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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우유 한 병 ㅣ 햇살어린이 16
닐 게이먼 지음, 김영선 옮김, 스코티 영 그림 / 현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제목은 '행운의 우유 한병'이지만 가장 행운인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이란 생각이었어요.
이렇게 우유 한병으로 멋진 상상을 하게 하는 아빠라면 어찌 아이들에게 행운이 아니겠어요?
단지 우유 사러 간 아빠가 늦게 왔을 뿐인데 그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정말 매력적인 여행과도 같았으니까요.
아이들은 늘 기대하지 않을까요?
아빠의 입속에서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그리고 때론 아빠가 잘못하거나, 늦어서 변명거리가 필요하게 될 일들이 많기를 바랄지도 모르겠어요.
아빠의 환상적인 상상속 여행을 하고 싶을테니까요.
펜으로 스케치한듯 그린것 같지만 이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는 그림도 이 책의 흥미를 올려준답니다.

엄마가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아빠는 아이들을 돌봐야 했어요.
엄마는 아빠가 해야 할일들을 모두 알려주고는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 있었어요.
"우유가 거의 떨어졌으니 미리 사 둬야 해요."
이 책에서 우유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이 책의 모든 사건의 발단은 우유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시리얼을 먹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마실수 있는 것은 주스뿐이었어요.
지난밤 잠들기전 우유에 코코아를 타먹었기 때문이었죠.
아이들은 시리얼을 먹을수 없었고 아빠는 우유를 넣은 차를 마셔야 했기에 우유를 사러 나가기에 이르렀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아빠는 오시지 않았어요.
그릇에 담긴 시리얼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지요.
백만년, 이백년만처럼 시간이 흐른 뒤, 아빠가 돌아오셨어요.
그리고 아빠의 변명이 시작되는데요.
그 변명이 아주 기가 막히죠. 처음엔 공중에 떠있던 은색 비행접시이야기로 시작되었어요.
아빠가 그 비행접시 안으로 빨려들어갔대요. 다행이 우유는 코트 주머니안에 잘 두었구요.
비행접시 안에는 몸이 녹색이고 끈적끈적했으며 성격이 고약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대요.
그들이 아빠에게 지구의 소유권을 넘기라고 했다네요.
동의하지 않으면 아빠의 적을 데리고 와 서명할때까지 괴롭힐거라고 했는데 그때 아빠의 눈에 '비상구'가 눈에 띄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 비상구 문을 여는 순간 4차원 시공간이 들어오게 되고 아빠는 바다에 떨어지며 해적들과 만나게 되었어요.
우주인에서 바다 해적여왕까지.. 다음은 어디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간간히 아빠의 이야기에 모순이 생기면 아이들이 태클을 걸기도 하지요.
그럼 아빠는 얼버무리고 맙니다.
간신히 해적에게서 도망친 아빠는 열기구를 타게 되는데 그 안에는 스테고사우르스가 타고 있었어요.
자신을 발명가라고 부르는 스테고 교수가 말이죠.
그리고 그는 자신이 미래에 와 있다고 말해요. 아빠는 300년전 과거에 있다고 말하고요.
스테고 교수는 여기서 참 멋진 말을 해요.
공룡들이 세상을 포유류에게 넘겨 주고 모두 별로 떠났다고 했거든요.
사라진것이 아니라 어딘가로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이 꽤나 맘에 들어요.
혹시 모르죠. 진짜 어딘가에 살고 있을지도요.
심한 흉년이 든 곳의 신전에도 가고, 스플로드님을 피해 도망가다 우유를 잃어버리기도 했지요.
뱀파이어를 만나기도 하고, 앞서 만난 우주인, 해적들을 다시 만나기도 했지요.
정말 우유 하나 들고 긴 여행을 한 셈이죠.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여동생과 부엌을 둘러보니 왠지 익숙한 것들이 눈에 보이네요.
아빠의 이야기속에 등장했던 것들 같아요.
두 아이는 아빠에게 말합니다.
아빠의 이야기는 하나도 믿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아빠는 모두 증명할수 있대요.
그 증거는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우유...
괴짜같은 아빠의 어딘지 수상한 모험 이야기...
아이들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던져주고 태평하게 신문을 읽으러 간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는 괜시리 웃음이 나네요.
아이들은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왠지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리송해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유 사러 나갔다가 늦게 돌아온 아빠는 우유와 함께 멋진 모험 이야기를 함께 들고 왔어요.
아빠의 이야기가 거짓이면 어때요? 그래도 아이들은 아빠의 이야기에 푹 빠져 멋진 모험을 떠났다 왔는걸요.
조금 허술해서 민물에 사는 피라니아가 바다에 나타나면 어때요. 이 날 우유에 탄 시리얼은 정말 환상적인 맛이 났을것 같아요.
저 역시 우유 한병을 따라 멋진 모험을 하고 돌아오니 쇼파에 앉아 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