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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우리 할아버지 ㅣ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6
현기영 글, 정용성 그림 / 현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책 <테우리 할아버지>랍니다.
현북스의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6번째 책인 <테우리 할아버지>는 예쁘기만 한 그림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어요.
그림의 느낌도 상당히 남다르답니다.
그림의 결이 책 내용처럼 거칠면서도 정감이 가는 느낌이랄까요?
제목을 보면서 '테우리'가 뭘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어보면 바로 알수 있답니다.
그림이 마치 시멘트가 발라진 벽에 색칠한 것 같지 않나요?
거칠거칠한것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할아버지의 삶을 대변하는 느낌이 드네요.
먼저 '테우리'가 뭔지 알려드릴게요.
'테우리'란 제주로 사투리로 소를 기르는 사람을 뜻한다고 하네요.
이 책의 배경이 제주도거든요.
제주도의 오름에서 소를 기르는 테우리 할아버지가 이 책의 주인공이랍니다.
테우리 할아버지는 목장의 조그만 움막에서 살면서 다른 사람들의 소를 키워주는 일을 해요.
소를 사랑하는 할아버지는 백마리가 넘는 소들을 다 기억하세요.
두달된 송아지를 잃어버렸는데 이년이 지난 어느날 다른 목장에서 발견할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다 소를 데리고 갔는데 암소와 송아지를 데려가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던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남북 분단을 반대했던 제주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마을을 불태웠던 군인들에 의해 크게 다친 친구가 또 아픈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젊은 테우리였던 할아버지는 군인들에 붙잡혀 도망친 사람을 대라는 말에 동굴을 그저 가르켰을 뿐인데 하필 그 안에 사람들이 숨어있었고, 그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자 할아버지는 평생 초원에서 소를 기르며 살아온 거라고 해요.
의도하지 않았던 선택에 누군가 죽음을 맞이했다면 저라도 제 삶이 참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싶네요.
옛일을 생각하다 깜빡 잠이 든 할아버지..
눈을뜨니 소 두마리는 사라지고 바다쪽에서 검은 구름이 몰려옵니다.
폭풍이 곧 몰아칠것 같은 날씨에 송아지가 걱정이 된 할아버지는 오름을 내려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큰바람과 눈보라가 휘몰아쳤어요.
할아버지는 불을 피우기 위한 마른 쇠똥을 주워 가슴에 품고 열심히 걸어갑니다.
간신히 솔숲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쇠똥으로 불을 피우고 깜빡 잠이 들었어요. '어이, 어이! '하며 친구가 부르는 소리에 잠을 깼지요.
다시 암소와 송아지를 찾아나선 할아버지는 눈위에 남겨진 소들의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따라갑니다.
소두마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소 두마리는 그 험했던 눈보라를 어떻게 헤치고 견뎠을까요?
암소와 송아지가 간 곳은 바로 자신의 주인의 집이었어요.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자 스스로 온 것이었죠.
그런데 그 순간 테우리 할아버지의 친구는 마지막 숨을 거두고 있었답니다.
테우리 할아버지의 꿈속에서 할아버지를 어이~~ 하고 부르던 이유가 바로 자신의 마지막을 지켜달라는 거였나봐요.
오래도록 문상객처럼 서있던 암소와 송아지를 테우리 할아버지는 가만히 쓰다듬어 줍니다.
이 책은 작가가 제주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테우리 할아버지를 소재로 쓴 단편 소설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그의 외로운 눈빛과 소 떼 가운데서 말을 잃고 사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모티브로 해서 인지 살짝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 드는 그림책이었는데요. 독특하면서도 슬픈 내용과 그림이 잘 어울렸던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며 제주도의 아픈 역사인 4.3 사태도 알게 되었네요.
제주도에 가면 4.3공원도 꼭 찾아가봐야겠어요.
조금은 어두운 내용이라 아이들 그림책으로 괜찮을까 싶었는데 책을 통해 역사도 알고 다양한 사람의 감정을 간접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테우리 할아버지와 암소와 송아지의 행복한 결말도 기대해 보게 되구요.
요 책을 보니 그림책 말고 단편소설로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