자신을 신어줄 새 주인을 몹시 기다리지요.
어느 날 구두 병원으로 축구공이 통통 굴러들어오고 낡은 운동화를 신은 아이 하나가 축구공을 찾아 들어옵니다.
우리는 다 알 수 있지요. 운동화의 주인이 누가 될지를~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에 살다 보니 멀쩡한 것들이 참 많이도 버려지는 세상입니다.
가끔씩 일회용 제품을 쓸 때면 섬뜩해질 때도 있어요. 이렇게 쓰다가 나중에 지구가 숨이나 쉴 수 있을까 하구요.
잠시 살다 갈 우리들이지만 다음 세대를 너무 생각 안 하고 사는 건 아닌가 하구요.
이 이야기는 단순히 물건을 아껴야 한다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풍요가 가져온 정신적 빈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지금보다 살기 어려웠던 80~90년대가 어쩌면 더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많았던 때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물건의 가치는 그 물건의 값이 얼마이냐가 아니라 물건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물건에 이름을 달고 브랜드라는 이유로 가격만 비싼 경우가 참 많아요.
<분홍 코트의 마법>을 읽어보면 물건의 가치는 어떻게 쓰이느냐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이 책은 물건에 생명이 있음을 인식시켜주네요.
생명이 없다고 여겨지는 우리 주변의 물건들에 생명을 넣어주고 그것들의 입장에서 그것들의 이야기를 듣게 하거든요.
옷장 속의 옷들이 혜리에게 선택당하고 싶어하고 그래서 외출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그리고 있어요. 마음에 안 든다고 옷에 낙서를 하거나, 옷에 뭐가 묻었다고 그렇게 좋아하던 코트를 쳐다보지도 않는 혜리를 보면서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은 혜리와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겠지요?
혜리 엄마가 혜리의 핑크 코트를 수선해주고 그 옷을 다시금 좋아하게 되는 혜리를 보면서 물건이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어요.
이 동화를 읽고 멀쩡한 옷을 들고 와서 고쳐달라고 하면 어쩌죠?^^

행복한 습관을 배울 수 있는 일곱 가지의 동화를 읽으면서 행복의 가치란 어쩌면 아주 소소한 것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잊혀지는 것, 잃어버리는 것, 버려지는 것, 파괴하는 것들.
  우리는 그 안에서 소중한 것들이 소멸되고 빛을 잃어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되겠지요.
작게는 낡아버린 장난감과 싫증 난 옷에서부터 크게는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의 삶의 터전을 만들고 온난화로 무너져가는 북극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내 행복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행복과 크게는 지구의 행복까지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짧은 이야기에 담긴 큰 의미를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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