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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궁마마
이청은 지음 / 아롬미디어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를 재우고 불을 끄고 누웠다.
그리곤 이내 핸드폰의 여린 불빛으로 <냉궁마마>를 비추고 책을 읽는다. 아까 읽다 덮어둔 그 다음이 궁금해서였다.
육아서가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소설을 읽어본 것이 언제였던가? 그저 까마득하다.
아이 책을 읽고, 육아서를 읽는 동안 나의 유희를 위한 독서시간은 짬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냉궁마마>의 첫페이지를 열었는데 강렬했다.
살짝 거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첫눈에 시선을 끌듯 그 강렬함은 자꾸만 자꾸만 내손이 그 책에 닿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독서할 시간을 만들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해 틈틈이 책을 들추게 만들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내 머리속에 그림을 그렸다.
얼마전 다녀온 경복궁이 무대가 되어 주고 실제로 존재하는지 안하는지 모를 냉궁은 어디 일까 상상도 해본다.
강녕전, 교태전, 근정전등 이 책의 무대를 내가 얼마전 밟고 오지 않았던가?
이 이야기가 소설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 또한 없으니 자꾸 마음이 가고 그들의 삶을 상상해 본다.
냉궁의 은빈 마마....
그녀가 이 책의 중심이고, 그녀가 삼간택을 위해 궁으로 들어온 날 눈빛이 마주친 순간부터 (어쩌면 그 이전....) 사랑에 빠진 겸사복 벗과 그녀가 실성을 하고 그런 그녀를 처음보고 나서야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젊은 임금 이려의 이야기.
은빈을 묘사한 내용들은 남자라면 누구나 그녀에게 빠질듯한데 그렇게 현명하고 곱디 고운 그녀가 실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이 사실인지, 꿈인지 모를 이야기들이 숨가쁘게 흘러가고 , 이것이 그녀의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이야기들이 계속되며 독자를 끌어들인다.
좌상의 딸로 태어나 곱디 곱게 자란 연영은 임금의 후궁이 되어 5년간 냉궁이라 불리는 곳에서 임금의 용안조차 보지 못하고 바늘이와 안상궁과 적막하게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은빈이 실성했다는 소문이 궐내에 퍼지고 마침내 5년만에 임금이 은빈이 거처하는 냉궁을 찾게 된다.
임금은 단지 은빈의 상태를 보기 위해 찾았으나 은빈과 대화를 하면서 그녀의 현명함과 여자로서의 매력에 푹 빠져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만다.
이제 은빈은 임금의 마음을 사게 되고 임금은 그녀와의 합방도 추진하게 된다.
정사에 빠져 여인과의 사랑에는 마음이 가지 않던 이려이기에 이런 변화가 중전에게도 반갑기만 한데... 이제 이려와의 합방을 통해 회임을 하면 냉궁에서 보냈던 시절을 보상받고 권력도 생기겠다 싶어 바늘이처럼 함께 기뻐했는데 역시 은빈마마는 현명했다.
그랬기에 알았겠지... 권력의 무상함을... 권력이 주는 달콤함은 잠시일뿐 그 권력안에 갇혀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견딜수 없었겠지..
아마도 아무도 찾지 않던 냉궁에서의 5년이 그녀를 그곳을 벗어나는 것이 그녀의 인생에 날개를 달아 주리라 생각했겠지..그 5년동안 아마도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가져간 그 와의 사랑을 완성하고 싶었겠지.. 임금의 사랑과 권력보다 더 갖고 싶은것... 그것이 그와의 사랑이라 생각했을것이다.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냉궁도, 자신을 아무것도 할수 없는 자로 만드는 은빈마마라는 이름도...
그래서 실성한 척 했으리라... 그래야 궐 밖으로 내쳐질테니...결국 멋진 연기로 은빈은 궁을 빠져나왔다.
내쳐진것이 아닌 빠져나왔다고 표현하는 은빈...
그를 그림자처럼 보호하는 겸사복 벗은 그녀의 표현이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동학사로 가는 길에 들린 주막에서 그녀는 겸사복 벗에게 오래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서로의 마음이 통해 있었음을... 그녀의 마음속에 들어있던 남자는 겸사복 벗이었음을..
임금에게 고하는 그 모든 이야기는 결국 겸사복 벗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음을...
얼마후 임금 이려에게 비보가 날아든다.
동학사로 가던 중 은빈 일행이 머물던 주막이 큰비에 모두 쓸려 갔다는 것이다.
그리 하여 소복 입은 젊은 여인과 겸사복 복장의 젊은 사내, 비복인 계집종이 모두 죽었다는 비보....
그들의 결말은 간단하게 끝을 맺었다.
그날 밤 폭풍우에 쓸려간 것은 은빈과 겸사복 벗, 그리고 바늘이가 아닌 그들의 지난 아픈 과거 였다고 믿고 싶다.
그들의 과거를 모두 쓸려 보내고 어딘가에서 아름답고 잘 영글은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믿고 싶다.
작가의 결말이 슬픈 반전이 아닌 권력이 터치 할수 없는 그들의 새로운 사랑과 삶의 시작이라고 믿고 싶다.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사랑을 완성하고 있을 은빈 마마가 이닌 연영의 삶을 축복하고 싶다.
가을 초입... 마지막 페이지가 마냥 아쉽기만 했던 <냉궁마마>였다.