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동시 읽기 천천히 읽는 책 4
권정생 동시를 사랑하는 안도현과 열아홉 사람 엮음 / 현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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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똥>, <몽실언니>, <엄마 까투리>등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유명하신 권정생 선생님이 동시도 쓰신 거 아시나요?

저도 워낙 <강아지똥>이나 <엄마 까투리>가 유명한지라 동화를 쓰시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동화 속 그 감성 그대로 좋은 동시를 많이 남기셨구나 새삼 알게 되었답니다.

이 책에 담긴 이 분의 시를 읽으면서 이 시들은 동시이기는 하지만 요즘 아이들 보다는 부모님들이 읽으면서 더 공감하고 위로받고 가슴 따뜻해지겠구나 싶었어요.

아이들이 이 시가 주는 느낌과 감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부모 세대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언어 그대로더라구요. 저 역시 동시가 이런 느낌을 줄 수 있구나, 이 짧은 구절이 가슴을 딱 칠 수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왜 아이들에게 동시를 많이 읽으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구요.






이 분이 바로 권정생 선생님이세요.

열아홉 살 되던 해에 온 몸에 결핵이 걸려 평생 아픈 몸으로 살면서 이 세상 가장 낮은 곳 이야기들을 동화로 담아내셨는데요.

평생을 아픈 몸으로 혼자 사시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동화를 우리에게 남겨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네요.

자신의 몸이 아픈데 어찌 이런 아름다운 글을 남기실 수 있는지...

저는 여기에 수록된 동시들을 읽으면서 권정생 선생님의 아름다운 글들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었어요.






이 책은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같은 동시가 나오기도 해요.

이 책은 각자 다른 분들이 권정생 선생님의 동시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느낌을 받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지금의 내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읽는 분의 시각에서 서술되고 있어요.

그래서 자신에게 의미있는 시를 선택하기에 같은 시가 반복되기도 하는데요.

같은 시라고 해도 읽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 다른 의미의 글이 되기도 하지요.

이 책은 그런 묘미를 느껴볼 수 있답니다.






다른 좋은 시들도 많지만 이 <다람쥐>라는 시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좋아할 만한 동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간결하지만 선생님의 자연에 대한 시선을 느낄 수있는 동시랍니다.

개울물을 건너는 다람쥐가 자신을 알아보고 올까봐 숨는다는 도토리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어요.

개울물을 건너는 다람쥐와 그냥 그 자리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보면서 이런 글을 지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 상황을 아이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순수한 선생님의 시선때문이겠지요.






김이구 선생님은 이 <도토리>라는 시를 어떻게 읽으셨는지,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독자도 함께 읽어 볼 수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산에서 직접 다람쥐를 보고 도토리를 보는 것보다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으로 다람쥐 영상이나 사진을 찾아보는 것이 더 익숙해졌다는 말에 공감이 되네요.

권정생 선생님은 늙어서 돌아가실 때까지 시골 마을 집에서 살아 이 글에 나타나는 그림을 쉽게 볼 수 있었겠지요.

선생님 덕분에 퐁퐁 개울물 사이를 지나가는 다람쥐 한마리와 동글동글한 도토리가 떨어져 있는 풍경을 그려볼 수 있었네요.







<쑥절편>이라는 시는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다소 힘든 시에요.

오히려 이 책을 읽는 부모님들이 더 공감하고 흐뭇하게 읽어볼 수 있는 동시였어요.

누구나 아련한 어릴적의 첫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지요. 그 첫사랑을 살며시 꺼내볼 수 있었던 시였는데요.

다소 익숙치 않는 단어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 의미는 제대로 몰라도 왠지 그 시안에서는 그 의미를 충분히 알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게 좋은 시가 주는 묘미 아닐까 싶네요.

보릿고갯때 칡뿌리떡 안준다고 싸움하고 오래도록 말도 안하고 지냈는데 단옷날 쑥절편 내밀던 그 가스나의 마음은 미안함이 애틋함이 되어 버려 쑥절편을 받는 사람도 왠지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

어린 친구들이 그 마음을 알까요?^^

이런 시를 읽다보니 요즘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가난하고 고단했던 우리의 삶이 어찌 보면 감성적으로 더 풍요롭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도종환 선생님에게 이 시는 어떤 의미일까요?

도종환 선생님이 생각하는 시에 대해 그림처럼 풀어주시니 저 역시 이 시를 제가 혼자 읽었을 때보다 이 글을 읽고 다시 시를 읽었을 때가 더 진하게 와닿더라구요.

그 풍경이 드라마처럼 그림으로 그려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는 나만의 생각과 느낌으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를 지은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지었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비록 권정생 선생님의 풀이는 아니지만 도종환 선생님의 글도 제가 이 시를 좀 더 깊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아이들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동시집을 읽어본 적은 있지만 사실 이런 감동을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같아요.

권정생 선생님의 아프지만 맑았던 삶이 이 동시들에 속속들이 담겨 있는 것같아 읽는 내내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답니다.

내가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은 다른 분들의 글로 도움을 받았구요.

같은 시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비교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답니다.

가볍게 읽지 말고 천천히 읽다보면 의외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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