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조절기 하트 햇살어린이 19
김보름 지음, 김중석 그림 / 현북스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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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이 책이 도착하자 마자 읽기 시작하더니 앉은 자리에서 두번이나 읽어 내려가더군요.
한권을 한번에 두번 읽는 일은 흔하지 않은데 이 책이 그리 재미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그렇게 재미있니? 저도 마냥 궁금해져 읽어내려갔죠.
이 책은 fun한 책이 아니에요. 딸아이가 재미있다고 여긴 것은 아마 좋은 책이란 의미겠지요.
키득키득 웃음이 나서 재밌다고 여긴 책은 아니랍니다.
저는요. 이 책을 읽고 마음이 아팠어요.
이런 일이 현실이 될까봐 무척 두렵기까지 하네요.
현실의 우리 아이들도 충분히 힘든데 세월이 흘러 이보다 더 힘들어 질까봐 걱정이 많이 되더라구요.
<감정 조절기 하트>
감정까지 조절해야 하는 아이들... 흥분해도 안되고 마음껏 웃어도 안되고, 분노해도 안되고~~
그럼 가슴에 달린 하트의 색이 변해버리는 ..기계의 변화에 감정을 맡겨야 하는...
이런 기계는 절대로 만들어 지면 안되겠죠?​
이 책의 작가가 저보다 어린 친구던데... 왠지 앞으로 더 좋은 책을 많이 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은찬이는 가슴에 하트를 달고 있어요.
감정이 가장 적절한 상태에 있을때 하트는  초록색이랍니다.
1학년때부터 5년간이나 매일매일 하트를 달고 다녔대요. 이 하트는 2025년에 나온 감정 조절기랍니다. 제 2의 심장 역할을 하는 하트는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알려주지요.
중학생이 되기전에 감정 통제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이유는 기분이 들쑥날쑥하면 성적도 떨어지고 태도도 불량해져 경쟁에서 뒤지고 말기 때문이랍니다.
 지금보다 10년이 훌쩍 지나면 아이들이 더 행복해지는게 아니라 감정까지 경쟁해야 하는 사회가 오는 건 아니겠죠? 생각만으로도 두렵네요.


 
 
 
은찬이는 감정과외도 받아요. 이달의 감정조절어린이상도 받고 싶지만 은찬이네 반에는 별명이 초록페인트라는 세린이가 있어요.
세린이의 하트는 언제나 초록색이거든요.
그래서 일년간 이달의 감정조절 어린이에 뽑힌 세린이는 특별상까지 받아요. 하지만 세린이는 반에서 인기가 없어요.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늘 혼자서 공부만 하거든요. 장난을 쳐도 농담을 해도 반응도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은찬이는 그런 세린이가 꼭 싫지만은 않아요.
세린이가 감정조절을 잘 하는 방법도 궁금하구요. ​


 
 
어느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은찬이는 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퐁퐁이라는 놀이기구에 대해 알려주셨는데요.
이제는 <사라진 놀이 기구들>이라는 책에서만 볼 수 있는 트램펄린~
 트램펄린이 사라진 이유는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흥분시키기 때문이래요.
울 아이들도 최고로 좋아하는 놀이기구인데.... 트램펄린을 타면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며 너무 좋아하는데 정말로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놀이기구가 되면 어쩌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생각만으로도 정말 싫네요.
할아버지는 은찬이에게 묻습니다.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게 안 좋다고 생각하냐고~
은찬이는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엄마에게도 늘 그렇게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왠지 이상했지만 배운대로 할아버지께 말씀을 드렸어요.
그리고 자신의 가슴에 빛나고 있는 초록색 하트를 보고 안심을 했지요.


 
 
은찬이네는 학교에서 감정 실기 시험이 있어요.
다양한 감정의 표현들이 나오는데... 이런것까지 시험을 봐야 한다니... 책이지만 참 씁쓸했네요.
흥분하면 안되기 때문에 너무 행복해 할 수도 없고, 가슴이 터질 듯한 감정도 느끼면 안되요.
그런데 이번 시험에서 은찬이가 만점을 받은 거에요.
만점을 받은 후 엄마는 은찬이의 감정에 더 집중을 하고 더 관심을 쏟았어요.
하트를 초록색으로 유지하기 위해 애쓴 은찬이는 드디어 감정조절 어린이 상을 타게 되었어요.
2년간 세린이가 독차지 했던 감정조절 어린이상을 은찬이가 받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하지만 그 순간에도 초록색 하트를 지키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은찬이에요.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아이들은 행복할까요?
전국감정평가를 준비하기 위해 자면서까지 하트를 달고 자라는 엄마....
아이의 감정따위엔 관심도 없고 아이가 감정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엄마....
현시대엔 과연 이런 엄마가 없을까요?
감정이 아니라 시험점수, 등수... 이런것만 관심갖는 엄마...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이가  불행한지, 행복한지, 어떤 감정인지는 안중에도 없고 아이가 몇등인지만 관심을 갖는 엄마....
저는 이런 엄마는 아니지만 이런 엄마가 될까봐 무섭네요.
은찬이도 결국 마음이 병이 생기고 말아요. 안그런게 이상하죠.
매일 매일 가슴이 조여드는 느낌이 들고 가슴이 터질듯한 기분이 들어요. 가슴이 밖으로 터지지 않고 속으로 부서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은찬이~~
은찬이는 자꾸만 무서운 꿈을 꿉니다. 괴물이 세상의 감정들을 다 삼켜버리고 그 감정은 젤리가 되어 비처럼 쏟아집니다. 사람들은 그게  유일한 식량이므로 받아 먹고는 괴물의 감정대로 변해버리죠.
생각만으로 정말 끔찍한데 은찬이는 자꾸 이런 꿈을 꿉니다.​

 
 
 
 
은찬이는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말합니다.
자기도 하트가 아닌 가슴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요. 어릴 때 배웠던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구요.
물론 엄마는 음악이 감정 통제력을 떨어뜨린다며 안된다고 반대를 하셨죠.
은찬이는 결국 화가 나 엄마에게 화를 냅니다. 자신의 색칠된 감정 말고 자신의 진짜 감정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요.
은찬이는 퐁퐁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 퐁퐁을 태워 달라고 합니다.
퐁퐁을 뛰며 커다란 기쁨과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죠.
그리고 은찬이는 자신의 가슴에 달려있던 하트를 떼어 내어 던져버립니다.
하트 브레이크...
이제 가짜 가슴은 부서져 버리고 진짜 가슴만 은찬이에게 남아 있네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행복을 느끼는 은찬이에요.
경쟁이 치열한 이 세상을 산다는게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참 힘든 것 같아요.
누구보다 앞서야 하고 경쟁에서는 이겨야 하는 요즘 아이들이 참으로 안쓰럽고 그렇게 아이들을 몰아가는 어른으로서 안타깝기도 하는데요.
감정까지 점수로 매기고 등수를 매기는 세상이 온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아요.
맘껏 웃어도 안되고, 맘껏 울어도 안되고, 화를 내도 안되고 늘 평온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죠.
감정조절 기계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더 다짐했어요.
내 아이는 이런 감정을 숨기는 아이로 만들지 말자...
조금 느리고 조금 서툴러도 아이가 행복한 길을 찾자...
많이 느끼고, 많이 웃고, 많이 울기도 하면서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게 하자...
그게 내 아이를 위해 진정 필요한 일이다.. 하고 말이죠.
감정 조절기 하트 따위 필요없는 세상... 아이들이 경쟁에서 벗어나 행복한 세상...
그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던 < 감정조절기 하트 >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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