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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아니어서 미안해 - 이상교 창작 동화 ㅣ 햇살어린이 26
이상교 글, 유명희 그림 / 현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제가 좋아하는 현북스의 햇살 어린이 < 강아지가 아니어서 미안해>랍니다.
개인적으로 햇살어린이 시리즈는 세련되고 화려한 책은 아니지만 가슴을 울리고 잔잔한 감동을 주어서 아이책이지만 제가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얻는게 많은 책들이에요. 이번 신작 역시 잔잔한 감동을 주네요.
저는 동물들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함께 사는 것은 아직 엄두가 안나서 도전해본 적은 없어요. 동물을 키우게 되면 제가 끝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되고 말이죠.
이 책을 읽고나서는 더욱더 그러한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내가 반려동물을 죽을 때까지 보살필 수 있는 자신과 확신이 생길 때까지는 절대로 동물을 키우지 말자고 말이죠.
아이들도 요즘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자그마한 강아지에 푹 빠져 키우고 싶다고 하지만 이러한 제 생각을 알기에 보는 것에 만족하고 있답니다.

이 책은 작은 토끼 깜동이의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사람이 아닌 토끼의 눈으로 바라본 생활이자 감정들이지요.
그래서 더 색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어요.
사람들은 아기 토끼가 귀엽다고 좋아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맘에 들지 않아요. 깜동이는 엄마가 자신들을 낳아 젖 뗄 때까지만 길러놓고 토끼 장수에게 팔아 넘겼다고 생각해요. 이건 정말 큰 착각인데 말이죠. 토끼들에게 그럴만한 의지가 있을리 만무하잖아요.
그렇지만 깜동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네요. 안타깝게도 말이죠.
아까부터 나를 유심히 보던 아줌마가 결국 나를 사갑니다. 팔려 가게 되어도, 팔려 가지 않아도 걱정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죠.

내가 추울까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아줌마네 집에는 딸이 둘 있었어요.
하지만 두 딸은 나를 그렇게 반기지 않았죠.
강아지가 아니라서 그랬을거에요.
하지만 나에게 깜동이란 이름도 지어주고 강아지처럼 놀아주었어요.
이 가족들의 표정과 눈빛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긴 했지만 깜동이는 상추잎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버렸어요.

나는 애완견 토끼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럭무럭 자랐어요.
아침이면 큰 누나에게 달려가 잠을 깨우고, 작은 누나가 원하는 대로 강아지 흉내도 내었지요.
그러다 알게 되었어요. 왜 작은 누나가 그렇게 강아지를 원하는지요.
그래서 깜동이는 더 강아지처럼 굴기로 했어요.
하지만 강아지처럼 굴려다가 식사시간에 말썽을 일으켜 누나들의 아빠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를 깨고 말았죠.
또 다른 문제는 누나의 얼굴이 피부병에 걸린 듯 두둘두둘하고 빨개진 거에요.
피부과에서 돌아온 엄마는 두 누나들을 걱정하고 누나들은 나를 두둔해 주었어요. 하지만 아줌마는 더 이상은 집에서 깜동이를 키울 수 없다고 했어요. 나는 이 집에서 쫓겨날까봐 걱정이 되었답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는 이집의 아저씨를 늘 기다렸어요. 아저씨가 돌아오시면 나를 이 집에서 내쫓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저씨는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셨죠.
그러다 어느날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아저씨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잘 하고 싶었는데, 이 가족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싶었는데 그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어요.
장난을 친다는게 누나의 발을 깨물어 상처를 내고, 큰 누나의 베개에 똥도 싸고 말았죠. 어느날은 냉장고 앞에서 오줌을 싸 닦기도 힘들게 했어요.
그런데다 나는 점점 더 자라고 더이상 집에서 지내는 것은 무리였어요.
가족들은 나를 학교 사육장으로 보내기로 합니다. 사실 나도 늙은 토끼가 될 때까지 집 안에 갇혀 지내는 것은 싫었어요.

나는 작은 누나네 학교 사육장에서 살기 시작합니다.
그 사육장에는 사나운 수탉이 살고 있었는데 누나들의 응원을 받아 수탉을 공격해서 이겼어요.
수탉에게 귀를 쪼이기도 했고, 귀바퀴를 물려 너무 아파 항복하고 싶었지만 가족들의 응원이 나를 기운나게 했어요.
사육장의 첫날은 수탉과의 싸움으로도 힘들었지만 사육장 밖의 족제비 때문에도 가슴이 떨렸지요.

아줌마와 누나들, 그리고 누나의 친구인 박도식은 나에게 맛있는 먹이를 사육장안에 넣어 주었어요.
그것을 먹고 나는 무럭무럭 자랐지요.
그리고 사육장에 온 날부터 내 옆을 떠나지 않던 잿빛 토끼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답니다.
아기 토끼 10마리의 아빠가 된거죠.
나는 지금 참 행복하구요. 우리 엄마, 아빠가 나한테 느꼈을 감정도 이제 이해하게 됩니다.
서로 떨어져 살아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돌아가신 아빠의 빈자리에 깜동이가 들어와 때로는 힘들게도 하고, 때로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하면서 가족들이 아픔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어 주었죠.
이 책에서는 토끼가 반려동물로서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동물이 사람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네요.
그리고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세지는 바로 사랑에 대한 정의같아요.
곁에 있고 없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거랍니다.
가족들이 서로 떨어져 있어도 그 마음은 변치 않다는 것...
돌아가신 아빠가 깜동이를 통해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빠의 사진이 깜동이에게 말을 건넨 것처럼 말이죠.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동물에 대한 생명존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