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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와 테우리 - 현기영 동화집 ㅣ 천천히 읽는 책 3
현기영 지음 / 현북스 / 2015년 4월
평점 :
<현북스>의 천천히
읽는책 3번째 이야기<'해녀'와 '테우리'>랍니다.
방정환
선생님과 김구 선생님의 이야기에 이은 현기영 선생님의 글을 담고 있는데요.
'천천히 읽는책'이라는 타이틀처럼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상상하고 생각하며 읽는 책이라지요. 이 책은
제목처럼 해녀와, 목동을 일컫는 테우리 두이야기가 함께 들어있답니다.
이 글을
쓰신 현기영 선생님은 제주에서 태어나셨네요. 우리 현대사의 이면을 다룬 깊이 있는 작품을 써오셨는데요. '해녀' 와 '테우리'도 제주도의
4.3사태의 비극과 비참함을 담고 있답니다.
원작은 <거룩한
생애> 와 < 마지막 테우리> 인데요. 그 작품을 아이들을 위해 쉽고 부드럽게 고쳐 쓴 이야기라고
하네요.
4.3 사태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있는 시간이
되겠지요.
먼저
<해녀> 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우묵개라고 하는 어촌 마을에
살고 있는 간난이는 해녀의 딸로 태어났어요. 성이 양이고 이름은 간난이를 한자로 옮긴 유아였지요. 그녀가 10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홀연히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바깥일을 하시게 되니 간난이는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동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어요.
열세살이 된 간난이는 어머니를 따라 물질을 배우기 시작했고
물질에서 즐거움으도 느낄 수 있었죠.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목숨을 잃을 뻔한 일도 있었기에 바다안에서는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었답니다.
간난이는 17살에 열 길 물속을 맘대로 드나들 수 있는 상꾼
해녀가 되었고 시집가기 전에 집안을 일구고 싶어 제주도를 떠나 육지로 물질을 나갔답니다.
2년간 돈을 벌어 밭을 사고 나서야 간난이는 글 읽는 선비집으로 시집을
갑니다.
신랑은 나이가 8살이나 어렸고 시어머니는 당찬 살림꾼이었기에
간난이에게 잔소리가 많았어요.
물질이 너무 하고 싶던 간난이는 시집의
금기를 깨고 물질을 했고 시어머니는 간난이의 뒤웅박을 깨버렸습니다. 물질을 천하게 여기는 시집에서는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아 집을
나왔어요. 반년을 물질하며 살았는데 고향으로 돌아오니 시어머니가 다 용서할테니 시집으로 가자고 하네요.
당시 이런 당당함이 있는 여자라니 멋지네요~^^
하지만 간난이의 고생길은 이제 시작이네요. 시아버지가 큰 빚을 지고 돌아와 술만 마셔대다 죽고
시어머니마저 몸져 눕자 간난이는 시어머니를 정성껏 돌보았어요.
이제
시어머니와 간난이는 합심하여 열심히 살림을 꾸려갔어요. 이제 고생끝 행복시작일까요?
언제나
공부에만 머리를 쓰는 신랑이 대견스러우면서도 불안하기도 한 간난이는 글 읽으면 오히려 우환이 되는 세상에다, 왜놈 정치에 반항하고 고문당하는
사람들이 대개 신식 공부를 한 청년이라는 것을 알기에 걱정스러웠죠. 신랑의 공부 뒷바라지를 열심히 했지만, 신랑은 관공서에 취직하지 않고 야학
선생님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해녀들을 설득해 공부를 하게 했지요. 물론 간난이두요.
시국은 점점 나빠지고 창씨개명에 조선말, 조선글도 금지되었죠. 간난이는 이런 시국에 늘 신랑 걱정에
안절부절이었답니다. 하지만 신랑은 조선말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주재소에 끌려가 호되게 얻어맞고는 술꾼이 되어 버리고
말았죠.
간난이 역시 공출양을 못채워 벌을 주려하자 조합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가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어요.
이 일이
있은 후 남편도 가장으로 돌아와 열심히 일을 하니 오랜만에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고 아기도 낳았죠.
하지만
우묵개 마을에는 미군이 들어와 섬 마을을 다스리고 있었고 남과 북이 각각 다른 정부를 세우려 하고 있음에 섬사람들은 남한 단독 선거에 구부를
합니다.
고문
후유증으로 병석에 누운 남편은 토벌대가 들이닥쳤을 때 팔목을 그어 마지막 피를 흘리며 죽게 되는데요.
간난이
역시 남편과 마찬가지로 사상 불온자로 토벌대의 명단에 들어가 있어 아들을 시어머니에게 남기고 불 뿜는 총구 앞에 쓰러지고
맙니다.
아들에게
부디 몸 성히 자라서 새 세상을 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말이죠.
바른 말을
하면 죽어야 했던 그 시대의 아픈 현실이 고스란히 담긴 글이에요.
요즘도
왠지 언론이며, 뉴스며 무언가 통제되고 가려져 국민들의 알권리를 우습게 여기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참 씁쓸한데요.
우리의
역사가 진보가 된것이 아니라 점점 퇴보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이 글을
읽으면서도 통일된 정부를 원하는 국민의 열망이 죽음으로 보답받아야 하는 것인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테우리>에요.
테우리는
제주도 사투리로 소를 기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글
역시 가슴 짠하게 아픈 글이에요.
<테우리>는 이전에 그림책 <테우리 할아버지>로 미리 만나본 적이
있는데요.
그 책을
보면서 단편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수록되어 있어 반갑더라구요.
어린
친구들은 그림책으로 읽어봐도 좋을 듯하네요.
고순만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소를 대신 키워주며 살아요.
초겨울이
되면 소 주인이 모두 소를 데리고 마을로 내려가 버려 할아버지는 친구 현태문 할아버지의 소 두마리만 키우고 있는데요.
현태문
할아버지가 나타나지 않아 몸이 아픈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고순만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돌보는 소 120마리를 다 기억을 해요. 남의 소를 키우고 있지만 자기 손으로 돌보고 있는 목숨들이기에 몰라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태어난지
2개월 된 송아지를 도둑맞았다가 어느 목장의 소떼 속에 있는 것을 찾아내기도 하고, 도둑에게 끌려가는 송아지를 기지를 발휘해서 찾아오기도
했지요.
사람들은
일흔 여덟이 되어 쓸쓸한 목장에서 홀로 테우리 노릇을 한다고 사람들이 흉보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입만 열면 돈타령하는 사람보다는 소가 더
좋았어요.
4.3
사태에 다 죽고 남은 사람이라고는 현태문 할아버지 뿐인데 고순만 할아버지 곁에 남은 두 마리의 소를 찾으러 오지 않으니 걱정이
가득이네요.
현태문
할아버지도 4.3 사태 때 당한 고문으로 폐병을 얻어 몸져 눕기 일쑤였거든요.
할아버지에겐 아픈 기억이 있어요. 토벌군에게 잡혀 총 개머리판으로 초주검이 되도록 맞았고, 폭도들이
있는 굴을 가리키라는 말에 예전에 비를 피하던 동굴을 말했는데 하필 그 안에 사람이 숨어 있었던 것이죠.
할아버지때문에 노인 부부와 어린 손자가 죽음을 당하자 고순만 할아버지는 그 사건으로 가슴에 슬픔을
묻고 살아요.
이
일때문에 사람들을 멀리하는지도 모르겠어요.
할아버지가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는데 소 두마리가 없어졌어요.
날씨는
궂어지고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아 할아버지는 소를 찾아 나섭니다.
할아버지가
오름을 내려가는데 눈보라가 내리기 시작하는데요. 소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간신히
눈보라를 벗어나 솔숲으로 들어선 할아버지는 가슴에 품고 왔던 마른 소똥에 불을 붙여 몸을 녹였어요.
그러다 또
깜빡 잠이 들고 말았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밤이었는데 현태문 할아버지가 " 어이, 순만이....."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순만
할아버지는 솔숲의 눈 위에 찍힌 소 발자국을 따라갔는데 그 발자국의 끝에는 현태문 할아버지의 집이 있었고, 집 마당에는 현태문 할아버지의
암소와 송아지가 서 있었어요.
그 순간
현태문 할아버지는 이 세상을 떠나려고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있었답니다. 소도 주인의 마지막을 지켜주기 위해 그 먼 길을 온거겠지요. 또 친구의
마지막을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 고순만 할아버지도 현태문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일 테구요.
어찌 보면
4.3 사태의 희생자들이고, 전쟁의 피해자들인데 그들의 마지막도 아프기만 한 듯해서 마음 한켠이 아려옵니다. 이 이야기가 단순히 꾸며진 소설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일거에요.

마지막에는
이 소설의 저자인 현기영 소설가님의 아내분이신 양정자님께서 손자에게 4.3 사태에 대한 전반적 이야기를 들려주시네요.
손자에게
말하듯 풀어놓고 있어 어린 친구들이 읽기에 좋은것 같아요.
이 글을
읽기 전에 이 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고, 다 읽고 나서 읽어도 좋을 듯해요.
4.3
사태에 대한 역사적 현실을 진솔하고 꾸밈없이 들려주시니 당시 제주도민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도 못할 것 같네요.
이 두
단편 소설은 제주도에서 있었던 4.3 사태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소하고 낯선 내용일지도 모르고 그런 세상을 이해하기 어려울 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런 세상이 있었고, 이 세상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희생과 투쟁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감사해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현실속에
충분히 간난이같은 분이, 고순만, 현태문 할아버지 같은 분들이 여전히 살아 계실지도 모르니까요.
관광지로
유명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제주도에 이런 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꼭 기억할 수 있기를....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