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가 사라졌다 즐거운 동화 여행 56
우성희 지음, 이소영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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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이 하나의 제목을 가진 동화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짤막짤막한 동화를 여러 개 묶어서 만든 동화집이더라구요.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동화라는 건 작가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자신만의 동화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늘 글이란 길게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주었네요.
이 책을 읽는 친구들이 자신도 동화를 쓸 수 있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도 들어요.

그만큼 책 속의 다양한 이야기가 글을 쓰고 싶게끔 할 정도로 좋아요. ​
 

총 8개의 재미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그중에 몇 가지만 소개해볼게요.
엄마 없이 아빠와 살아가고 있는 승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상필이가 가진 '초록 눈의 비룡 카드'를 한번 빌리기 위해 풍경화 그리기 숙제를 해주겠다고도 하는데요.
그래서 간신히 이틀간 빌리기로 약속을 하는데 그게 말썽이었어요.
집에 와서 카드를 베끼다가 그리는 것이 쉽지 않아 민속박물관 그림을 참고하려고 박물관에 갔다가 그만 비룡 카드를 마룻바닥 틈새에 빠뜨리고 말아요.
카드를 찾기 위해 박물관 마룻바닥에 들어갔다가 노란색 양철 도시락을 발견하게 되고 뚜껑에 '30년 후에 고흐처럼 유명한 화가가 되어  다시 찾으러 오겠다'라는  글이 적혀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비룡 카드도 찾게 되지요.
승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빠는 승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양  들려줍니다.
돈이 없어도 그림에만 미쳐 사다가 부모님도, 자식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 했던, 그래서 아내를 떠나보내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요.
처음엔 몰랐지만 민속 박물관에 걸려있던 그림에 있던 ㄱ, ㅎ,  양철 도시락에 쓰여있던 ㄱ, ㅎ, 아빠가 그려서 상필이에게 주었던 비룡 카드의 ㄱ, ㅎ이 아빠였음을 비로소 승호도 알게 되지요.
 더불어 아빠가 그림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고 그 꿈을 왜 포기해야 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됩니다.
승호가 그림 그리는 것을  왜 그렇게 반대했는지도 알 수 있었겠죠.

꿈이 있어도 부모가 되면 어느 순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현실에 안주하거나 현실 때문에 포기하거나... 그러나 그 꿈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가슴은 늘 그것을 향해 꿈틀댈 준비를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승호의 아빠도 꼭 다시 그림을 그렸으면 하는 바램이 드네요. ​
 

하나의 스토리가 마무리되면 작가가 이 동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읽어볼 수 있어요.
저는  독자 각자가 스토리 해석하는 것도 좋지만 작가가 이 이야기에 어떤 의도를 담아놓았는지 읽어보는 것도 좋더라구요.
승호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하고 공부만 하라고 강요했던 아빠의 진짜 속 마음을 이해하게 되자 측은한 마음도 갖게 되는데요.
작가는 이것을 '밀접 거리'라는 단어로 표현했네요
 서로 소통해야 하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마음의 거리가 가까운 진짜 가족이 되겠죠?^^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를 읽어볼까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하마가 사라졌다>랍니다.
도희를 좋아해서 도희가 좋아하는 떡볶이도 사다 주고, 돈이 생기면 바니 문구까지 사다 주는 순수남 윤수가 주인공이에요.
그런데 사랑에 빠진 또 다른 한 명의 주인공이 있답니다.
부전자전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윤수 아빠이지요.
윤수는 엄마가 없어요. 아빠 보고 제발 마누라를 데리고 오라고 하지만 아빠가 마음에 두고 있는 미용실 아줌마는 윤수 마음에는 들지 않아요.
하마처럼 펑퍼짐하고 머리도 촌스러운 미용실 아줌마가 윤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빠가 아줌마랑 가까워지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지요.
그러다 도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산에 올라야 하는 윤수는 아빠와 미용실 아줌마랑 산에 오르게 되는데요.
아줌마의 근사한 도시락에 한번 놀라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법을 알려주는 아줌마에게 또 한번 마음을 빼앗기고 말죠.
덕분에 도희의 마음도 얻을 수 있었고요. 친근하게 대해주는 아줌마에게서 하마가 사라졌다는 표현이 재미났어요.
도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는 윤수와 미용실 아줌마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는 윤수 아빠의 모습이 비교가 되면서 재미를 더해주었어요.
뚱뚱하고 못생겨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줌마의 진심을 느끼면서 사람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아줌마 몸에서 하마가 사라졌다는 표현을 했는데요. 굉장히 재미있는 표현이죠?^^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진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동화였어요. 


 아주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아픈 이야기 <이젠 가렵지 않아> 한편 더 소개할게요.
이 이야기는 아마도 많은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거라 생각해요.

전교 1등을 해야 한다며 외할머니 생신에도 못 가게 하고 이 학원 저 학원 다니며 공부하고 숙제하고 나면 늘 12시~

학원에 늦거나 빠지기라도 하면 엄마는 차갑게 나를 대합니다.

내가 아프다고 해도 엄마는 아파도 참고 학원에 가야 한다고 하지요. 그래야 성공한다고요.

외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학원도 빼먹고 찾아갔지만 할머니의 튀밥 강정 먹을 새도 주지 않고 엄마는 얼른 학원에 가라고 합니다. 엄마의 차가운 말들은 나의 머릿속을 금속으로 바꾸고 내 몸에서는 무언가 빠져나가 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졌어요.

수학학원에 갔다가 영어학원으로 가는 길에 이혼한 아빠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엄마가 교통사고가 나서 함께 병원에 가자구요. 그런데 마지막 문구가 조금 충격이었어요.

" 엄마, 치료 잘 받으시라고 하세요.  전 지금 영어 학원 가야 하거든요."

아이를 감정 없는 공부하는 로봇으로 만든 건 누구일까요?

엄마는 아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려고 그렇게 애를 쓰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도대체 성공이란 무엇인지, 아이들을 공부하는 로봇처럼 만들면 과연 아이들이 그 나이에 누려야 할 행복은 누가 보상해줄 수 있는지... 참 씁쓸한 내용이 아닐 수 없네요.

8편의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소통'이라는 것이 우리의 관계를 얼마나 긴밀하게 해주고 있는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어요.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우리는 너무도 표현하지 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딸아이가 이 책을 읽더니 학교 도서관에 도서 신청을 하더라구요.

재미있는 책이라 다른 친구들도 꼭 읽게 해주고 싶다구요. 학교 도서관에도 이 책을 만나볼 수 있기를... 아이들에게 소통의 중요성을 알려주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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