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기념사진 햇살어린이 23
이영호 지음, 김정은 그림 / 현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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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이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드라마 한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그 풍경, 아이들의 모습, 길건 할아버지의 이야기등 하나하나가 다 좋은 드라마의 소재가 될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만큼 술술 읽히는 정말 재미가 있는 책이랍니다.

그동안 햇살 어린이 동화를 다 읽었는데 마빈 시리즈를 제외한다면 이 책이 기억에 남는 책이 될것 같네요.

<얼굴이 없는 기념사진>이라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는데요. 다 읽고 나니 왜 이 제목이었는지 알겠더라구요.

또 누가 주인공인가 다 읽고 나니 더 헷갈리는, 그런 책이었어요.

 

 

 

 

 

 

그림풍이 이 책 줄거리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이 분명하지 않은 그림이 이 글의 내용을 잘 담아냈다는 느낌이 읽는 내내 들었어요.

그림이 좀더 많았으면 좋았겠다 싶었어요.^^

훈아가 사는 마을의 설날 풍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처음엔 개구쟁이인 줄로만 알았던 훈아가 책을 읽다보니  꽤나 속이 옹골진 아이구나 싶어 참 맘에 들었어요.

자신의 운동화를 사가지고 올 큰 형님을 기다리는 훈아의 마음....

아파서 방 아랫목을 지키고 계신 엄마와 누나, 작은 형, 큰 형님, 형수님, 그리고 아버지까지... 정말  요즘은 보기 드문 대가족이 살고 있네요.

 

 

 

 


이 책의 특별한 또 하나의 주인공인 길건 할아버지의 남다른 등장이네요.

큰형님이 들고 올 운동화가 너무 기다려져 큰형님을 마중가다, 술에 취해 눈구덩이에 빠진 길건 할아버지를 구하게 되는데요.

훈아와 작은 형은 큰형님이 아닌 엉뚱한 사람을 마중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이 사건으로 훈아에게 좋은 일이 생기지요. 바로 길건 할아버지가 자신의 손자에게 주려다 만 설빔을 훈아가 받게 된거에요. 꽤나 값진 설빔을요.

길건 할아버지는 반쯤 정신 나간 사람처럼 혼자 해금을 켜고, 노래를 부르며 유황성냥을 파는, 약간 모자른 사람처럼 여겨지는데요. 그래서 그런 길건 할아버지가 그렇게 멋진 설빔을 샀다는 것도 가족들에겐 놀라움이었죠.

하지만 할아버지의 숨겨진 비밀은 훈아와 아버지만 알고 있지요.

 

 

 

 

 

길건 할아버지는 훈아를 손자처럼 아껴줍니다. 그럴수 밖에요. 남들은 거지 딸기코라고 놀려대는 길건 할아버지를 훈아는 진심으로 좋아하고 따르니까요. 어찌 안 이뻐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인 큰형님을 따라 읍내로 학교를 전학한 훈아는 자신의 학교 화장실 옆에 서있던 길건 할아버지를 목격하게 되는데요. 할아버지는 또 훈아에게 연필과 지우개와 칼이 들어있는 멋진 필통도 선물로 주셨지요.

그런데 이상해요. 할아버지는 훈아네 같은 반 친구인 부잣집 아들 병권이에게 관심을 갖네요.

훈아는 혹시 병권이가 할아버지의 손자가 아닐까 의심을 품게 되었어요.

 

 

 

 

 

역시나 문제가 발생했네요. 훈아가 친구 장식이에게  병권이가 길건 할아버지의 손자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장식이는 그것을 또 병권이에게 말해버렸어요. 훈아가 비밀이라고 했는데 말이죠.

마을은 첫 국회의원 선거로 정신이 없는데 병권이와 훈아는 교실에서  싸우느라 정신없네요.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싸우면서 정도 들고 그런것 같아요. 병권이와 훈아는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축구 경기를 하다 둘다 다치게 되고 친구가 되어 갑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니 길건 할아버지가 또 훈아가 지내는 집으로 오셨네요. 서울로 가신 큰형님이 보낸 좋은 선물을 들고 말이죠.

그런데 할아버지는 또 병권이에 대해 묻습니다. 훈아는 할아버지에게 병권이와 할아버지의 관계에 대해 묻는데요.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인생인 양 덤덤하게 하나의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그리고 얼굴없는 사진에 대해서도 말해주셨지요.​
 

 

 

 

 

 

 

 어느날 훈아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 치를 동안 술도 한모금 안 마시고 궂은 일을 하던 길건 할아버지는 장례가 모두 끝나고 나서 몸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아픈 할아버지에게 늦기 전에 가족을 찾아줘야 할텐데 말이죠.

훈아와 작은 형은 지난 날에 들었던 길건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할아버지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얼굴없는 사진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작은 형은 길건 할아버지 안주머니에서 남자 얼굴에 무수히 바늘 구멍이 뚫려 있는 사진을 발견합니다.

할아버지가 했던 이야기는 곧 자신의 이야기였고, 병권이의 아버지가 길건 할아버지의 아들이었던 것이죠.

할아버지가 부인을 잃고 처자식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자신에 화가 나 아들을 냇물에 던져 버렸는데 그 아들이 간신히 살아 어찌어찌 부자가 되어 나타난 것이죠.

그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서로 왕래도 하지 않은 채 지내고 있었던 거구요.

그래서 훈아와 작은 형은 작전을 짜서 병권이에게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둘을 만나게 해주려고 작전을 짰고 실행에 옮기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결론이 나와있지는 않지만 손자가 할아버지를 받아들이면 아들도 아버지를 받아들이게 되었을거라 생각해요.

 

 

요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는 꽤 재미있게 읽었어요.

처음엔 훈아가 주인공이겠거니 했는데 결국 길건 할아버지가 이야기의 중심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던 길건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마지막에 아들과 화해를 잘 해서 행복한 인생의 끝을 보내셨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었겠지요?

손자 병권이를 훈아를 아꼈던 것처럼 마음껏 아끼고 사랑하면서, 자식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그래서 원없이 세상을 사셨으면 참 좋겠다 싶네요.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자신이 죽도록 미워 자기 얼굴을 송곳으로 마구 찔러 죽고 싶엇지만 차마 자식이 살아 있을까 싶어 사진을 대신  찔렀던 할아버지의 그 마음...

아들도 이해해 주었을거에요.

얼굴 없는 기념사진 대신 길건 할아버지와 병권이까지 모두 함께 찍은 사진이 할아버지 가슴속에 담겨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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