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속에 사는 아이 - 9인 동화집 햇살어린이 18
강은교 외 지음, 정가애 그림 / 현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시대를 뛰어 넘어 깊은 감동을 주는 9편의 단편동화
<동그라미 속에 사는 아이>
70,80년대의 동화 9편은 읽는 내내 다소 시대와 동떨어지긴 했지만 요즘의 가벼운 동화책이 줄 수 없는 감동이 있었어요.
이런 동화를 찾아 한권에 묶어 출간을 해준 현북스에 감사의 마음이  들 정도였죠.
<병아리 5남매>를 읽으면서도 이 책 아니었음 절대로 읽어 볼 수 없었을 숨겨진 보석같은 이야기들을 읽게 되어 어찌나 행복했던지요.
​<동그라미 속에 사는 아이>에 담겨진 9편의 동화도 정말 보석같은 아이들이랍니다.
 


 
 
 
솔직히 정채봉 작가말고는 익숙한 작가가 없지만 이들의 다른 동화를 더 읽어보고 싶을 만큼 좋은 작품들이었어요.
기쁨, 슬픔, 사랑, 우정등 시대와 상관없이 나름의 감동이 담긴 내용들이었구요.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답니다.


 
 
 
9편 중에  정채봉 작가의 글을 소개해 볼게요.
<돌아오는 길>​이란 작품인데요.제목도 글과 아주 잘 어울리네요.
어릴적 정채봉 작가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많이 나는데 무엇을 읽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요.
언니가 많아서 언니들 책장에 꽂혀있던 책을 어린 제가 이해도 못하면서 읽었었는데 아이 동화책에서 발견하니 괜시리 반가운 마음이 마구마구 들더라구요.
하늘 나라 천사님 댁 우물 속에 생수가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천사님이 생수에게 아래 세상의 가엾은 문둥병자 소녀의 목을 축여주고 오라는 이야기에 생수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하지요. 대통령의 궁이라면 모를까 그런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나요.
그래서 화가 난 천사님은 생수를 하늘 나라에서 쫓아냈어요.
생수는 높은 산의 산대나무밭에 ​ 떨어졌고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 느끼는 순간 위 골 물이 와서 생수의 등을 떼밀어 벼랑 아래로 떨어집니다.
생수의 기약없는 방랑 생활이 시작된 것이죠.  산이 높고 깊어 ​숨이 차고 발도 아팠지만 쉬어 갈 곳도 없었죠.
생수가 숨이 차고 발도 아프대요. 생수를 살아있고 의인화 시켜 읽기에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옛 동화를 보면 이렇게 물건을 의인화 한 것들이 참 많아요.
용바위 골을 지나다 만난 약수는 생수에게 좀더 부드러워질 필요가 있다고 알려주네요.
또 생수는 ​폭포를 지나며 몸사이로 햇살이 일곱 빛깔로 와서 박히는 경험도 해봅니다. 일찍이 맛볼 수 없었던 황홀감이었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의기양양하고 거만했던 생수는 조금씩 부드러워 집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은 부분이었어요.
엄마가 말했어요.
가득하면 홍수 되니
부족한 게 좋다고.
지금이 그래요.
부자가 안 부러워요.
물은 앞을 다투지 않고 순서를 지켜서 간다는 것, 앞을 가로막는 방해가 나타나면 실력을 모은 다음에 밀어내지 다른 방법은 일절 쓰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물들의 약속이래요.
왠지 우리 사람들도 이랬으면 참 좋겠다 싶어요.
욕심이 만들어 낸 불행한 일들이 얼마나 많나요?
조금 부족해도 지금이 좋은, 순서를 지키며 살아가는 물들의 약속이 왠지 많이 부럽네요.


 
 
 
생수는 흘러 흘러 여러 물들을 만나게 되지요.
그 사이 생수는 많이도 부드러워 지구요.
그러다 들 가운데에 있는 못에 도착한 생수와 약수는 고여 있어 썩어가는 물들이라는 걸 알게 되고 두려워하지요. 다행이 농부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퍼올렸을 때 생수와 약수는 못을 나서게 되었죠.
논의 벼를 적시고 작은 수로를 흘러 갑니다.
생수는 문득 궁금해 집니다. 우리는 어디로 갈까?
약수는 묻습니다. 넓은 길로 가고 싶어?
생수는 말합니다.
하늘의 뜻을 따르겠어. 좁을 길로 가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어.
생수는 작은 옹달샘에 도착합니다.
그곳은 문둥병자 소녀가 살고 있는 성나자로 마을이었죠.
돌아돌아 왔지만 결국 자신의 쓰임이 필요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네요.
이 책에서는 생수로 비유했지만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지요.
자신은 높고 넓은 곳에 쓰일 인물이라고 자만하고 뻣뻣하게 굴다간 부러지고 말지요.
내가 필요한 곳, 그곳이 비록 작고 소박한 곳이라 해도 내 쓰임이 필요한 곳에 있을 때 행복한 거 아닐까요?
가득하면 홍수 되니 부족해도 부자가 부럽지 않은 그런 마음 가짐을 갖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아이의 동화책을 읽다가  놀랄때가 많아요.
이런 좋은 동화를 우리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구요. 비록 요즘 시대 입맛에 맞는 세련되고 재미가득한 내용은 아닐지라도 동화가 주는 담백하고 간결한 메세지.... 그렇지만 무겁지 않으면서도 감동적인 내용은 늘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든요.
단편동화를 한권에 묶어 좋은 동화를 쉬이 읽을 수 있어 어찌나 좋은지요.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메말라 버리고 경쟁에 지친 아이들에게 좋은 책으로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갖고 머리도 식힐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다면 참 좋지 않겠어요.?
남보다 무조건 앞서길 원하고, 실력보다는 힘으로, 권력으로 밀어 내려는 이 시대에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네요.
요런 동화집 또 만날 수 있겠죠?
보석같은 이야기를 한권으로 만날 수 있어 참 좋은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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