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라산의 소년, 율도국을 세우다 - 허균이 쓴 홍길동 이야기 꿈초 역사동화 1
김경희 지음, 유기훈 그림 / 꿈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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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초어린이 역사동화 첫 번째 이야기 <함라산의 소년, 율도국을 세우다>읽어봤어요.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이 탄생되는 과정에 상상력을 더해 쓴 역사 동화인데요.

저는 이 이야기가 <홍길동전> 만큼이나 참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조금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귀동이가 서자라서 나랏일을 할 수도 없었고 출세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는 비관하면서 왜 자신을 돌봐주는 하인들에 대해서는 크게 부당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그래도 가슴 뭉클한 결말과 또 다른 희망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재미있었어요.
 

​꿈 속에서 얼마 전 죽은 친구 이정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허균을 보며 허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데요.
허균은 신분의 귀천에 상관없이 누구나 풍족하게 잘 살 수 있는 그런 섬을 꿈꾸고 있네요.
하지만 현실은 귀양살이 중이었지요. 그나마 꿈을 꾸고 난 후 유배가 풀리고 허균은 유배지를 떠나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장복이와 나누는 대화를 들어 보면 그 당시 사회가 불안정하고 백성들의 불만이 최고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네요.
 

을 가다 우연히 다섯 아이들이 한 아이를 괴롭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장복이와 허균은 그 상황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를 도와주게 되는데요. 이 만남이 심상치가 않았지요.
역시나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는 귀동이란 아이로, 허균에게 홍길동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모티브가 된 아이랍니다.
허균과 장복이가 도와줬음에도 고마운 마음보다 괜한 일을 하셨다고 걱정하는 귀동이의 모습은 또래 아이들과 사뭇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런 성품과 총명함에 세상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이 더해져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힘이 생긴 거겠지요.
 

이쯤 되면 귀동이라는 아이에 대해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기네요.
허균도 마찬가지였겠지요.
귀동이의 남다름을 첫눈에 알아본 허균은 홍판서 대감의 하인들의 납치로 좀 더 일찍 다시 귀동이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그 만남에서 앞으로의 귀동이의 삶이 고단하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답니다.
 

유배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가던 중 마애불이 새겨져 있는 바위 옆에 작은 암자를 발견하고 마치 무릉도원처럼 느껴져 허균은 그곳에서 살기로 합니다.
장복이에게 서신을 써서 집으로 보내고 암자를 정리해 매일매일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러다가 우연히 산속 약수터에서 귀동이를 만나게 되어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그 이후 귀동이는 틈나는 대로 암자로 놀러 오고 허균은 귀동을 위해 책도 마련하여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데 책을 보고 눈을 반짝이며 세상에서 책이 제일 좋다는 귀동이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귀동이는 허균과 가까이 지내면서 책도 많이 읽었지만 장복이에게 무술도 열심히 배웠어요.
슬슬 홍길동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지요?^^

 

 한편 허균은 권필이 나라를 비판한 시를 지은 죄로 매를 맞아 죽게 되자 친구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글이나 쓰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 무작정 암자를 나와 걷기 시작했어요.
암울한 절망감이 허균에게 몰려들었겠죠.
시대가 달라져도 딱히 지금 세상이 허균의 세상보다 나아졌다는 생각은 안 드는 걸 보면 저 역시 지금 세상에 불만이 많은가 봅니다.^^
허균이 무의식적으로 찾아간 곳은 1년 전 죽은 기생 매창의 폐가였지요. 가장 힘들 때 마음 놓고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한데 허균은 지금 그런 친구들이 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네요.
 

다시 암자로 돌아가는 길에 허균은 귀동이집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우연히 귀동과 홍판서의 대화를 듣게 되는데요.
귀동이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아닌 대감이라 불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대감이 귀동이를 아들이라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대감 입장에서도 뛰어난 귀동을 아들로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이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웠을까요?
그러나 얼마 후 홍 대감은 죽게 되고 귀동에게 유산을 남기지만 못된 큰어머니의 계략으로 모두 빼앗기고 맙니다.
귀동은 자신이 서자라서 아무리 뛰어나도 벼슬을 할 수 없는 이 세상이 원망스럽고 억울하여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곳에 살고 싶다고 하는데요.
차라리 똑똑하지 않았으면, 차라리 뛰어나지 않았으면 귀동이는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세상에 순응하며 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결국 귀동이는 깊은 산으로 들어가 도를 닦겠다며 허균을 떠납니다.
 

귀동이 떠난 지 일주일 후  허균은 다시 나랏일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 5년이 흘러 귀동을 만났던 함열 땅을 찾았어요.
 그곳에서 함라 마을에서 태어난 서자 출신의 의적인 홍길동이 활빈당을 결성하여 도둑질한 물건을 백성에게 나눠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홍길동의 이야기를 듣고 허균은 귀동을 떠올렸겠지요?

 다시 찾은 암자에서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그 온기의 주인공인 귀동을 만나게 되지요.
그리고 귀동이 홍길동임을 짐작하게 됩니다.
허균은 암자로 돌아와 귀동이의 이야기를 쓰기로 하고 제목을 <홍길동전>이라고  지었어요.
서자로 태어나 자신의 삶의 무게를 버거워하다 힘찬 날갯짓을 하며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였는데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홍길동전>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이 책대로 상상하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이제 홍길동하면 귀동이가 떠오를 것 같아요.
 

책 말미에는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에  대한 정보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네요.
서자였던 스승 이달의 삶을 안타까워하던 허균은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고 능력이 있어도 양반이 아니면 관직에 나갈 수 없었던 서얼들의 아픔과 설움을  담아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을 지어 조선시대 신분제의 문제를 다루었는데요.
무척이나 파격적이고 진보적이었다고 하네요.
결국 이런 사상 때문에 허균은 역모를 꾸몄다는 모함을 받아 참형을 당하고 말았는데요.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 이렇게도 힘들고 어렵다는 거겠지요. 왜 안 그렇겠어요.
세상을 바꾸려면 가득권자들을 바꿔야 하는데 그들은 또 그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겠지요. 허균을 죽이는 것처럼요.
사실 저는 <홍길동전>을 완벽하게 읽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홍길동전>을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허균이 어떤 마음으로 <홍길동전>을 지었는지도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될 것도 같고, 홍길동에게 귀동이가 감정이입이 되어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길동전>을 허균이 글을 쓰기까지의 상상력을 더해 만든 책이라 저는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아이들도 분명 상상을 더해 이 책을 읽고 <홍길동전>에 대해 호기심이 더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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