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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앤젤린은 ㅣ 햇살어린이 27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강지연 그림 / 현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 루이스 새커의 < 언젠가 앤젤린은>이에요.
루이스 새커의
마빈 시리즈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컸죠.
제가
작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작가가 글을 풀어가는 어휘, 느낌 이런
것들이 제가 읽었을 때 정말 신선하고 독특하고 책을 읽었을 때 술술 잘 읽히는 걸 의미하는데요.
루이스 새커의
작품은 그 작품의 주인공이 늘 마음에 들고 그가 그 주인공을 활용하는 방법들이 참 좋았어요.
가볍지만
가볍지 않고, 무겁지만 무겁지 않게 주인공을 진지하게 접근하는 방식들이 참 좋았는데 이번 작품은 마빈과는 전혀 다른 주인공의 모습에 사실 마음이
아팠어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특출나기를 바라거나, 평범하기를 바라게 될거에요.
평범한
아이라면 특출나기를, 특출한 아이라면 평범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그 마음으로 이 책을 읽다보면 가슴에 훅 하고 와닿는 무언가가
있더라구요.
그리고 알게
됩니다.
평범하든,
특출나든,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것을요.
내 아이는 그
존재 자체로 나에겐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앤젤린이 겨우 갓난아기였을 때,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한 말이
'문어'였어요.
문어를 본
적도 없고, 아이 앞에서 문어라는 말을 한 기억도 없으니 엄마, 아빠는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여겼죠.
문제는
앤젤린이 자신이 그 말을 한 사실을 기억한다는 것이며 아기 침대에 누워 바다와 물고기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도 기억한다는
거에요.
앤젤린은
태어나기 전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그저 '천재'라는 별명으로 설명했어요.
'천재'라고
생각하며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설명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녀를
더이상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죠.
그것이
앤젤린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외롭게 하는지 그녀의 아빠조차 몰랐어요.
아빠는
쓰레기차를 몰았는데 자신이 천재인 앤젤린을 망치게 될까봐 늘 조심스러워 하고 힘들어 했어요.
그래서
재미있게 읽을 책을 사다주지 않고 늘 어려운 책을 앤젤린에게 선물을 하지요.
그게 그녀를
위하는 일이라 여긴 거겠죠.
글을 읽는
내내 아빠의 행동들이 앤젤린을 얼마나 힘들고 외롭게 했을지 참 답답했어요.
아빠가 평범한
딸을 대하듯, 거스가 앤젤린을 미소짓게 하듯 그렇게 했다면 앤젤린은 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학교에서는
앤젤린을 6학년에 배정했어요.
어느 학년에든
넣어야 하는데 마땅히 몇 학년에 넣어야 할 지 몰랐기 때문이지요.
6학년이 될
정도로 똑똑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하드리크 선생님보다 더 똑똑하긴 하지만 앤젤린은 여전히 아기처럼 엄지손가락을 빠는 행동을 하는 어린
아이일뿐인데 어른들은 앤젤린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죠.
무엇보다
하드리크 선생님은 앤젤린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가장 큰 문제점이었어요.
마음 기댈
사람 하나 없는 앤젤린에게 하드리크 선생님은 너무 가혹한 현실이었죠.
그래도 그런
앤젤린에게 좋은 친구가 생깁니다.
바로
개리에요.
개리도 썩
평범한 녀석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개리와
앤젤린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좋은 친구가 됩니다.
앤젤린에게
웃음을 주는 유일한 친구였으니까요.
좋은 친구
한명의 힘....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좋은
선생님과 나쁜 선생님의 차이도 극명하게 느낄 수 있지요.^^

앤젤린은
바다에 대한 무의식이 많아요.
태어나기
전부터 바다에 대해 기억하는 것들이 많고 바다를 특히나 그리워 하고 좋아하지요.
바다의 냄새도
그렇구요.
사실 저는
앤젤린의 엄마가 바다와 관련이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는데 엄마의 사건은 앤젤린이 태어나고 나서의 일이라 고개를 갸웃하게
되거든요.
아니면 그저
엄마의 배속을 바다라고 생각하며 그 때의 기억을 하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요.
그냥 앤젤린의
모습이, 앤젤린의 기억이, 그런 거겠지 하면서 읽게 되더라구요.
작가가 어떤
의도로 앤젤린을 그렇게 표현을 한건지 내내 궁금은 했지만요.^^

앤젤린에게
개리라는 좋은 친구도 생기고, 미스 터본이라는 좋은 선생님도 만나게 되어 이제는 앤젤린도 행복해질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하드리크
선생님은 다시금 앤젤린을 절망끝으로 밀어넣었고, 앤젤린은 바다의 유혹을 견디지 못합니다.
다행이
바다에서 만난 쿨 브리저 아저씨의 도움으로 세상의 공기를 다시 마실 수 있게 되었지요.

세상의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바다에서 앤젤린을 건져낸 쿨 브리저 아저씨의 힘도
컸지만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세상 밖에서 기다리는 아빠, 개리, 거스, 그리고 미스 터본의 간절한 바램때문이었을 거에요.
언젠가
앤젤린은 행복해 질 수 있겠지 기대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세상의 끝에 다녀오고 나서야 이제야 마음의 평온함과 안식을 찾게
되네요.

이제 앤젤린은
그 누구에게도 천재가 아닌 앤젤린일 뿐이에요.
세상의 끝에
보내 보고 나서야 존재 자체가 감사함임을 깨달은 아빠에게도 이제 앤젤린은
천재가 아닌 그저 아빠의 청소차를 타고 싶어하는 떼쓰는 딸로서 새롭게
태어난거죠.
미스 터본과
아빠와의 사랑으로 앤젤린이 더 행복해 졌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책을 덮게 되었어요.
아이가 좀 더
남다른 아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천재처럼 똑똑하고 재능이 많은 아이였으면 참 좋겠다 싶은 생각은 늘상 하게 되죠.
저도 평범한
부모니까요.
하지만 그
사실을 무거운 짐처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아이의 생각은 잘 안해본 것 같아요.
그것이
아이에게도 좋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만 해보았지요.
그런데
앤젤린은 만나보면서 그게 전혀 행복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태어나기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 많은 앤젤린은 아빠의 냄새나는 청소차를 타는 것이 더 행복한 작은 아이일 뿐이에요.
'천재'라는
별명 속에 갇혀 '아이'로서의 앤젤린은 어느 누구도 보호해주지 못했던 것이죠.
제목에서도
느낄 수있도록 '언젠가'는 ~ 이란 것은 아무 의미 없어요.
아이가
사라지고 나면 그 '언젠가'는 이란게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언젠가'는
이라고 미루지 말고 지금 이순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 감사하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겠어요.
'언젠가'라는
시간이 내게 올지 안올지 그건 아무도 모르니까요.
지금 이
순간의 평범한 행복을 진짜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구나 싶었답니다.
서글펐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어 아름다웠던 앤젤린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