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꾸는초승달 두뼘어린이 시리즈 3번째
이야기<대못안경과 건우의 위험한 소원>이에요.
주제 자체가
색다르고 흥미로운 이야기라 읽으면서도 결말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는데요.
표지만큼이나 재미있고 독특한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된 대못안경이 서술자가 되어
대못안경의 주인들과 함께 하며 일어났던 일들을 그려내고 있어요.
대못안경은 1400년 경 베네치아에 사는 신앙심이 깊은 유리 기술자에 의해 만들어져 수도원으로
보내진 후 줄곧 그곳에서 지내게 되는데요.
책을 좋아하던 수도원의
수도사님은 대못안경을 소중하게 다루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단단한 상자 속에 잘 보관해 두었었지요. 그런데 며칠째 상자가 열리지 않아 주인님이
매일 책을 펼치기 전 주문처럼 외우던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치며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중얼거렸어요.
그러자 정말로 상자가 열리고 다음 주인들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세월이 흘러 아라비아 상인의 눈에 띄어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조선으로 들어오는 길에 배가 태풍을 만나 깊은 바닷속에서 300년을 보내던 대못안경은 바닷모래를 채취하던 덤프트럭에 실려 육지로 올라오게 되고
모래 속에 파묻혀 있다가 건우의 눈에 띄게 됩니다.
대못안경은 모랫 속에
파묻혀 300년을 보내면서 자신을 꺼내주는 사람에게 소원을 세 가지 들어주기로 하는데요.
대못안경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안경을 쓰고 소원을 말해야 마법이
이루어진답니다.
건우가 그 소원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건우는 대못안경을 쓰고 학원에 가게 되는데요. 대못안경이
놀이터에서는 아이들 소리를 듣기가 힘들었는데 학원이라는 곳에 오니 아이들 소리로 북적거린다고 하는 게 참
씁쓸했네요.
하여간 건우를 힘들게 하는 학원 선생님이 미웠던 건우는 그만
첫 번째 소원을 말해버리고 말아요.
마녀 같은 선생님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대못안경의 말처럼 공부 잘하게 해달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렇게 첫 번째 소원을 허무하게
써버렸어요.
학원 선생님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이 사회가 죄가 있다면 있겠지요.
그럼 대못안경은 어떻게 마법을 갖게
되었을까요?
중세 유럽에는 마녀가 아주 많았어요. 당시 귀족들과
성직자들은 마녀사냥을 해서 마녀들의 마법을 빼앗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호리병에 봉인해 두었는데요.
그런데 그 호리병이 깨지면서 마녀들이 마법을 다시 차지하려고 야단이었죠.
그래서 수도사님이 다시 흩어진 마법을 모아 깊은 바닷속에 던져 버렸대요. 수도사님이 돌아가시고 무덤
옆에 함께 묻혔던 대못안경은 베로니카 마녀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고 마법이 든 호리병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달라는 협박에 시달려야 했지요.
마녀는 대못안경에게 마법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준다고까지 하며 유혹했답니다. 하지만 영리하게 대처해서 호리병을 빼앗기지
않았지요.
뭔가 영화로 찍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내용
아닌가요?
대못안경이 어쩌다가 마법의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한편에서 건우는 여전히 학교생활이 힘들고 불만에
가득 차 있네요.
찬구들과 트러블이 생기고 선생님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자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그
소원은 이루어지게 되지요.
함께 놀 친구들도 모두 사라지고 혼자가 되고
말아요.
교실에 돌아와 대못안경은 건우와 이야기를
하는데요.
친구들의 호의를 놀리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동생만 사랑하고
자신은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엄마에 대해서도 오해를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음속의 색안경 때문이지요.
건우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모든 걸 제자리로 되돌리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마지막 소원을 빌게
되지요.
대못안경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건우의 소원대로 대못안경과 건우는 서로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갔어요.
대못안경은 결국 300년이 지나 산산이 부서져 모래가
되었답니다.
건우는 모래가 되어버린 대못안경을 집으로 가져와 화분에
뿌려주었어요. 건우가 바라보는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대못안경의 마음이 담긴 결말이었어요.
대못안경을 보면서 오히려 그것이 이 세상에 대한 색안경
같은 게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대못안경을 끼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데 그
소원이라는 것이 모두 부정적이고 미움이 가득 차 있는 것이 지금 사회가 긍정적인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들을 더 많이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건우가 생활하는 동안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보다는 힘들고
외롭고 서글픈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든 제가 보는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이런 상황이 아닐까 싶으면서 그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경과 이야기를 하고, 안경이 소원도 들어주고, 그
안경에는 지내온 세월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그런 부분은 참 재미있는 발상이고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마지막 결말도 제 식으로 생각해 본다면 대못안경(부정적
시각)을 벗어던지고 이제는 좀 더 밝은 면을 보고 희망적으로 살아가겠다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아이들이 한 뼘 한 뼘 성장하는 데는 아픔도 있고, 고통도
있는 것 같아요.
아픔을 딛고 이겨내거나, 힘든 일을 겪고 나면 그만큼
어른스러워지고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건우도 자신의 주변에 대한 불평을 걷어내고 주변 사람들의
부재의 고통을 겪어보면서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재미도 있지만 좀 더 깊게 보면
우리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줘야 할 이유를 찾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건우의 소원들은 위험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소중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