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집의 암호 즐거운 동화 여행 55
임정순 지음, 이소영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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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때는 호기심도 많고 궁금증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모험심도 강해 얼토당토하지 않은 일들을 꾸미곤 했었어요. 물론 제가 시골에서 자란 환경 탓도 있겠지만 요즘 아이들 하루하루를 보면 참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놀이 다운 놀이할 시간도 부족, 내가 사는 주변에 대한 관심을 가질 시간도 부족~
시간에 쫓기고 있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주인공 아이들처럼 살아야 어린 시절의 추억도 생기고 아이답게 많은 감정을 느껴보며 배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답니다.
시골로 이사하는 게 답일까요? 그저 안타까울 뿐이네요. 책을 읽으면서 대리만족이나 해야 하나 봅니다.
 


 이사한 첫날부터 이상한 남자아이가 유령의 집이라고 하지를 않나, 기분을 오싹하게 하는 불쾌한 소리가 벽 너머에서 들리지를 않나, 제나는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어요.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전학 간 첫날부터 꾸벅꾸벅 졸다가 큰소리로 잠꼬대까지 하는 창피를 겪었지요.
한편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의 짝꿍 범도는 제나의 집에 가겠다며 제나를 뒤따라오는데요.
알고 보니 제나네가 이사 오기 전에 그 집에서 살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때서야 지난밤 만났던 이상한 남자아이가 범도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제나 방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를 범도도 들었다는 것도 함께 알게 됩니다.
 

제나는 이사 오기 전 학교 친구들과 세븐 이글스를 결성해서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혼내주고 했었는데요.
세븐 이글스 멤버들은 없지만 이유 없이 놀림을 당하는 다래를 도와줍니다.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고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나 몰라라 하지 않는 제나가 넘 멋지네요.
이런 친구가 많아지면 교실 안에서의 왕따로 없어질 텐데 말이죠.
 

 이제 제나와 범도, 다래는 제나방의 이상한 소리의 비밀을 풀기 위해 비밀 결사대를 결성합니다. 서로만 알 수 있는 비밀 암호도 만들고 마리에게 놀림당하는 다래를 지켜주기도 하지요.
 비밀 결사대 세 아이들은 다래의 할머니를 통해 이 집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할머니가 밤에 심부름을 보냈던 손녀가 죽어서 아들과 며느리는 외국으로 가버리고 말았대요.
어릴 적부터 키워온 손녀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끔찍하고 힘드셨을까요?
자기의 그 외로움과 고통을 들키기 싫어 못된 할머니처럼 굴고 계셨는지도 모르겠어요.

 

 집을 둘러싸고 있는 비밀을 풀기 위해 아이들은 제나가 할머니와 친해져야 한다고 했고 제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할머니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제나가 드린 단팥빵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표정에서 쓸쓸함과 안쓰러움이 느껴지네요.
이후 할머니도 제나를 대하는 모습에서 여전히 퉁명스럽긴 하지만 애정이 느껴져요.
할머니에게 필요했던 건 살가운 가족애 같은 게 아니었을까요?
 

 할머니가 절에 가셔서 집을 비운 날, 드디어 아이들은 이 집에 숨어있던 공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안에는 한소라라고 이름이 적힌 노트와 흰 원피스가 걸려 있었어요.
그리고 그 노트에는 암호처럼 생긴 숫자들이 적혀 있었지요.
비밀 결사대는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암호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서마리가 짝꿍에게 알려준 기적의 암기법을 알게 되어 암호를 풀 수 있었지요.
암호는 보물, 바람 골짜기, 고희
암호는 풀었는데 이 세 단어는 또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은근 스릴 있고 궁금하고 그렇더라구요.

 

모든 게 잘 되어가는 듯 보였지만 할머니한테 벽지를 뜯고 숨겨져 있던 문을 열고 노트를 가져 나온 걸 들키고 말았어요.
할머니가 엄청나게 화를 내시는 건 당연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할머니가 제나의 말도 들어보려고 하지 않으니 답답하단 생각도 들었지요.
그런데 우연하게 암호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답니다.
제나는 엄마 아빠도, 할머니도 집을 비운 날,  친구들을 불러 보물이 있을 자리를 찾아 땅을 파고 보물을 찾게 되는데요. 보물은 플라스틱 통안에 담겨있었어요.
그 안에는 편지와 함께 비즈로 만든 목걸이와 팔찌가 들어있었답니다.
제나는 그 안에 담긴 편지를 읽고 할머니를 위한 이벤트를 하기로 하는데요.
이것이 할머니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제나가 준비한 이벤트는 할머니의 죽은 손녀 소라가 남긴 편지와 선물을 전하며 70번째 생신을 축하드리는 것이었어요.
소라의 편지를 읽고 꺼이꺼이 우시는 할머니가 눈앞에 그려져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는데요.
자신 때문에 손녀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오셨을 할머니께 손녀가 남긴 선물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할머니가 고희연 하시는 날 함께 풀어보았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이 선물은 마치 자신 때문에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말라고 하는 손녀의 마음은 아니었을까요?
이 일을 계기로 할머니는 마음의 짐처럼 남아있던 손녀의 짐들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제나와 다래, 범도에게 비밀의 방을 선물하지요.
제나의 방에서는 여전히 끼익끼익 끽끽끽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지만 제나는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하지요. 비밀의 방 봉인이 풀렸으니까요.

 여전히 방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어요.
다만 그 이상한 소리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비밀 결사대까지 결성하고 할머니를 피해 숨겨져 있던 방과 그 안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아이들의 두려움에 맞선 호기심이 할머니의 마음까지 어루만져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요.
손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세상을 향한 마음까지 닫고 칼날 세운 마음으로 지냈던 할머니에게 제나는 소라가 보낸 선물은 아니었을지....
제목에서도 흥미를 느낄 수 있었지만 내용도 참 재미있었고 저는 뭉클함까지 느꼈던 책이었어요.
울 딸이 완전 재미있다고 저한테 빨리 읽어보라고 한 이유가 있었더라구요.
이 책을 읽는 친구들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며 능동적이고 역동적으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지금 아이들 나이에는 앉아서 얻는 것보다 밖에서 움직이며 얻는 것이 더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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