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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ㅣ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37
토미 웅거러 글.그림, 이현정 옮김 / 현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안데르센 상 수상 작가 토미 웅거러가 그려 낸 환상과 모험 그리고 비밀의 섬 이야기
<섬>이랍니다.
이분의 책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스산한 듯 독특한 느낌의 내용과 그림이 잘 어울리는 책인것 같아요.
제가 읽어보니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읽히기에 딱 좋은 책이네요.
현북스의 알이알이 명작 그림책 37번째 작품이에요.
알이알이 명작그림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요. 하나같이 아이들에게 읽히기 좋은 그림책들이죠.
뭔가 독특한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많아요.^^
이번 작품도 그러한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이책의 주인공은 핀과 카라 남매에요.
어부인 아버지와 농장을 가꾸는 어머니와 함께 바닷가 외딴 마을에 살고 있어요.
핀과 카라네 가족은 가난했지만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생활에 감사했지요.
핀과 카라도 바닷가 절벽에서 양떼를 돌보는데요.
이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양을 돌보는 아이들이 바닷가 근처에 있는 그림에 독특하게 고인돌 그림이 있더라구요.
굳이 여기에 고인돌 그림이 있을 필요가 있나, 뭔가 이유가 있나 싶어 찾아보니 아일랜드에 이런 모양의 고인돌이 있네요.^^
저자가 아일랜드의 풍경을 이 그림에 많이 담고 싶었나봐요.

핀과 카라는 아버지가 깜짝 선물로 만들어준 작은 거룻배를 타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안개섬으로는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요. 그곳에 가서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어느 날 핀과 카라는 둘이서 해변을 탐험하고 물고기 잡으로 바다로 나갔다가 썰물이 빠지면서 거센 물결에 휩쓸려 먼 바다로 떠내려가게 되었어요.
다행이 후미진 작은 해안에 도착하게 되었는데요.
절벽에 돌계단이 보이자 핀과 카라는 그곳에 가보기로 합니다.
고인돌에도 눈이 그려져 있더니 여기 절벽에도 눈이 그려져 있네요.^^
아이들은 무생물에도 생명을 부여하기를 좋아하니까요.^^

계단은 몹시 가파르고 미끄러웠지만 핀과 카라는 조심조심 올라갔지요.
마침내 높다란 담장 아래 커다란 문이 나타나자 문 옆의 종을 울려보았어요.
커다란 문이 열리며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할아버지가 나타나셨죠.
아이들이 놀랐을 것 같은데 오히려 할아버지가 깜짝 놀라시네요.^^

안에 들어서자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훅 다가왔어요.
이 할아버지가 바로 안개 사나이였지요.
할아버지는 자신이 안개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안개를 만드는 방법도 알려주셨어요.
철문 하나를 열어젖히고 안을 들여다 보니 깊은 구덩이 아래에서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죠.
할아버지는 자신이 밸브를 열면 바닷물이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수증기로 변해 안개가 만들어 진다고 말합니다.
할아버지는 영원만큼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켜오셨다고 해요.
겉모습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영원만큼이라니요.
의미심장한 말이지요?^^
할아버지는 혼자서 심심하기에 아주 먼 옛날의 말들로 노래를 부르고 동물친구들에게도 불러주었는데 핀과 카라도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놀았답니다.

안개 사나이가 끓여준 고약한 맛의 스프도 먹고 안내해 준 잠자리에서 달게 잠도 잤는데요.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어제와는 다른 그림이네요.
모든게 꿈이었을까요?
안개사나이는 유령이거나 상상 속의 친구였을까요?
그렇다면 김이 나는 스프그릇과 이불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핀과 카라는 안개가 사라진 바다에 서둘러 배를 띄워 집으로 향해갑니다.
하지만 거센 바람과 파도는 안개사나이도 어쩔 수 없나봐요.
성난 파도에 배가 흔들렸지만 카라는 배 밖으로 물을 퍼내고, 핀은 노를 잡고 배를 저어 갔지요.
다행이 핀과 카라를 찾아 나섰던 이웃의 어부 아저씨들이 아이들을 발견해서 무사히 큰 배로 옮겨 탈 수 있었어요.

핀과 카라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모였어요.
안개 섬에서 무사히 돌아온 사람은 핀과 카라가 유일하기 때문에 안개 사나이에 대한 아이들의 말을 어른들은 믿지 않았지요.
수프 그릇과 이불이 그곳에 그대로 있다고 해도 누구 하나 안개 섬으로 갈 엄두를 내지 못했구요.
하지만 핀과 카라는 믿을 수 있었어요.
카라의 수프 그릇에서 기다란 초록색 머리카락이 한 올 빠져 나왔거든요.
이 책에 대해 검색을 좀 해보니 이 작가가 성인용 삽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아동문학계에서 퇴출을 당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는 고향을 떠나 아일랜드로 삶의 터전을 옮겼는데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받고 마음을 열어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 책은 그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그림에서 아일랜드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어요.
그림 자체가 무채색에 가까워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지만 신비로운 느낌이 강렬한 것은 사실이네요.
우리는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환상과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하기에 좋은 곳이 섬이기도 하구요.
이 작품은 그런 환상과 두려움을 절묘하게 잘 표현한 것처럼 느껴져요.
어쩌면 있는 그대로를 믿는 순수한 아이들에게만 보이고 두려움과 불신에 가득한 어른들에게는 안보이는 그런 섬속의 안개 사나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