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모와 다른 아이들 1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평점 :

단순한 양육서라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며 마음이 헤이해지거나, 안일해지면 양육서를 찾아 읽고는 했다.
한동안 좋은 양육서를 찾지 못했고, 읽으면서 아쉬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을 만나고 그 두께에 압도당했지만 담긴 내용에 역시 압도당했다.
제목에 끌려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이 두께와 깊이에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읽었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는데 있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니 금새 휘리릭 읽어버리는 것은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스스로를 다독였고, 곱씹으며 읽으면서 느낀것은 사고의 전환을 통해 편견을 새롭게 해석하는 그만의 탁월한 능력이 놀랍게 느껴졌다.
저자의 상황이 아마도 남과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게 하도록 만들었으리라~~
저자는 게이이다. 남들과 다른 평범하지 않은 그의 삶이 세상을 새롭게 보고 다각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했으리라 본다.
제목은 육아서같지만 읽어보면 심리학 서적에 가깝다.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 셀러라고 하는데 이런 책이 베스트 셀러라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면 우리 주변에 장애 혹은 평범과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다.
이 책은 같은 제목에 1,2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가 읽은 것은 1권~
그런데 2권 목차를 보니 더 궁금하고 관심이 가는 주제가 많다. 2권도 기회가 되면 읽어보리라~
1권의 주제는 아들, 청각 장애, 소인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 장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부모와 다르다는 것을 이 작가는 수평적 정체성이라는 표현을 했다. 부모에게서 고스란히 내려가지 않은 장애를 수평적 정체성, 부모에게서 고스란히 받은 것은 수직적 정체성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런 표현 자체가 신선했다.
작가 본인이 게이였기에 부모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했고 그것이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책을 만들어 냈을 터~ 어찌 보면 자식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 , 그것 역시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본다면 육아에 대한 부모의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장애'란 '보통'이라는 그림을 그려놓고 그 것을 살짝 벗어난 게 아닐까 ?
그 그림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냉혹한 잣대가 그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이기에 이 책은 내 아이가 현재 장애가 없다는 것, 남과 똑같이 태어나 평범하게 보통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반면에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으면서 보통의 범위를 벗어난, 작가의 표현대로 수평적 정체성의 아이들에게 갖고 있던 불편한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내 아이의 정상적임을 다른 아이의 비정상적임에 비교해 감사함을 느낀다는 것이 엄마로서 당연한 마음가짐이지만 얼마나 못된 마음인가?
작가가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 책에 대한 마음을 열고 읽게 된다.
이 책이 하나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평범함과 거리가 먼 이런 사람도 멋진 책을 쓰고, 세상에 하나의 파장을 던져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활보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하나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이면 엄청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만 모이면 힘이 크지 않지만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는 거다.
오히려 완벽하게 정상적인 것이 고독한 상태가 된다는 것~~
역시 편견과 인식의 전환이 있다면 세상은 충분히 모두 행복해 질 수 있겠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이다.
또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누구나 행복해 질 권리가 있고, 그 권리는 장애, 비장애로 나뉠 수는 없다는 거다.
내가 가진 편견을 하나하나, 조금씩 깨어 가야 겠다는 것과 내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야 겠다는 것...
내 아이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 자체로서의 삶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내 아이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아이가 살고 싶은 삶의 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이 내게 남겨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